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7월 사드배치 문제로 경색되었던 한중 관계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중 관계 해빙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방중 등 한중 양국의 외교 당국자 간 소통을 통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짐이 지난 10월 31일 사드 문제를 봉합하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로 발표되자 해빙 무드가 시작됐다. 당시 양국은 한중 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 2016년 7월 8일 사드배치 공식 발표로부터 1년 3개월 넘게 지속된 양국 간 경색 국면의 해빙을 위한 물꼬를 튼 것이다.
이어 지난 11월 11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합의가 이루어졌다. 회담에서는 확실하게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내년 평창올림픽 기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고, 북핵 문제를 비롯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인 의제도 논의했다.
▶ 지난 11월 11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평창동계올림픽·한중 FTA 관련 협력 전망
11월 13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FTA 후속협상 개시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가 이뤄졌다. 한중 FTA는 지난 2014년 11월 1단계인 상품 분야 협상이 완전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당시 양국은 FTA 2단계 협상인 서비스·투자 부문 후속협상 발효 후 2년 이내인 2017년 12월 20일까지 시작하기로 합의하고 협정 부속서에 명문화시켰으나, 사드 문제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추진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사드배치로 인해 우리 기업이 직면해 있는 어려움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며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의 보조금 제외 조치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 규제를 거론했다.
이 같은 일련의 관계 개선 분위기에 더해 가시적인 조치도 있었다. 지난 11월 28일 중국은 비록 베이징과 산둥성의 오프라인 여행사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8개월여 동안 지속됐던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 금지조치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보면, 속단하긴 어렵지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 교류협력에 대해서는 비교적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배치와 관련됐던 모든 문제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한중 FTA 체결 당시 채택됐던 포지티브 방식(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개방 부문만 명문화하는 방식)과 달리 FTA 2단계 협상에서 한국이 의도하고 있는 서비스·투자 부문의 네거티브 방식(원칙적으로 개방하고 금지 부문만 명문화) 합의도 향후 협상 과정을 거친 후에야 완전히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또 FTA 2단계 협상 개시 선언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교류협력의 확대와 관련된 사안들은 가시적인 성과로 발표되거나 정상회담 이후 긍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은 가시적인 성과 도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 입장 표명 가능성
북한은 지난 11월 29일 새벽,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핵 무력이 완성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도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아베 일본 총리와 각각 전화통화를 가졌으며,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중국 방문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해 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공조가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에 대한 압박 작용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우선 미사일 발사 후 UN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되었지만 의장성명은 물론 최소한의 언론성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입장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있다. 즉,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로 권고했다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중국 나름의 애로사항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유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북한이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은 원유 공급 중단 제재의 지속적인 제기 과정에서 원유 비축 등을 통해 일정 정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1년에 16만 톤 정도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을 선언하게 될 경우 그러지 않아도 북한에 대한 UN 안보리 제재조치를 시행하며 경색되고 있는 중국과 북한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으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북·러 우호관계로 대체될 수도 있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대북 특사로 보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힐난을 받은 처지에 중국이 북한까지 러시아에 빼앗기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카드를 쓰고 나면 더 강한 제재 수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벌써 중국이 이 카드를 써버리면 더 이상 카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중국이 일시적으로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했던 것과 같은 일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입장 표명이 언급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럼에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핵동결 입구’와 ‘비핵화 출구’라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한 핵 해법’과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병행 추진하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쌍궤병행’이 함께 논의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자그마한 성과를 기대해볼 기회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런 기대감을 가지는 게 큰 과욕이 아니었으면 하는 전망을 해본다.
하도형│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안보문제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