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중 자치분권을 선도하고 있는 지역은 단연 제주다.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제주는 여러 과정을 거치며 자치분권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자치분권이 가져온 변화 덕분에 제주는 어느 지자체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지난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사회·경제·문화적 특수성과 독자성을 확보한 제주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 자치분권을 대표하는 모델로 키우고자 하는 결정이었다. 중앙정부가 이임한 자치권을 바탕으로 모범적인 자치분권 모델을 구현하고 규제 완화와 특례를 활용해 세계 어느 지역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길 바랐다.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제주는 11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총 4537건의 제도가 특별자치도의 자치권 강화에 밑바탕이 될 내용으로 다시 태어났다. 1차 제도 개선은 2006년 2월 21일 지정된 제주특별법이다. 특별자치도 출범의 근거가 담긴 법안에는 1062건의 제도 개선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제주를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하고, 조직·인사·재정의 자율성을 갖고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또 전국 최초로 감사위원회와 자치경찰단을 신설했고 특별행정기관 7개가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비자 입국이 확대되고 국제고 설립이 허용된 것도 이때다.
2차로 핵심 산업의 중심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자유도시 여건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278건의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교육, 관광, 의료, 청정 1차, 첨단산업을 육성해 제주의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될 산업을 육성시키는 것이 2단계 제도 개선의 핵심 내용이었다. 3차는 제주가 농지 및 도시 개발 권한을 이양 받는 등 관광 3법에 대한 제도를 개정했다. 365건의 제도가 개선되고 이로 말미암아 제주가 관광산업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4차는 2134건의 제도 개선으로 국제학교에 내국인 입학 자격이 생기고 자치재정을 운용하는 데 자율성을 부여받는 등의 변화를 모색했다. 5차에서는 자치경찰이 통행금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신설되고 지하수 개발·이용이 허가되는 등 특례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자치분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꾸준히 이뤄지는 가운데, 제주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 제주는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이래 여러 단계를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그 결과 관광, 교육, 청정 1차 산업, 첨단산업 등이 제주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제주 서귀포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을 마치고 환호하는 해녀들 ⓒ연합
지역총생산 5조 4000억 원 증가
먼저 제주도의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첫 해인 2006년 제주도의 인구수는 56만 1695명이었다. 2006년부터 조금씩 증가하던 제주 인구는 2013년에 이르러 ‘인구 60만 시대’를 열었다. 그러다 2016년에는 인구 65만 명을 돌파해 점차 빠른 속도로 인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순유입 인구(유입인구에서 유출인구를 뺀 수치)를 보면 제주의 인구증가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순유입 인구는 2010년을 기점으로 증가했다. 2010년 437명, 2011년 2342명, 2012년 4873명, 2013년 7824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2014년에는 순유입인구가 처음으로 1만을 넘어 1만 1112명을 기록하고 2015년에는 1만 4257명으로 집계됐다. 제주 이주를 결정한 사람들은 쾌적하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용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제주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자치분권을 시행해온 결과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국제자유도시이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성장한 것 역시 제주에 생긴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2006년 8조 5000억 원 규모였던 지역총생산(GRDP)이 2014년에는 13조 9000억 원에 달해 5조 4000억 원의 증가를 가져왔다. 경제성장률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2014년 제주의 경제성장률은 4.8%를 기록해 전국 평균인 3.3%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별자치도 시행 이전의 제주는 전국 평균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었기에 시행 이후 제주의 경제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다른 변화보다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관광객 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면서 2013년 ‘제주 방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열렸다. 특히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다. 2007년 46만 명에 그쳤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5년 262만 4000명을 기록하며 약 6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재정 분야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특별법에는 ▲지방교부세에 관한 특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특례 ▲제주특별자치도세 신설과 세율 조정 등에 근거해 자치재정을 확보했다. 제주의 지방세는 2006년 4337억 원에서 2015년 1조 1240억 원 규모로 159.2%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 71.9%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재정인센티브 지원제도 역시 제주 자치재정 확대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인센티브 지원제도는 국세징수액 전국 평균 증가율보다 높을 경우 일정한 기준에 따라 증가액 일부를 제주특별자치도에 교부하게 돼 있어 제도 시행 이후 2016년까지 약 467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다. 2011년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 받은 세율조정권도 빼놓을 수 없다. 세율조정권은 지방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는 특례규정으로 역외세원 확충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제주는 이 같은 자치재정제도를 바탕으로 전체 예산규모가 2006년 2조 7000억 원에서 2016년 4조 1000억 원 규모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특별자치도 시행 이후 제주는 산업 전반에 걸쳐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산업 성장에 비해 자치분권의 근본적인 목적인 주민의 행복 증진 면에는 두드러지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제주 주민들은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며 특별자치를 도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돼 풀뿌리 자치권을 이행하기 어려운 점을 한계로 꼽는다. 제주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강태호(가명) 씨는 “제주가 자치도로 변모하면서 눈부신 경제적인 성과를 이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특별자치도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했는지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특별자치도가 자치분권의 모범 사례가 된다면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권 시범 모델 되려면 중앙정부, 도청, 주민 모두가 노력해야”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주에 실시된 특별자치제도는 제주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며 특별자치제도 시행 의미를 설명했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가 제주 주민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특별자치도 시행으로 인해 주민이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제주에 권한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 주민들이 체감하는 큰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업적인 측면에서 관광산업에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이양 받은 최초의 자치단체라는 점과 제주가 주도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특별자치도가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앙정부가 권한 이양 과정에서 일부 권한만 이양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점과 제주행정기관이 이관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를 기반으로 자치분권이 더 강화되려면 중앙정부가 최대한 권한을 이양해야 하고, 자치단체 역시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지역주민도 무조건 행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도청에 집중된 권한을 이관하려는 노력과 함께 풀뿌리 의견이 도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