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세계인이 평화와 화합을 다지는 자리지만 선수들이 저마다 갈고닦은 기량을 펼치는 경기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15종목 102개 세부 종목이 확정되면서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금메달 수가 100개를 넘었다. 알파인 스키부터 스피드스케이팅까지 동계올림픽 15개 종목에서 활약할 선수들을 만나보자.
선수들의 성적에 올림픽 흥행이 달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선수가 대회에서 펼치는 기량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개인의 성적뿐 아니라 나라를 대표해 경기에 출전하는 사명감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60여 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은 누구일까?
알파인 스키는 가파른 내리막길에 표시된 기문을 피해 지그재그로 회전하며 빠르게 스키를 타는 선수들의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종목이다. 알파인 스키 종목은 남녀 활강,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복합과 혼성단체전 등 총 6개 세부종목으로 나뉜다. 이 종목은 다시 속도를 겨루는 활강과 기술을 겨루는 회전으로 구분한다. 대회전은 속도도 빠르면서 기술도 필요한 종목이다. 거기에다 좀 더 속도감을 추가하면 슈퍼대회전이 된다, 속도와 기술을 모두 갖추고 가파른 경사를 질주하는 알파인 스키 선수들은 부상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알파인 스키 여제로 명성이 자자한 미국의 린지 본(33)도 예외는 아니다. 본에게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의 전 여자친구, 스키 여신이라는 별칭 외에도 ‘올림픽 징크스’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도 함께 따라다닌다. 본은 17세 때 미국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을 경험했다. 성공적으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본은 2006년 토리노 대회 활강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훈련 도중 중상을 입어 대회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본은 선수 생명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올림픽에 참가해 활강 8위, 슈퍼대회전 7위를 기록해 기량을 뽐냈다. 이후 2009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활강 부문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본은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 수술했던 무릎이 다시 부상을 입으면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거듭된 재활과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다시 회복한 본은 2015 월드컵 슈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 린지 본 ⓒ연합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린지 본은 최근 캐나다 앨버타주 레이크 루이즈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 알파인 월드컵 여자 슈퍼대회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홍보대사로 임하는 평창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상당한 알파인 강자의 평창 성적표는?
‘스키 왕자’ 오스트리아의 마르셀 히르셔(28)도 부상 때문에 2017년 시즌을 암울하게 보냈다. 히르셔는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알파인 스키 선수다. 월드컵 시즌 랭킹 1위만 6번을 했고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6개나 거머쥔 알파인 스키의 절대강자다. 지난 8월 훈련 도중 스키가 기문에 걸려 왼쪽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히르셔는 최소 6주간 깁스를 해야만 했다. 평창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한 부상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수많은 대회에 출전해 무수히 많은 금메달을 땄지만 올림픽 금메달만은 아직 얻지 못했던 히르셔는 평창만 바라보며 다시 기운을 냈다. 조금씩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히르셔는 미국 콜로라도주 비버 크릭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 스키 월드컵 남자 대회전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렀다. ‘좋아,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재활에만 매진했다는 히르셔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줄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알파인 스키를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포인트다.
평창에서 알파인 스키 데뷔전을 치르는 나라도 있다. 바로 세계적인 마라톤 강국 케냐다. 케나에서는 사브리나 완지쿠 시마더(19)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3세 때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살았던 시마더 선수는 14세에 오스트리아 지역 주 대회에서 3관왕, 17세 때 독일 스키 선수권 대회에 참가해 유망주로 떠올랐고 2016 릴레함메르유스올림픽에 케냐 대표로는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매 경기 때마다 아프리카 눈 표범을 형상화한 표범 무늬 경기복을 입는 것으로도 유명한 시마더 선수는 케냐 선수가 스키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다른 각오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 에리트레아에서도 섀넌 오그바니 아베다(21) 선수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 역시 2016 리우올림픽 이후 알파인 스키의 벤스니크 소콜리(35) 선수가 동계올림픽에 처음 나선다.
한국 알파인 스키의 살아 있는 역사 정동현
▶ 정동현 ⓒ연합
우리나라 역시 주목할 만한 알파인 스키 선수가 있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한국 신기록을 세워 국내 팬을 놀라게 한 정동현(29) 선수다. 기억이 안 날 때부터 스키를 탔다는 정 선수는 국제스키연맹 스키월드컵에 한국 선수 최초로 본선에 진출했다. 정 선수가 한국 알파인 스키에 남긴 기록은 다양하다. 2013~2014년 시즌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 중 최초로 7.74포인트를 받아 마의 10점대 벽을 깼는가 하면 2014년 12월 스웨던 아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회전 부문에서 최종 25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2016년 11월 오스트리아 파스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레이스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해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 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해 또 한 번 한국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제무대에서 제법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는 정 선수는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 선수는 대표 선발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년간 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허벅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 개막이 한 달여 앞둔 동계체전에서 경기 도중 스키 날이 허벅지를 찔러 부상을 입었다. 정 선수는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결국 완주를 포기하고 기권을 택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회전 부문에서 실격, 대회전 부문에서는 41위를 기록했다. 정 선수는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그간 올림픽 무대의 한을 풀 예정이다.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 선수가 평창에서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