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은 성공적인 자치분권으로 가기 위한 열쇠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을 위해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하는 정부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 조정은 물론, 지차체에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실질적 재정분권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 지난 9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재정분권 국민 대토론회의 모습 ⓒ뉴시스
자치분권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핵심 요소로 꼽히는 것이 재정분권이다. 지방자치의 지방분권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주민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결정해 직접 수행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만 행정과 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는 진정한 ‘자치분권’이 가능하다. 자치분권 논의에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지역의 살림살이를 꾸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는 것은 가용재원의 확보다. 즉 안정적 재정의 확보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자치분권의 핵심인 셈이다.
정부 역시 자치분권의 성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 재정 확보와 효율적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자치분권 논의에서 재정분권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정의 자립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수도권 이외 지역의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자치분권 로드맵(안)’에 따르면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지방자치단체가 수도권은 29%(지자체 66곳 중 19곳)인 반면 비(非)수도권의 경우 81%(지자체 160곳 중 130곳)에 이른다.
복지비의 증가와 지역 개발 확대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지방 세출에 대한 부담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수입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세의 규모와 신장성이 국세의 그것과 비교해 제한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보와 운영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 때문에 지방의 재정운영 자율성 역시 일부분 저해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수입원인 지방세를 확대하면 상당수 지자체가 이 같은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까. 문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세원의 불균형으로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재정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세 확대 방법만으로 지자체의 재정을 확충해주게 되면 오히려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자체들이 겪고 있는 재정 확보와 운영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중심으로 재정분권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지방의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현재 8 대 2 정도인 국세와 지방세 간 비중을 점차 7 대 3을 거쳐 6 대 4의 비중으로 개편해 지방재정을 확충해주겠다는 것이다.
세수의 신장성과 안정성이 높고 지역의 경제활동이 지방세수로 연결될 수 있는 소비·소득과세, 즉 지방소비세의 비중을 늘려 지방소득세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지방세 확충을 지원한다. 또 새로운 세원 발굴을 위한 지자체의 자체 노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놓았다. 과세 대상별 외부불경제 효과, 과세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석유 정제·저장시설 같은 지역자원시설세의 과세 대상을 확대해주는 식으로 지자체의 자주적 재원 확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기업 감면 등을 합리적으로 재설계해 비과세·감면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재정 자율성·책임성도 확대
정부는 지자체의 자주적 재원 확충 방안과 함께 지방재정의 균형 기능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지방세 확대를 전제로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재정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배분의 균형 기능 강화’와 ‘지방소득세의 자치단체 간 공동세 도입’ 같은 세수 일부를 활용한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장치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방세 확대 시 증가한 세수 일부를 지역 상생발전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확대 개편해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 대응사업이나 자치단체·지방공기업의 저리융자 같은 자치단체 지원사업 등의 투자에 활용하게 할 계획이다. 지방교부세율 상향 조정 등 균형발전 재원으로서 교부세의 역할 강화를 포함한 제도 개선에도 나설 예정이다.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도 확대한다. 지방자치단체 의회 경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총액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게 하고, 현재 시·도의 경우 200억 원인 중앙투자심사 대상 사업의 기준을 300억 원으로 완화시키고 타당성 조사의 중복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또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는 자치단체 채무 한도액 설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하는 등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자율성이 제고되는 만큼 재정정보공개와 주민 참여 예산제도의 확대 같은 책임성 역시 확대한다. 재정정보공개 및 주민 참여 예산제를 확대하는 것은 주민에 의한 재정 통제를 강화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출 효율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또 고액·상습 체납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등 지방세 체납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주민이 ‘체납징수전담반’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가 하면 모바일 송달·납부, 자동채움 전자신고 등 주민들의 지방세 납세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자치분권 논의에서 재정분권이 중요한 이유다.
“재정 확충·세원 발굴 위한 지자체 자율성 보장돼야”
“재정분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 나아가 논의가 활발한 자치분권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꼽힐 만큼 중요합니다. 세율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수입원인 세원을 다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지방재정 확충과 안정을 꾀하는 재정분권 강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치분권과 지방재정 분야 전문가 이용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재정분권 강화 방안에 대해 한 말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의 재정 문제는 중앙정부와 비교해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세원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며 “세원의 크기와 범위가 작고 좁은 지금의 지방 상황을 변화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세원 확대 방안 없이 세율만 높이는 방향으로 지방재정 확충에 나서게 되면 자칫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지방재정 격차는 비단 중앙정부 대 지방자치단체 구조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 간, 특히 수도권 지자체와 비수도권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재정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지방세 등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하면 자칫 세원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정분권 강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세원 확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세원의 다원화에 대해 “지자체 스스로 세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방 현장에서 세원을 좀 더 발굴하고 늘릴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자체 스스로 그 같은 기획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치분권 과정에서 재정분권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지자체의 재정 자립과 확충을 위한 심도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용한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조동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