기반경제·선도산업 투자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의 지출 여력을 키워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면 민간 소비가 살아나 자연스럽게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게 소득주도성장론의 얼개이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려면 반드시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져야 소득주도성장은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산업 전반의 혁신이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혁신성장 추진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전략적 혁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된다”며 “3대 기반경제에 1조 5000억 원, 혁신성장을 위한 8대 선도산업에 3조 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전략 투자 분야’로도 불리는 3대 기반경제는 민관 공동으로 투자를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설정한 데이터, 인공지능(AI), 수소경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해 구영모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기술개발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집중
정부가 투입 예정인 재정만 해도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약 10조 원에 이른다. 미래 먹거리인 8대 선도산업은 스마트공장을 비롯해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자율주행차, 드론, 바이오헬스, 에너지 신산업, 핀테크 등이다. 정부는 이런 선도산업에 필요한 석·박사급 인재 4만 5000명과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4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정부가 설정한 3대 기반경제는 모두 ‘플랫폼 경제’로 묶인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산업에 걸쳐 꼭 필요한 인프라와 기술, 생태계라는 의미다. 8대 선도산업도 이런 플랫폼이 구축돼야 제대로 뿌리를 내려 혁신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플랫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새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는 네 가지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데이터·인공지능·블록체인 기반 구축이다. 주로 데이터를 가공·공급하는 공적 채널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하는 용도다. 또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뒤처지기 쉬운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수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도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아울러 수소경제 분야에서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활용 등을 위한 연구개발과 생산거점 구축도 주요 프로젝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서 일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정부가 역점을 둘 사업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대학·기업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부터 연간 2000명씩 5년 동안 1만 명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민관 공동 프로젝트 수행이나 인턴 실무과정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프랑스의 무료 정보기술(IT)학교인 ‘에콜 42’를 벤치마킹한 비학위 과정을 정부 예산으로 개설한다. 공모를 통해 민간 주관기관을 선정하고, 앞으로 학교와 전공을 뛰어넘는 혁신적 교육모델로 키울 계획이다.
바이오헬스 추가, 예산 62% 늘려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8대 선도산업에 정부가 올해 투입할 예산은 지난해보다 62%나 늘었다. 8대 선도산업에는 애초 ‘초지능 연결’이 있었으나, 지난해 8월 민관합동 전략회의에서 이를 기반경제 분야로 승격하면서 바이오헬스를 추가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는 올해부터 융·복합 연구개발 지원과 맞춤형 정밀의료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활용기반 구축 등에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3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미래자동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가 올해 중점 사업이다. 모두 7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와 차량 핵심부품 개발에 나서고, 전기차와 수소차의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금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드론의 경우 초기시장 조성을 위해 공공 분야의 드론 구매를 900여 대 늘리고, 상업용 드론의 기술개발 및 검증에 필요한 시험비행장 5개소와 실기 시험장을 구축한다. 에너지 신산업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효율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과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에 재정 투입과 정책금융 지원을 집중한다. 스마트팜은 원예·축산·수산 분야의 혁신 거점을 육성·확산시키자는 전략이다. 혁신 거점으로 올해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과 스마트양식 클러스트 1곳, 스마트축산 정보통신기술 시범단지 2곳을 조성한다.
스마트공장에 예산 가장 많이 투입
8대 선도산업 가운데 정부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는 스마트공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9개 부처는 지난해 12월 13일 경상남도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서 제조업 중견·중소기업에 2022년까지 3만 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구축 목표는 애초 2만 개였는데, 제조업 혁신을 앞당기겠다는 의지에 따라 1만 개를 추가했다. 스마트공장 운영인력 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10만 명으로 두 배 늘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4년 동안 스마트공장 설비 투자자금으로 2조 원을 지원하고, 스마트공장 구축·공급 기업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도 만들기로 했다. 또 전국 산업단지 10곳을 ‘스마트 산업단지’로 조성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거점으로 육성한다. 스마트 단지 내에서는 공장 간, 산학연 간 데이터와 자원을 공유·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된다. 정부는 스마트공장 3만 개 보급을 통해 18조 원의 매출 증가와 함께 중견·중소 제조업에서 6만 6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3대 기반경제와 8대 선도산업에 대한 정부 로드맵은 무엇보다 실행이 관건이다. 과거 정부들이 제시한 산업정책의 성과가 미흡했던 것은 계획보다 이행의 문제였다. 또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라는 다른 정책기조와의 조화도 중요하다. 산업 혁신과 함께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는 성장, 공정하고 포용적인 시장경제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모든 경제주체가 공유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 증진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산업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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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