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도시재생’은 문화를 통해 침체된 도시구역을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문화가 도시재생의 중요 가치이자 구성요소이며 동시에 실천적 방법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짚어보면 먼저 넓은 의미에서 문화란 ‘인간의 사회활동에 의한 사회현상 및 작용과 결과물의 총체’로 정의되는데, 이는 도시가 그 사회를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문화는 도시라는 그릇에 담기는 중요 가치이자 핵심 내용이 된다. 따라서 문화는 도시에서 필수 가치이자 구성요소인 것이다. 그만큼 문화와 도시재생은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회적 도시현상의 총체가 되는 문화를 올바르게 담아내는 과정이 있어야만 사회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도시재생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정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원천적 의미에서 보면 문화운동과도 같다. 사람이 문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정주 가치를 회복하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일상에서 느끼고 체감하는 문화 감성 그대로의 본능으로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고 감동하며 자기 삶의 철학을 만든다. 연극을 보며 울고 웃고, 음악을 듣고 즐기면서 자신을 새롭게 정화하고 살기 위한 힘을 충전한다.
이같이 문화는 단 한순간만으로도 사람에게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올바른 생각과 의지를 만들며 세상을 새롭게 보는 지평을 열어준다. 이것이 문화적 소프트파워가 가진 저력이며, ‘문화적 도시재생’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이 자기 삶의 모습을 새롭게 변화시켜나가는 문화운동으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
나아가 ‘문화적 도시재생’은 사람의 새로운 생각으로부터 도시를 사회 패러다임에 맞게 재구성하는 실천적 방법론이 된다. 이는 문화의 속성과 같아 도시에 원래 있었던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새롭게 해석해 가치 있는 무언가로 만들며, 사회·경제적으로 효과를 생성한다. 이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운데 성장시키는 문화로서 도시재생에서 추구하는 주인으로서의 시민의식이자, 도시가 자생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사회적 힘의 원천이 된다.
이처럼 ‘문화적 도시재생’은 그 추진과정에서 올바른 시민의식이 생겨나고 사회 발전의 새 좌표를 제시하는 가치를 갖는다. 특히 우리 도시가 맞닥뜨린 개발 한계의 상황에서 모든 것을 없애고 다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신개발의 논리가 아니라, 도시가 이미 품고 있는 가능성에 근거하는 유(有)에서 새로운 가치와 성장동력의 신유(新有)를 만드는 문화적 도시재생의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문화가치를 바탕으로 도시를 경영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될 것으로 판단돼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문화적 사회 거버넌스’에 청년들 차세대 리더로 참여해야
그렇다면 ‘문화적 도시재생’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무엇보다 먼저 ‘문화적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문화적이면 곧 그 도시는 문화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특히 문화적 프런티어 정신을 갖춘 사람들이 도시를 이끌어가는 사회 리더 역할을 해야 하며, 공공은 보이지 않는 후원자로서 역할하고 상호 사회적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민관 파트너십으로 ‘문화적 사회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시에 사는 청년들이 ‘문화적 도시재생’의 차세대 리더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청년세대의 일거리를 만드는 작은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사회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민의 문화적인 생각과 행동이 일상에서 문화로 발현돼야 한다. 지금 지역에서는 70대 할머니가 시를 쓰고, 10대 청소년들이 문화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토론하고 있으며, 40대 중년은 밴드를 하며 인생 2막의 새로운 삶을 즐긴다. 또한 20~30대 청년세대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문화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일상에서의 문화 참여 활동으로 문화재생의 씨앗들을 심어나가고 있다.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실천할 때 이는 사회보편적인 행동철학으로 작동하며, 도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셋째, 도시 안에서 ‘문화적인 장소성’을 재구축해야 한다. 최근 도시에 방치되고 버려진 유휴공간들이 문화를 통해 도시의 ‘앵커시설’로 되살아나고 있다. 단순히 버려진 공간이나 시설을 문화 용도로 리모델링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공간에 문화인들이 모여 장소 기반의 문화를 만들고, 시민들이 함께하는 경험과 교감이 있으며, 옛 기억으로부터 쌓여온 공간의 사회적 의미가 새로운 기능으로 정착돼 문화적인 혼(魂)으로 깃들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진 문화적 장소가 된다. 특히 이와 같은 장소들이 문화 플랫폼이 돼 도시 안에 전략적으로 배치되고 사회 연결 허브로 기능하면서 도시 성장 및 발전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창의문화지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넷째, ‘문화적인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 도시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온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한 사람보다 오래 살아온 하나의 사회적 존재이자 생명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시는 그 자체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연결돼온 모든 기억을 담은 ‘저장대창고’이기도 하다. 도시가 저장하고 있는 기억, 그 자체를 문화이자 콘텐츠로 인정해야 하며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테제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창고 깊숙이 묻혀 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꺼내 잊히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가치로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더 나아가 도시의 과거가 현재와 만나 미래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동시대적 접근으로 문화적인 시간이 도시의 새로운 가치와 지속 가능한 발전동력을 생성하는 전환기법을 시도해야 한다.
다섯째, 도시를 다시 만들고 회복하는 재생 과정을 문화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시설이 먼저가 아니라 문화적인 사람들이 모여 도시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시재생의 원칙을 형성하고, 그들의 일상적인 문화생활이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며, 이들이 활동하면서 도시의 새로운 에너지와 효과를 만드는 문화장소들이 생겨나야 한다. 이를 통해 문화적인 사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바로 이것이 ‘문화적 도시재생’ 과정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여섯째, 문화의 소셜 임팩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와 연결되는 가치사슬을 만들어 사회·경제적으로 효과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함께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사람 중심의 사회 실험이 주를 이뤄야 한다.
특히 도시의 어린 세대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도시가 다음 사회를 만들어나갈 문화적 힘을 비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유형의 문화적 도시재생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소셜 임팩트를 생성하는 크리에이터로서 문화기획자의 가치를 존중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문화적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한 종합적 정책구도 형성이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체 정책으로 문화적인 사람, 프로그램, 공간 조성,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법적 문화도시 지정까지 문화적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주요 정책과 사업으로 구조화해서 전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역은 정책과 사업이 펼쳐지고 다시 모이는 총합의 결과 지점이다. 문체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의 정책과 사업은 지역에서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특히 삶의 기반환경을 재구축하는 국토부의 ‘도시재생뉴딜 사업’과 삶의 스타일을 생성하는 문체부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이 협력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공공이 추구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서 삶의 가치와 질적 전환을 시도하는 정책으로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우리 도시에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가치와 철학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살펴보고, 동시에 그 가치와 의제들을 짚어보면서 문화적 도시재생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조광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