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은 모두 1조 1180억 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3.4%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혁신창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재차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렇다면 현장은 어떨까. 20~30대 젊은 창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심은하 기자
▶단편·독립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천안에서 운영 중인 복합 문화 공간 ‘코워크’ 내부
●전우석 코워크 대표
“가치 있고 돈도 되는 단편·독립영화 입증”
“많은 사람이 단편·독립영화는 돈도 안 되고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얼마나 그릇된 생각인지 증명해 보이겠다.” 전우석(30) 대표가 미니픽처스와 코워크라는 두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유다. 2016년 무교동 공터에 ‘미니시네페’라는 작은 영화관을 조성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렇듯 그가 하는 모든 사업에는 단편·독립영화 콘텐츠가 중심에 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영화과의 경우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생산되는데, 영화제에 출품하거나 소장용으로밖에 이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시키고 싶었다.
-어떤 점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나?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확신이 있었다. 또한 다양한 사업적 파생 효과도 내다봤다. 학교에 다니면서 창업 교육을 이수하고 여러 창업 대회를 경험하며 수립한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했다. 그 결과가 스트리밍 서비스 ‘미니픽처스’다. 2014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업의 지원을 받았나?
=운이 좋게도 경기도에서 초기 창업 공간과 비용을 지원받아 시작할 수 있었다.
-도시 재생 및 복합 문화 공간 사업도 한다.
=창업 당시 시작한 웹사이트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비용 부담이 어마어마했다. 지금은 유튜브로 플랫폼을 변경해 서비스 중이다. ‘미니시네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간 공유 사업 ‘코워크’를 시작했다.
현재 천안에 약 330㎡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 중에 있다. 일종의 도시 재생으로, 천안시로부터 50% 지원을 받았다. 이곳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전시와 상영, 이벤트 등을 기획해 열고 있다. 그 밖에 콘텐츠를 활용한 제품 제작을 통한 유통 사업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2014년에 같이 지원금을 받고 창업한 팀이 대략 100팀이었는데,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5팀 남짓이다. 그만큼 창업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원사업의 경우 선정되더라도 많은 서류 처리 과정이 끝나야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문학자판기
▶‘차벽을 꽃벽으로’ 프로젝트(이한결 제공)
●전희재 세븐픽쳐스 대표
“문학자판기 서울 지하철 깔리는 게 목표”
버튼을 누르면 소설이 차르륵. ‘짧은 글’과 ‘긴 글’ 중 하나를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문학 작품 내용 일부가 영수증 형태의 친환경 종이에 인쇄돼 출력된다. ‘문학자판기’라 이름 붙은 이 기계가 널리 쓰이고 있다. 2017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등장한 후 지역 시청 역사, 지하철역 등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대구 지하철에도 설치되었다. 청년 창업 세븐픽쳐스(대표 전희재, 28)의 노력이다.
-문학자판기 시작이 궁금하다.
=문학자판기는 5~6년 전에 어느 교수에 의해 처음 개발됐는데 상용화하지 못하고 묻혔다. 가능성을 보았고 사업화를 추진했다. 서울시 지하철에 문학자판기가 깔리는 것이 목표다(웃음).
-문학자판기가 창업의 시작인가?
=아니다. 대학 진학 후 6~7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또 찾았다. 극단 생활을 하고, 배우들을 인터뷰해 글을 쓰고, 각종 학교 행사와 테드 영상 기획 등을 하면서 시각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6년 초에 스타트업 투자 및 인큐베이팅 회사 ‘프라이머’를 통해 3500만 원을 지원받아 창업했다. 카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기획했는데, 그 과정에서 작가들을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다. ‘7Pictures’다. 2016년 겨울, 광화문광장을 꽃 그림으로 뜨겁게 달군 ‘차벽을 꽃벽으로’ 프로젝트 기억하나? 이강훈 작가와 함께했는데, 시민의 참여 열기가 엄청났다.
-걸음마를 뗀 청년 업체에겐 부담도 컸을 것 같다.
=한때 작가 50~100명에게 한 사람당 1억~2억 원씩 주면서 크라우드펀딩 업계 3~4위까지 성장했었다. 하지만 서버 관리와 운영상의 미흡함이 속속 드러났다. 결국 2016년 6월 시작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업은 2018년 중순까지 50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현재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끝마친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 도시재생 공간인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입주해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안다.
=‘서대문여관 아트페어’가 꽤 주목받았다. 작가별로 3.3㎡씩 할당받아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콘셉트다. 또 작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포스터전’도 반응이 좋았다. 작품을 게임 방식으로 엮어 재미를 더한 전시라는 평을 받았다. 이 두 가지를 포맷화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 나서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1년간 공간의 중요성이 절박하게 와닿았다. 요즘 서울대 폐수영장 시설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 공간을 작가들이 뛰어놀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고 있다.
