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과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뉴딜 시범사업으로 도시재생 추진 방향을 잡고 있다. 문화적인 사람, 활동 공간, 도시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재생시켜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점에 주목해서 각 도시의 특성에 맞는 재생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 부문별 사례를 알아봤다.
문화리더
문화적인 사람이 사회를 만들어간다
원주 ‘청년 G지대 프로젝트’, 춘천 ‘일당백 프로젝트’ 등
지역에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문화 리더를 양성해 도시에 생동감을 부여하자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 문화 리더가 지역 고유의 문화가치가 되어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청년문화포럼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원주의 ‘청년 G지대 프로젝트’가 있다. 지역 청년들의 주도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해 지역 문제를 해소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다. ‘청년마을’을 중심으로 한 지역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사람, 공간, 삶을 담은 청년문화플랫폼을 구축하고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마을’은 지역 문화 인력 양성교육, 지역 청년 멤버십 강화 프로그램, 청년 포럼 등 청년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지역 청년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원주문화재단 측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활동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애정도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강원도 춘천에는 ‘청년 일당백 프로젝트’가 있다. 청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도전정신 기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주로 청년문화 인력의 성장과 네트워크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청년 대상 프로젝트 실행비를 100만 원 지원하고, 멘토링과 정산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지역 기반 활동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춘천의 ‘무한청춘 페스티벌’은 춘천의 지역 자원 및 유휴공간을 활용한 청년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청년 주도의 기획-네트워킹-실행 과정 지원을 통한 청년문화 인력이나 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정착에 기여한다. 청년문화 인력의 성장 관점에서 청년문화축제 및 청년문화포럼 등을 운영한다.
경남 창원의 문화우물사업은 문화 전문 인력 및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례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자원을 발굴해 문화 프로그램 및 콘텐츠 기획, 개발, 실행 등 전문 인력으로 양성, 활용한다. 2014년부터 시행해온 문화우물사업은 자생적인 주민활동을 위해 기획 연수, 선정사업 컨설팅, 유관 마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하면서 공동체의 결속을 회복하고 마을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문화프로그램
문화 활동이 지역을 변화시킨다
부산 미로마을 ‘문화로 통한 DAY’, 강릉 명주골목 ‘그 놀이’ 등
문화프로그램은 기존의 공간과 장소를 활용해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것이다. 문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문화 향유 활동을 지원한다. 문화가 있는 날의 지역 특화 프로그램, 청춘 마이크, 직장인 밀집지역 공연 등이 좋은 예다.
부산 금정구 서동 일대에 위치한 미로마을에서는 ‘문화로 통한 DAY’라는 프로젝트가 열린다. 역사, 문화, 주민들의 삶 등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미로마을은 여러 갈래로 나뉜 길들이 모두 이어진 독특한 공간이다. 골목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 프리마켓, 전시, 체험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도시에 생기를 더한다. 서동 미로시장, 서동 예술창작공간 등을 거점으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강원도 강릉의 명주골목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그 놀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시민, 예술가, 문화상점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해 지역주민들과 교류하고 있다.
서울에서 문화적인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는 단연 성동구 성수동이다. 450여 개 수제화 업체가 밀집해 있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 일대에서는 수제 웨딩슈즈 전시, 공연, 수제화 무료 병원, 장인 공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린다는 뜻에서 ‘매.마.수 풋풋(foot foot)한 성동’이라는 타이틀을 가진게 이 프로그램은 야외공연, 플리마켓, 체험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충남 천안의 독립문화가 있는 날 ‘인팬(Infan)’도 대표적인 지역 문화 콘텐츠다. 천안 신부동 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천안의 ‘독립’ 역사를 주제로 청년예술인, 기획자들이 협업해 만드는 문화예술의 장이다. 인디 공연, 인디 미술 및 전시 체험, 인디 프리마켓, 인디 행위예술 등 독립역사문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열린다.
충북 영동의 자계예술촌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보는 산골예술농장을 운영한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문화가 있는 날, 지역민과 함께 자연을 경험하는 건강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인디고 서원에서는 문학식당이라는 이름의 지역 문화활동이 있다. 인디고 서원은 에코토피아라는 채식 음식점과 함께 넓은 마당을 끼고 있는 운치 있는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전국의 지역서점에서 문학과 음식을 결합한 대중 친화적인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돕고 있다.
문화공간
문화적인 장소가 도시를 재생한다
광명 ‘업사이클 아트센터’, 제주 ‘복합예술공간 이아’ 등
도시재생을 도시의 기능을 상실했거나 활동이 멈춘 공간을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문화와 예술공간으로 변화시켜 사회적 가치와 기능을 가진 장소로 재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버려진 폐산업시설의 문화재생, 생활문화센터 조성 및 지원, 미디어센터 조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 1, 2 광명 업사이클 아트센터 내부 모습과 외관 ⓒ광명업사이클센터
경기 광명의 ‘업사이클 아트센터’는 쓰레기 소각장과 부속공간을 활용해서 만든 공간이다. 쓰레기 소각장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업사이클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하는 생산기지, 연구소, 문화예술 전시 체험 교육공간 등이 조성되어 있다.
경기 부천의 ‘부천아트벙커39’ 역시 용도 폐기된 생활쓰레기 소각장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한 사례다. 공연·전시 공간, 교육 프로그램 공간, 작은 도서관을 품은 레스토랑과 키즈 스페이스, 나무숲 등 힐링 공간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돕는다.
