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 경상북도는 도내 민관군이 한뜻으로 뭉쳐 규모 5.4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포항에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포항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지역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특히 비슷한 피해를 입었던 경주시의 경우 지난해 피해 극복에서 얻은 교훈이 많다.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경북 경주 인근 내륙에서 발생했다. 경주는 물론 울산, 대구, 부산까지 뚜렷하게 감지된 지진이었다. 포항과 경주는 예로부터 한 문화권을 형성해온 이웃도시로 작년에 울산과 함께 환동해권 최대의 도시 연합 ‘해오름동맹’을 출범시켰다. 그만큼 인연이 깊다.
경주시의 지진, 건축물 안전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대길 도시개발국장은 “다행히 인명사고나 건물 붕괴 같은 큰 사고는 없었다”면서도 “오래된 한옥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국장은 “예기치 못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포항이 지진 피해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경주는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에게 지진 피해 극복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경주시
Q 경주 지진 발생 상황을 설명해달라.
A 지난해 관측 사상 유례없는 9·12 지진으로 경주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인명사고나 건물 붕괴 같은 큰 사고는 없었지만, 경주는 오래된 한옥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기와가 흘러내리고 노후화된 담장이 무너지는 피해가 많았다. 특히 전통한옥지구인 황남동의 피해가 심했다. 지진 이후, 경주 시민의 의연한 대처와 국군장병, 경찰, 공무원,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빠른 시일에 복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전국에서 보내준 성금과 지원은 복구에 큰 힘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Q 갑작스러운 지진 당시, 경주시는 어떻게 대처했나?
A 경주시는 지진 발생 10분 만에 시장 주재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재난상황실을 운영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문자와 방송으로 주민 대피를 유도했다. 비상 소집된 공무원들이 각 지역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주민 대피 장소의 안전도 세심하게 살폈다. 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육청과 피해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안전한 귀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피해 상황과 지진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해 불안감 확산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Q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중앙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나?
A 경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지진으로 평년에 비해 관광객이 47% 감소했고, 특히 수학여행단 일정이 대부분 취소되어 재정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각종 행사를 우선적으로 경주에서 개최하는 등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국비 지원율을 약 17%로 상향,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여기에 보상금을 복구 이전에 선지급해 신속하게 복구가 이루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국세 납부 유예와 지방세 외에도 건강보험료, 전기, 통신, 도시가스, 지역난방 요금 등을 추가로 감면받았다. 주택 복구를 위한 자금 융자도 저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받았다. 지진 상황에 맞는 중앙정부의 새로운 피해 보상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지진 피해를 수습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A 경주시 지진 피해의 대부분은 오래된 기와의 파손이었다. 기와 전문기술자도 부족하고 기와 종류도 다양해 틀을 다시 제작하는 등 기와 수급의 어려움으로 복구가 지연되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듣고 전라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전문 와공들이 복구 현장으로 달려와줬다. 기와 역시 각계 각지의 기증으로 충분한 양이 확보되어 빠른 시간 내에 복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경주가 지진 피해로부터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전 국민들이 보내준 따뜻한 손길이었다.
Q 지난 1년 동안 경주시는 지진 안전 대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A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안전도시 경주 만들기였다. 먼저, 지진 대응 요령 매뉴얼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전 시민에게 보급했고, 지진대피소 132개소를 지정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경북교통방송(TBN)과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재난방송 핫라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재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 11월 17일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구한의대 김성삼(흰 가운 입고 앉은 사람) 교수가 이재민을 상대로 심리 치료 활동을 펴고 있다. ⓒ연합
Q 경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포항에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사항은?
A 시민들의 안정이 우선이다. 물리적인 복구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주시도 지난해 지진에 따른 우울증, 상실감, 불안, 두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있었다. 지진 트라우마를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보건소와 관내 의료기관의 전문가들이 전담팀을 꾸려 심리치료를 집중적으로 해나갔다. 노약자들이 많은 관계로 전화와 내방상담을 통해 찾아가는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또한 정신건강 고위험군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경주시는 최근 증가하는 자연재난, 안전재난, 사회재난 등 각종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경주시 재난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Q 향후 준비 중인 대책은?
A 경주 9·12 지진과 이번 포항 지진을 통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확산되었고, 실질적인 지진 대비 정책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다. 특히 지진 관련 연구자료와 정보, 지진 대응 매뉴얼 부족으로 국민들의 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지진조사연구, 지진방재연구, 지진 전문인력 개발과 지진관측, 내진실험 등 전문적인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시는 작년 10월 정부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의 경주 유치 당위성을 강력히 건의했으며, 현재 경상북도에서 해당 기관 연구용역을 완료해 중앙부처와 협의 중이다. 또한 지진 발생 시 신속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지진관측소 4개소를 관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동해안 지진해일 발생 시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위해서도 지진해일 예경보시설 5개소를 추가로 설치 중에 있다. 지진에 따른 사유시설 피해에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풍수해보험료도 시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시에서 적극 권장해 지진 이후 가입률이 10배나 증가했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