▶뽈레는 201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류미 뽈레 이사
“맛집 지도 앱 신뢰성 있는 정보 차곡차곡”
늘 선택장애에 시달리는 A씨는 몇 달 전부터 이용 중인 앱 덕분에 맛집 찾는 고민 하나는 덜었다. 왜냐하면 평소 내 입맛에 맞는 맛집을 지도에 ‘핀’하여 그린 맛집 지도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바로 휴대전화 속 맛집 지도 앱 ‘뽈레’다. 나만의 맛집 정보 외에 소셜 미디어 기능도 있어 재미까지 준다. 이런 장난기 머금은 앱은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을까. (주)어떤사람들에서 기획과 서비스 운영을 맡고 있는 김류미 사업 총괄 이사(34)를 만났다.
-왜 ‘맛집 지도 앱’을 선택했나? 어떤 점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나?
=우리가 식당에 갔다가 마음에 들면 명함을 가져오지 않나. 거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뽈레에서는 식당을 지도에 핀하고 메모하거나 평가할 수 있다. 나를 위해 지도를 만들고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쌓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옐프나, 중국의 다중디엔핑, 일본의 타베로그에 비해 한국은 대표적인 맛집 서비스가 없다. 블로그 후기는 대부분 믿기 힘들고, 인스타그램은 사진이 잘 나오는 식당 리뷰만 올라온다. 우리는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은 어떻게 내고 있나?
=아직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는 신뢰도 높은 콘텐츠 누적과 앱 사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용자가 충분히 많아지면, 지역 업체와 사람들을 좀 더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얼마나 커졌나?
=그동안 ‘기존 사용자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했음에도 100만 개의 핀과 14만 개의 리뷰가 누적된 상태다. 장소 DB는 65만 개로 국내 최대다. MAU(한 달간 순수한 이용자 수)는 3만 5000. 비정규직을 포함해 5명이 넘지 않는 규모의 팀원을 유지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창업을 진행하며 힘들었던 부분은?
=우리나라는 규제가 많은 편이라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지 않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관련 법 조항부터 검색해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를 꼭 확인해야 했다. 또 한 가지는 우리처럼 아직 매출을 발생시키지 않고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창업 지원 대출(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을 받기가 어렵다. 또한 사업마다 다르지만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하려면 제출할 서류가 굉장히 많다. 보통 적은 팀원으로 빠르게 제품 개발을 진행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진다.
▶필름다빈에서 진행했던 기획전 포스터들
●백다빈 필름다빈 대표
“영화 만들어 출품하다 배급업 전망 발견”
서울 노량진 원주민이었던 꼬마는 마냥 영화가 좋았다. TV 속 영화제 시상식을 보면서 자신이 주인공인 양 공상에 빠졌다. 고등학교 2학년 때 1컷, 3컷 프로젝트를 해본 소년은 영화를 만들고 비평하던 순간이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거침없이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연출은 자신의 길이 아니었고, 막노동 같은 현장은 재미도 보람도 돈도 보이지 않았다. 영화 안에서 또 다른 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백다빈(28) 대표가 1인 배급사를 업으로 선택한 이유다.
-배급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4년에 장기 실종 아동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 <선예>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묻히는 게 아쉬워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이곳저곳에 출품했는데 성과가 꽤 좋았다. 그 과정에서 사업성을 보았다. 다음 해인 2015년 1월부터 우리 학교 학우들이 만든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의 작품을 배급하게 되었고, 2017년 1월 배급사 필름다빈을 차렸다. 현재까지도 1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별도의 사무실 없이 자택에서 일을 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유사 서비스가 많아졌다. 필름다빈만의 차이점 또는 재미라면?
=영화제나 극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을 넘어 직접 영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하고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소통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나?
=아직 단독으로 영화를 개봉하거나 유료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 영화제 출품을 통한 수익(상금, 상영료)이나 공동체 상영을 통한 상영료 수익을 창작자와 분배하고 있다. 학교 선배의 후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매년 매출이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은?
=코멘터리로 아카이브를 만들 작정이다. JTBC ‘방구석 1열’ 같은 포맷으로 영상 코멘터리 콘텐츠를 만들어 단편영화의 유료화를 유도하려고 한다. 그에 따라 유튜브, 네이버, 팟캐스트 등 채널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6월 안에 첫 방송이 목표다. 이에 맞춰 요즘 사무실 겸 펍, 상영 및 방송도 하는 멀티 공간을 찾아다니고 있다. 좀 더 안정화되면 해외 세일즈와 지원 사업을 담당할 파트너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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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