경기도 시흥의 시흥문화발전소 ‘창공’은 시화공구상가의 지하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시흥스마트허브와 공구단지 근로자들이 문화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요구에 맞는 체험 프로그램을 발굴해서 특성화된 문화예술 활동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우리 동네 기념품 제작 프로그램 등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린 활동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제주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이아’는 제주대학교 병원을 리노베이션해서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장, 연습 공간으로 운영하고,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술창작의 거점으로 조성한 곳이다. 지역과 긴밀한 연계를 통해 원도심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이나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주부 대상의 몸짓학교가 반응이 좋다.
충북 청주의 청주생활문화센터는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생활문화 공간이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골목길, 소규모 강연, 세미나 등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진다.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재봉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의 시민놀이터는 24시간 개방형 생활예술거점 공간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동호회의 연습 공간이자 시민 문화 교류 공간이다. 동문예술거리와의 유기적 연계 및 자발적, 자율적 시민 참여 운영 모델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전국의 벤치마킹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인천 주안에 위치한 영상미디어센터는 시민 누구나 뉴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방송에 참여하는 퍼블릭 액세스를 활성화해서 마을 방송이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주안미디어문화축제 등 미디어 공동체 확산을 활성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문화도시
문화적인 도시가 시대를 이끈다
남원, 천안, 청주 등 도시별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 3 충남 천안시에서 전국 문화기획자, 크리에이터, 콘텐츠 제작자 등 서브 컬처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포인츠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 4 전북 남원시의 열린 문화공간 ‘남원루’ ⓒ 남원문화도시사무국
문화적인 사람과 공간, 프로그램이 복합적으로 도시의 문화적인 재생을 종합 지원하는 정책이다. 쉽게 말해 ‘문화적 도시재생’에 특화된 문화도시를 육성하는 것이다.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북 남원은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소리문화를 중심으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 남원을 조성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시민과 문화기획자가 함께 새로운 도시문화를 꿈꾸고 실현하는 ‘꾼’ 프로젝트, 문화시민들이 함께 꾸미는 축제 ‘판 페스티벌’, 소리 문화를 주제로 국내외 사운드 아티스트들이 시민과 함께하는 사운드아트레지던스&워크숍을 추진 중이다. 남원 도시 전체와 예술의 거리, 광한루 일대에서 이뤄진다.
충남 천안은 문화 콘텐츠와 문화산업이 시민의 생활과 결합돼 문화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다. 청년들이 도시를 연구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챌린지 프로젝트, 문화도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결합한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원도심 살리기 프로젝트인 ‘명동빌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천안 원도심 일대와 아트큐브136, 중앙동 명동거리, 천안역 일원에서 진행된다.
▶ 충북 청주시에서는 문화시민 참여 사업으로 ‘문화 10만인 소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2 천안의 문화기획 챌린저 리그 현장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충북 청주와 강원 원주는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2년 차다. 청주는 문화생태계 네트워크를 시민과 연결해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도시를 조성했다. 폐연초제조장 창고를 시민의 문화놀이터 및 모임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시민들과 문화도시가 교감하는 축제구간 ‘문화사이다’, 문화를 알고 문화를 즐기는 사람의 온라인 정보 플랫폼인 ‘문화 10만인 소셜 클럽’ 등을 운영 중이다.
강원 원주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은 그림책을 테마로 조성했다. 그림책을 테마로 문화적인 도시를 상상하며 그려나가는 문화도시 원주를 조성한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고 꿈꾸는 그림책 놀이 프로그램, 그림책과 관련된 일상생활 속 접근법으로 시민들의 흥미와 재미를 자극하는 그림책 큐레이션, 그림책 관련 전국의 활동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문화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소리문화도시 남원에서 작은 도시의 가능성을 보길 바랍니다”
전북 남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한 문화특화지역 사업의 첫 번째 도시이자 좋은 모델로 꼽히는 곳이다. 남원 문화도시사업추진위원회 신동근 국장을 만났다.
▶ 신동근 남원 문화도시사업추진위원회 국장
문화특화지역 사업의 첫 시작은 어땠나?
2014년 본격적으로 문화특화지역 사업에 착수했다. 처음이라 당시에는 노하우가 없었다. 지역주민과 각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서 10개월간 긴 회의를 했다. ‘진짜 문화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공통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방향을 설정했다. 험난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소리문화도시’라는 주제를 만든 배경은?
남원은 지리산, 춘향, 판소리 같은 문화적인 콘텐츠가 많다. 처음에 사업의 방향을 ‘문화시민’으로 잡았다. 문화시민이 되어야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건강한 문화의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했다. 남원의 판소리에는 삶의 이야기도 있고, 음악 형태도 있고, 전시 성격도 있다. 소리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한 뒤에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봤다.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본 것이다.
현재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시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열 개 정도 있다. 판 페스티벌, 춘향제 등 전통예술축제로 평가받는 큰 행사이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를 지향한다. 남원의 일상생활, 자연의 소리, 시민들의 살아가는 소리를 다양하게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민이 아닌 외부 사람들을 위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올해는 사운드 디자이너, 예술가들에게 남원의 소리를 찾게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문화특화지역 사업의 성과는 어떻게 보나?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가 중심인 사업이다. 문화시민, 문화의식 부분을 단기적인 성과로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시민들이 소비자 역할뿐 아니라 생산자 역할도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시민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문화적인 다양성을 향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화적인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향후 사업 계획과 도시재생의 비전은?
시작과 끝은 시민이다. 시민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시민들이 도시재생으로 확충될 공간에서 문화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도시재생의 목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원은 아주 작은 도시다. 작지만 강한 시민문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대표 소리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기를 원한다.
▶ 예가람길 일대에서 공연무대로 사용되고 있는 파빌리온 ‘南1光1루’는 남원 고등학생들에게 건축을 경험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남원문화도시사무국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