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이 주민생활에 효율적으로 적용되려면 지역 간 협업이 필요하다. 자치단체 간 협업은 주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는 국가와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수 요소인 셈이다.

▶ 위례신도시가 위치한 3개 자치구는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행정안전부는 위례신도시 사례를 바탕으로 앞으로 자치단체 간 협약 우수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6월 27일 입주를 시작한 군 관사 ‘위례스타힐스’ ⓒ연합
지난 2009년 첫 삽을 뜬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경기 하남시 등 총 3개 지자체에 걸쳐 조성됐다. 위례신도시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자 주민들의 불편사항이 접수됐다. 3개 지자체에 공동으로 조성된 지역이라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행정구역이 달라 경찰과 소방 출동 문제부터 공공시설 이용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항을 바로 해결할 수 없어서 주민의 불편함은 갈수록 커졌다.
네트워크 지방행정체계는 위례신도시 사례처럼 생활권과 행정구역 불일치 때문에 주민이 겪는 불편함을 자치단체 간의 협력으로 풀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인구 감소, 고령화 같은 문제로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지역의 행정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할 필요성도 감안됐다.
정부가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을 위해 내놓은 중점 추진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치단체 간 업무 연계로 행정상 지정된 구역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주민이 생활구역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생활권과 행정구역 불일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상대로 생활불편사항을 조사한 결과 22개 시군구의 10개 지역에서 교통·폐기물 처리 등 총 22건의 불편사항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본 위례신도시가 대표적 사례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주민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경기도,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경기 하남시 등 관련 지자체가 한자리에 모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사항은 교통문제, 폐기물 처리문제, 공공시설 이용문제 등이다. 업무협약을 위해 모인 지자체는 행정구역별로 나눠진 도서관을 지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쓰레기봉투 판매점을 다양화하는 등 함께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데 힘썼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은 분야별로 실무협의체를 만들어 주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위례신도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수 협력사례를 발굴해 자치단체 간 협력이 전국으로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광역자치단체가 주도하고 관할 기초자치단체가 협력해 주민 불편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자치단체 간 협약제도를 도입한 경우 행정·재정적으로 우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치단체 협력으로 주민 불편 해소
특별자치단체 등 별도의 법인체를 설립해 자치단체가 자치권을 가지는 ‘광역연합제도’도 도입한다. 광역연합제도는 행정구역을 통합하지 않고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광역 단위 사무를 처리하는 법인체를 말한다. 예를 들면 수도권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이를 전담하는 법인을 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역연합제도는 현재 행정구역은 그대로 두고 여러 지자체가 얽혀 있는 업무나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자치단체가 각각 업무를 이양해 광역연합에서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처리하면 광역권을 초월한 행정 수행이 가능하다.
자치단체와 특별지방행정기관 간 협업도 강화된다. 그간 자치단체와 특별지방행정기관은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저마다 소관 업무에 치중한 나머지 연계·협력이 부족해 주민의 불편을 야기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치단체와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상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 복지, 안전 등 분야별로 통합 운영모델을 마련해 협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자치단체가 서로 합의하에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할 경우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에는 시군 간 통합할 때는 보통교부세 총액의 6%를 10년간 지원 받는 등 행정·재정적 지원이 명문화돼 있다. 또한 자치단체 간 자율협의체를 구성해 관할구역의 경계를 조정하는 ‘관할구역 경계조정제도’도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한다. 두 번째로 주민 참여를 통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협력·협치 문화를 확산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를 위해 중앙분쟁조정위원회 중심으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통합해 ‘공공갈등조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한다.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시도 간 또는 시도를 달리하는 지역 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조정하고 특정구역의 자치단체 귀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방과 지방 간의 분쟁을 조정한다면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과 지방의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기구다. 두 기구를 통합한 공공갈등조정위원회는 업무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공공부문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매진할 수 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문제로 진행됐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 빛을 발한 숙의토론도 도입한다. 주민이 지역 현안에 대해 활발히 토론하고 숙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민 간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협력과 협치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에 숙의가 확산되면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가와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가 주민 삶의 질 높인다”
하민지 연구위원은 “산업과 인구의 지역 간 편재, 지역 간 재정력 격차가 발생하면서 행정서비스 공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가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연구위원은 “교통·통신 등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통학, 의료, 금융 등 사회적·경제적 권역의 범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과 주민생활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는 지방자치단체 간 공동처리, 연합 등의 방식을 통해 급격한 환경 변화와 고정된 공간을 넘나드는 문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 위원은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가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세 가지 꼽았다. 동일한 권역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치단체 간 인적 교류를 통해 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행정구역을 벗어난 긍정적·부정적 효과에 대한 비용편익 부담과 공공서비스의 과소·과잉공급 문제, 지자체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과 소모적인 경쟁을 줄여 지역주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 위원은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 혐오시설 설치문제부터 주민의 일상생활 영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로, 항만, 공원, 의료시설까지 주민의 삶에 밀접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므로 이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하면 국민 삶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민지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