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나눔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대다수가 나눔이나 봉사활동을 말할 때 떠올리는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영향력은 어느 지원 못지않다. 오히려 나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충분하다. LOVE FNC가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기부 문화 ‘엔터도네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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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예기획사 FNC 엔터테인먼트(이하 FNC)의 한성호 대표는 2015년 11월 비영리 재단법인 LOVE FNC를 설립했다. LOVE FNC라는 이름에는 세상 모든 아동과 청소년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염원이 담겼다. 소외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온정을 전하는 여느 단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면 아쉽다. 문화 콘텐츠를 매개로 아동과 청소년의 재능을 발굴하고 그들의 건강한 미래를 응원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니까 말이다.
“아시다시피 FNC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저희 콘텐츠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내린 정답이 LOVE FNC였어요. 소속 아티스트들이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그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팬들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게 차별점이죠.”
LOVE FNC의 지원 사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학금 및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교육 인프라를 제공한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를 필두로 필리핀, 에콰도르, 미얀마, 몽골까지 ‘LOVE FNC SCHOOL’ 구축이 완료됐다. 지난해 4월 에콰도르 페데르날레스 지역에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그 지역으로부터 4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3호 LOVE FNC SCHOOL의 현장 소식을 직접 전하며 이들의 지원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동과 청소년으로 지원 대상을 국한한 이유는 문화와 가장 밀접한 세대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고를 가지고 성장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대표는 “문화생활은 사실 의식주가 해결돼야 눈을 돌릴 수 있는 영역인데 소외계층은 접할 기회조차 없다”면서 “정서 지원을 받은 아이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 결실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2월 15일 열린 ‘알고 보면 아름답고 심쿵한 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앞서 FNC 아카데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보컬, 댄스, 랩 등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제공해왔다. 이번 콘서트는 청소년들이 수료식 형태로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장이다.
▶ 1 한성호 대표가 소속 아티스트들과 후원하는 아동의 집을 방문했다. 2 FNC 아티스트들은 나눔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룹 AOA멤버 설현(왼쪽)·지민 씨는 미얀마 껄로우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손수 준비하기도 했다. ⓒFNC 엔터테인먼트
지민, 설현 등 아티스트·임직원 참여도 자발적
LOVE FNC의 나눔에는 이들만이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 있다.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 소속 아티스트들이 LOVE FNC를 통해 선행을 실천하면, 아티스트의 팬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창사 10주년을 맞은 FNC는 LOVE FNC와 ‘열일(10+1)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10가지 공익활동과 팬들이 참여한 SNS 캠페인이 더해져 전체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의미다. SNS에 게재된 콘텐츠에 ‘하트’ 또는 ‘좋아요’를 누를 경우 한 건당 100원씩 기부하게 된다. 아티스트가 기부한 애장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팬들의 나눔 활동이 이뤄지기도 한다.
아티스트와 임직원의 참여가 자발적인 점도 뜻깊다. 그룹 AOA의 멤버인 지민·설현 씨는 미얀마 껄로우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손수 준비했다. 펀딩에 참여한 뒤 12월 25일 FNC WOW 카페를 방문한 200명에게 커피를 선물하는 방식이다. 방송인 노홍철 씨는 저서 인세 수익금을 LOVE FNC 학교 건축에 기부했다. 어쩌면 연예기획사 입장에서 이러한 활동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한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기업 이미지와 관계없이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LOVE FNC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이 받은 사랑을 또 다른 곳에서 나누고 있다면 우리 재단의 존재 이유로 충분해요.”
LOVE FNC는 출범한 지 2년을 갓 넘겼지만 한 대표의 첫 나눔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시절 밴드에서 활동 중이던 그가 멤버들과 함께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했던 봉사활동이다. 그에게 봉사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고 돕는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거부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그이지만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아이들이 벌써 70여 명에 달한다. 그는 사무실 한편에 놓인 종이 상자를 내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의 감사 편지로 가득 찬 상자였다.
“누구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직접 경험해야만 그 깊이가 더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100원이 있는 사람이 10원을 기부하지 못한다면 1000만 원이 생겨도 10원을 기부할 수 없대요. 제가 무명이고 지금처럼 큰 수입이 없었음에도 후원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죠. 나눔 없이 이룬 행복과 성공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가진 것을 흘려보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한 대표의 나눔 철학은 사내 분위기에도 반영됐다. FNC는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나눔 교육을 실시한다. 나눔에 대한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나누는 시간이다. 덕분에 거의 모든 직원들은 아동 1대1 결연 후원을 실천하며 나눔 확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한 대표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임직원들도 건강한 나눔 문화에 앞장서고 LOVE FNC를 통해 좋은 영향력이 흘러갈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겸손한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근하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