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기부금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온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함께 뭉친 사람들도 있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경기 파주시를 중심으로 십시일반 온정의 손길을 모아 지역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단체다.
최근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방법으로 봉사활동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후원금을 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이다.
경기도 파주 지역을 중심으로 5700여 명의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현재 9명의 독거노인과 15명 소년소녀가장과 저소득층아이들을 8년째 돌보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소년소녀가장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 놀이공원 등을 방문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온라인 커뮤니티(cafe.daum.net/k87)를 통해 자발적으로 회원들이 모였다. 이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경민 대표는 “단순히 물품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인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딱히 정해진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봉사 계획을 공유하고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주 독거노인에게 반찬과 연탄을 배달하고 있는데,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면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알아서 참여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누구나 봉사를 하고 싶어 하지만 시간 때문에 힘들어한다”며 “매주 주말 봉사 계획을 보고 시간이 되면 편한 마음으로 찾아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를 하고 싶다 해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김 대표는 “가입한 회원은 5700여 명에 달하지만 실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은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일단 봉사를 시작하면 스스로 즐거워하며 계속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다고.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단지 반찬을 배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 재료를 준비해 노인들과 봉사자들이 다 함께 나누며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노인들은 단지 배고픔이 아니라 외로움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9명의 노인과 결연을 맺고 수시로 찾아뵙고 있는 김 대표는 여느 봉사활동과 다른 점을 “정을 주는 봉사”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봉사단체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단법인 등 단체를 만들어 운영한다. 반면 이들은 동호회 성격의 봉사를 고집한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알아서 편할 때 모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단순히 후원금을 내는 것보다 직접 현장을 찾아 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재능 기부 등으로 능력껏 도와
봉사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저마다 형편에 맞는 재능 기부를 통해 정을 나누는 것도 이들의 기부 방식이다.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 낡은 집을 수리하고 청소해주는 방식으로 돕는 것이다.
8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소년소녀가장과 저소득층아이를 돌보는 봉사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한 달에 일정 액수를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을 위한 봉사는 계신 곳으로 찾아가지만, 아이들과는 야외로 함께 나가서 즐긴다. 자원봉사센터, 동사무소 복지팀의 추천을 받은 15명의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놀이공원, 박물관, 수영장, 영화관 등을 찾는다.
부모가 사고를 당하거나 이혼을 하는 등의 이유로 어린 시절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있더라도 소득이 없거나 신용불량 상태여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정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김 대표는 “얼굴에 근심이 많던 아이들이, 꾸준히 형·오빠 나이의 봉사자들과 교류하면서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봉사의 효과에 대해 말했다.
▶ 1 파주 금촌 재래시장에서 음식을 장만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말벗이 되어주는 봉사활동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2 기름값이 부족한 노인에게 기름을 지원하고 있는 모습 ⓒC영상미디어 3 파주시 조리읍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가정에 연탄 2000장을 후원하는 행사 모습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지난 12월 12일 파주시 금촌동 봉사활동에 나선 이들은 보일러 기름을 넣어주는 봉사를 했다. 노인들에게 겨울은 넘기기 힘든 계절이다. 추위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기름 비용이다. 김 대표는 “결연을 맺은 노인들이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찾아서 도와주고 있다”며 “도움을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도움을 받는 노인들은 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지금처럼 길이 미끄러운 날 자칫 밖에 나갔다가 미끄러지면 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꾸준히 방문해 보살펴주어야 하는 이유다.
봉사활동에 힘든 점은 없을까. 김 대표에게 묻자 홍보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어야 봉사가 활성화되는데, 활동을 알리기가 어렵다”며 “봉사활동을 알리는 창구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향후 목표에 대해 묻자, “온라인 사이트에 전국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방을 만들어놨다”며 “자발적 자원봉사를 전국으로 퍼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봉사자들 역시 가정이 있다. 가족의 동의와 후원이 없으면 지속적인 봉사가 어렵다. 김 대표는 “나 역시 처음에 가족의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려웠다”며 “봉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은 가족과 항상 함께하는 방법으로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