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공동주관으로 지난해 11월 개최한 남북경협 투자설명회에서 중소기업인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중소기업중앙회
법률 전문가에게 듣는 대북제재 문답풀이
남북관계가 항구적 평화체제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여전히 꽁꽁 묶여 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탓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라는 걸림돌은 제거되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남북경협 사업의 전면적인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가 적용하고 있는 대북제재는 북한에 반입·반출하는 모든 물자를 통제한다. 북한 당국으로 현금이 흘러갈 통로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제재 위반의 대가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다. 제재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위반 행위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한 금융회사가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헛소문이 나돌아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단기간 내 대북제재의 완전한 해소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경협의 통로가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물자 이동을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통제하지만 사람 왕래를 금지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인도적 교류, 문화적 교류는 허용된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사전 승인을 통한 예외 인정을 받아 추진할 수 있는 사업도 있다. 결국 북한과의 교류와 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 개인들은 대북제재의 틀을 인정하는 선에서 우회하는 길밖에 없다. 제한적이나마 가능한 사업을 모색하려면 먼저 대북제재의 성격과 내용 등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법무법인 지평 북한투자지원센터(채희석·김광길·정철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대북제재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사 대표들이 1월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허용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개성공단기업협회
개별 조문 법적 효력 기준 불명확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된 유엔 대북제재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북한을 겨냥해 실질적인 제재 국면이 시작된 것은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부터이다. 유엔 안보리가 회원국들에게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의무화하는 결의안(1718호)을 채택한 뒤 2017년 11월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때 나온 2397호까지 10개 결의안이 모두 유엔의 대북제재 장치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에 4개 결의안이 나와 가장 많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고도화하는 단계마다 안보리는 새로운 결의안을 통해 제재의 이행 대상과 범위 등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결의안의 취지와 목적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목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전체 유엔 회원국들에게 의무화하는 것이다.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물품 반출입과 금전 유입, 기술이전, 사업 협력 등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게 결의안 취지이다. 다만 인도적 지원이나 금지되지 않는 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의도하지 않는다는 것도 명시하고 있다.
-현재 적용되는 제재의 주요 내용은?
=크게 무역과 금융 제재로 나눌 수 있다. 무역 제재는 북한과의 수출입을 제한하는 것인데 북한의 수출 금지품이 대북 수출 금지품보다 더 많다. 금융 제재는 더 광범위하다. ‘대량 현금(Bulk Cash)’의 이전을 포함해 결의안에서 금지하고 있는 활동에 쓰일 수 있는 금융이나 자산 제공이 일절 금지된다. 유엔 회원국 은행이 북한 은행과 금융거래도 할 수 없다. 가령 북한 은행은 유엔 회원국 내 지점과 계좌 개설이 금지되어 있고, 외국 은행의 북한 내 지점·계좌 개설도 마찬가지이다.
-북한과의 경협사업은 어떤가?
=당연히 안 된다. 6차 핵실험(2017년 7월9일)의 결과로 채택된 2375호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과의 합영·합작 사업을 새로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결의 위반이다. 다만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 사업은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의 사전 승인에 한해 예외로 인정해준다.
-제재 결의안의 법적 근거와 구속력은?
=안보리 결의안은 유엔헌장 제7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엄격히 보면 완결된 규범적 문서가 아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포괄적 결의 내용이 모두 유효한 것도 아니고 개별 조문의 법적 효력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따라서 결의안의 배경과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결의 위반 여부를 판정하는 주체와 절차는?
=특정 회원국의 결의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제재위원회가 전문가 패널과 함께 사실 여부를 조사해 판단하고, 그 결과를 해당 회원국에 통보하거나 안보리에 보고서를 제출해 안보리가 직접 제재 방안을 논의해 결정토록 한다.
-제재의 예외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나?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경우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과 절차가 따로 있다.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재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마련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을 지원하려는 정부나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은 건별로 제재위원회에 면제 또는 예외 인정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서에는 북한 내 지원 수혜자, 지원 물품의 항목과 수량, 관련 금융거래 내역, 지원 목적에 맞게 사용될 것임을 보증하는 방법 등을 기재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유엔 제재와 다른가?
=미국의 단독 제재는 자국 법령에 따라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미국 기업, 미국 내 외국회사와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제재이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3자에 대한 추가 제재)’ 방식으로 외국 기업과 외국인에게도 대북제재를 강제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유엔 제재 못지않다.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업과의 수출입 거래 제한,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 제한 같은 불이익을 받는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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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