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있게 세상을 풍자하는 ‘벤트 아티스트’ 테리 보더의 작품이 한국을 찾는다. 셰익스피어의 명작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뮤지컬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뮤지션 이적이 이별을 맞은 사람을 위해 쓴 동화책, 장애인 부모와 아들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등 이번 주에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벤트 아트로 전하는 위트와 감동
전시│테리 보더:먹고, 즐기고, 사랑하라!
철사를 구부려 예술작품을 만드는 ‘벤트 아티스트’ 테리 보더의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보더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빵, 과자, 수저, 립밤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벤트 아트 기법으로 재창조해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작품은 삶의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인간 존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블랙 유머가 주를 이룬다. 흰 계란이 유색인 전용이라고 적힌 부활절 바구니 앞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담은 ‘왕따 계란’이 대표적. 이번 전시는 보더가 작업한 사진, 입체작품, 애니메이션, 메이킹 영상까지 총 8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기간 12월 30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문의 02-736-4371

햄릿이 던지는 묵직한 선율
뮤지컬│햄릿:얼라이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홍광호, 고은성 등 인기 뮤지컬 배우가 대거 등장해 공연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가상의 도시 엘시노어에 왕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자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햄릿의 어머니이자 여왕인 거트루드는 클로디어스와 재혼을 하고 이 때문에 햄릿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다. 어느 날, 햄릿 앞에 아버지의 망령이 나타나 자신을 죽인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해달라는 말을 남긴다. 아버지의 죽음에 클로디어스가 연관됐다고 확신하는 햄릿은 복수를 다짐한다.
기간 2018년 1월 2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문의 1544-1555

방 안에 갇힌 영웅의 작은 서사시
연극│히킥고모리
3년째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게임 속 판타지 세상에서만 살던 ‘히킥고모리’가 방을 나와 세상 밖으로 나서게 되기까지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히킥고모리’는 경기문화재단의 전문예술창작지원 공모에서 지역 초연 작품으로 선정됐다. 히킥고모리 태성, 태성의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 ‘모리’, 실제로 만난 적 없지만 게임 속에서만큼은 태성의 히로인인 ‘안단테’, 태성이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방문 밖의 엄마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제3회 벽산희곡상 수상자 김세한 작가, 연극 ‘무인도 탈출기’ 윤상원 연출 등 최고의 창작진과 기술 스태프가 참여해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기간 12월 10일까지 장소 대학로 달빛극장 문의 010-9213-4576

세상 모든 외로움과 절망을 마주하는 시인의 간절한 부름
책│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해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서정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신용목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서정시의 혁신’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아무 날의 도시>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시집에서 사회 현실을 자신의 삶 속에 끌어들여 더욱 확장된 시 세계를 선보인다. 슬픔과 상처를 연민에 찬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섬세한 비유와 세련된 이미지, 탄탄한 시적 구성이 돋보이는 견고한 시편들로 구성됐다. 2017년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공동체’(외 9편)를 포함하여 모두 70편의 시가 수록됐다.
저자 신용목(창비)

소리 없는 진심을 전하러 갑니다
영화│아들에게 가는 길
다수의 독립영화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최낙권 감독의 신작이다. 제17회 장애인영화제 경쟁부문 우수상과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와 소통하며 커나가야 하는 아들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부부 보현(김은주 분)과 성락(서성광 분)은 하나뿐인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잠시 동안이나마 시골에 있는 할머니에게 맡긴다.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시간만큼 아이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럴수록 부부는 아들에게 더욱 진심으로 다가서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개봉일 11월 30일

엇갈린 기억에서 마주한 진실
영화│기억의 밤
치밀한 구성과 날이 선 서스펜스가 살아 있는 시나리오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20년 전 살인사건에 얽힌 엇갈린 기억으로 서로를 의심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된 형 유석(김무열 분). 동생 진석(강하늘 분)은 형이 납치된 후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납치된 지 19일째 되는 날 돌아온 유석은 그동안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납치당했다 돌아온 이후 어딘가 변해버린 유석을 의심하던 진석은 매일 밤 사라지는 형을 쫓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다.
개봉일 11월 29일

그곳으로 돌아가셨대요
책│어느 날,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그림책이다. 배꼽인사를 하라며 꿀밤을 주던 할아버지가 인사도 안 받고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그저 갑작스럽고 낯설다. 돌아가셨다는 것은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슬픈 거라고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침이면 약수터 가자고 방문을 벌컥 열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고, 얼굴을 간질이던 까칠한 수염의 촉감, 할아버지의 냄새도 여전한 것 같은데 정작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안 계신다는 사실을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저자 이적(웅진주니어)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