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은 대선 당시 ‘도시재생뉴딜 사업’을 첫 번째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정부 출범 후인 지난 5월 국토교통부 내 도시재생뉴딜 사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7월에는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공식 출범하는 등 도시재생사업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제주 원도심의 옛 제주대 병원을 리모델링한 복합예술공간 ‘이아’ ⓒ예술공간 이아
정부는 특히 향후 5년간 해마다 10조 원씩 총 50조 원을 투자해 전국 500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 개선을 본격화할 계획을 천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정착되면 매년 3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도시재생에 새로운 개념이 더해졌다. 바로 ‘문화적 도시재생’이 그것이다. 원래 도시재생은 도시 공동화(空洞化) 문제의 해결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환경정비 및 도시재개발에 집중하면서 도시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 결과 도시재생의 인문학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지역발전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 정책을 정의하면, ‘도시의 문화 가치와 철학이 바탕이 되는 문화 계획을 중심으로 문화와 사회의 가치사슬을 연결해 도시를 재생 및 활성화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발전을 도모하는 종합적 정책과 이에 관련된 사업’을 의미한다. 즉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활동을 통해 침체된 도시 구역의 기능을 다시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의 한 구역이자 핵심 문화 장소로서 성장·발전시키고자 하며, 도시재생에서 문화가 단지 ‘수단’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잠재돼 있던 문화적 가능성을 재발견해 활성화하거나 문화적 가치를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발현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가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 침체된 도시 구역은 도시문화의 생성과 사회적 가치순환을 매개하는 중요 구역이자 도시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원동력을 제공한다. 도시는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침체된 도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도시 발전의 새로운 기반체계를 마련하게 된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여러 양상으로 진행된다. ▲구도심의 낙후 지역을 재활용하는 경우 ▲산업 유산을 기반으로 도시재생을 하는 경우 ▲지역의 전통시장 활성화와 공동체 활동을 강조하는 경우 ▲낙후된 도심에 예술가 공동체를 정책적으로 유치함으로써 도시재생을 도모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재건축·재개발과 문화적 도시재생의 다른 점
폐광 일대를 박물관·도서관 등으로 바꿔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독일 에센 졸페라인 광산,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2000년 개관한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 등은 문화적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본 요코하마의 고가네초는 2005년까지만 해도 유명 성매매 거리였던 지역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도시재생에서 더 관심을 두어야 할 요소는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철학 등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무형 가치이다. 무조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사람이 중심이 돼 ▲예술적인 생태성과 전통의 복원 ▲공동체 활성화 ▲미학성 추구 등을 조화롭게 펼쳐야 진정한 도시재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도시재생은 지금까지 각 지역 도시에서 진행돼온 기존의 재건축·재개발과는 다른 시각에서 도시를 활성화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방안이다. 기존의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침체된 도심구역의 가치와 기억, 건축물의 역사적 의미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새롭게 요구되는 필요 수요에 따라 모두 ‘삭제’하고, 신규로 개발하는 도시기법을 도입했다. 이에 반해 도시재생은 기존의 주민들의 거주환경과 도시 기억을 존중해 건축물, 기반인프라 기초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테두리 안에서 도시의 물리적·경제적·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인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려는 시도다.
또한 도시재생과 문화적 도시재생의 가장 큰 차이는 일반적 도시재생이 삶의 기반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주민 참여하에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하드웨어와 기반인프라 조성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반면, 문화적 도시재생은 삶의 스타일 정착에 초점을 두고 문화 가치에 기초하는 문화 인적 자원과 콘텐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원하면서 문화적인 소프트웨어 중심의 도시재생을 추진하게 돼 상호 구별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물리적 개발은 한계에 달했고 도시만이 지니고 있던 특성도 사라졌다. 주민의 생활환경이 악화되고, 최근 문화·예술 밀집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빈민가의 고급 주택지화)이 심화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물리적 개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시에서 ‘장소 기반의 문화’를 만드는 정책과 사업이다. 문화재생과 도시재생의 협업을 통해 추진해야만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으로 삶의 가치와 스타일을 정착하는 문화계획을 지원하고,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뉴딜 사업으로 삶의 기반환경을 디자인하는 도시계획을 지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도시는 재구축된 사회 기반환경 위에 시민의 삶의 가치와 도시적 스타일을 통합해 문화적 삶의 장소로 도시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뉴딜’을 추진한다.
현재 도시재생특별법상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 문체부가 참여하고 있고, 이와 함께 실무 차원에서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과 국토부의 도시재생기획단 상호 간에 태스크포스의 구성 및 협업이 이뤄진다. 지역에서는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지원을 통해 도시재생 사업과 지역문화 사업을 추진하는 곳에서 문화적 도시재생과 도시재생뉴딜의 분야 및 사업별 협업체계 지원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행정부서(도시재생과, 문화관광과), 도시재생지원센터, 문화재단, 청년활동가, 지역주민, 예술가,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문화기획자를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작가 배병우 씨는 “어딜 가나 똑같은 대도시의 문화적 도시재생은 그 가치와 정체성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고유한 가치이자 정체성의 원형이 되는 역사문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도시재생이 문화적 도시재생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며 “결국 도시재생의 성패는 사람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소통하고, 행정기관과 전문가가 서로 협력해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