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송년회는 그만! 문화와 함께하는 이색송년회

2017.12.24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바야흐로 송년회의 계절이다. 정해진 규칙이라도 된 듯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송년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습이자 상징이 돼버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송년회 풍속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먹고 마시는 대신 문화를 나누고 온정을 전하며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형태로의 움직임이다. 송년회 형태의 다변화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분명한 차이점은 있다.

 

2017송년회 설문조사 결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7 송년회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이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는 간단한 점심식사 및 다과 등으로 대체하는 ‘런치파티형’이 꼽혔다. 전체 응답자 2887명 중 23.5%가 런치파티형을 선택한 데 이어 ▲그래도 술이 빠지면 섭섭하니 ‘딱!한잔만형’(21.9%) ▲상쾌한 맨 정신에 귀가하는 ‘논알코올형’(19.0%) ▲영화와 공연 등을 관람하며 즐기는 ‘공연 관람형’(18.5%) ▲파티룸을 빌려 연말 느낌을 물씬 풍기는 ‘파티뿜뿜형’(12.9%)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가장 꺼려지는 송년회 유형은 ‘고요한 침묵형’(23.5%)이었다. ▲애인 없이 동성끼리 모이는 ‘남남여여형’(21.9%) ▲숙취 해소 음료가 필요한 ‘먹고죽자형’(19.1%) ▲강압적인 참석 요구와 함께하는 ‘안오기만해형’(18.6%) 등도 직장인들이 반기지 않는 송년회 유형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송년회 참석이 부담된다’고 응답한 56.3%는 가장 큰 이유로 ‘과음하는 분위기’(27.7%)를 꼽았다. 과한 음주와 늦은 귀가가 당연시되던 기존 송년회 방식보다 틈새 시간을 활용하면서 적당한 음주를 즐기는 송년회 문화를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송년회’를 치면 이색 장소, 공연 기획사, 특별한 송년회 등과 같은 연관 검색어가 있을 정도다. 송년회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개인의 선호도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건전한 송년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기업 문화소비 활성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업 문화소비는 기업이 임직원 복지 프로그램으로 문화 회식과, 문화 송년회, 사내 문화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창의적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활용 및 소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한 온라인 공연 예매처는 ‘공연 큐레이션 페이지’를 열고 관람객의 특색에 따라 공연을 추천하기도 한다. 연인이나 가족과 연말을 보내고 싶은 관객부터 직장 동료들과 단체로 공연장을 찾으려는 관람객까지 상황별, 취향별로 적합한 공연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북카페에서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

▶ 시끌벅적한 술집이 아닌 북카페에서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선DB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신입사원 이 모 씨는 송년회 대신 영화 단체 관람을 앞두고 있다. 팝콘과 콜라, 핫도그 등이 그날의 술을 대신하기로 했다. 이 씨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송년회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영화 관람으로 송년회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 모 씨는 “모든 송년회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술로 인한 연말 사고가 상당하지 않았느냐”면서 “즐거움을 동반하면서 한 해를 즐겁게 끝맺을 수 있는 송년회가 더욱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에서는 문화 체험으로 송년회를 대신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와 연계한 문화 프로그램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어른들만을 위한 특별 워크숍’이다. 소규모 인원의 단체 관람객이나 이색 송년회를 희망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트렌디한 워크숍으로 네온사인 조명 만들기, 스테인드글라스(유리공예) 소품 만들기, 압화 드로잉, 젬스톤 양초 만들기 등의 콘텐츠가 준비됐다.

송년회를 대체할 수 있는 더 많은 문화 및 예술 활동을 찾고 있다면 연주자와 관객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하우스 토크’는 어떨까? 정해진 주제 없이 지인들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연말을 보내는 자리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이색 송년회를 즐기는 사람들

▶ 1 취미를 공유하거나 문화 공연을 관람하는 송년회 형태도 등장했다. C영상미디어 2 국내 한 대기업은 연말을 맞아 ‘헌혈하고 송년회 하세요’ 캠페인을 펼쳤다. 뉴시스 3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 스키장에서 스키어들이 송년 행사로 횃불을 들고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연합

모바일 커뮤니티 플랫폼 기반 송년 모임도 등장

처음 만난 사람과 보내는 송년회도 부쩍 잦아진 풍경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연말 모임이다. 일명 소모임 앱에서는 취미 생활을 공유하거나 거주지가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뒤 헤어지는 형태의 송년회가 이뤄지고 있다.

직장인 김 모 씨는 “나이가 들수록 연락하는 친구들이 줄어들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피로할 때가 있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비용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번개 모임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 모 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연말을 보낸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만나고 보면 기존 송년회보다 만족감이 크다”면서 “주로 관심사에 따라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독서모임 ‘1주 1책 1술’은 독서를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술 한 잔을 더하며 일상 속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다. 매주 금요일 북카페에서 함께 독서를 한 뒤 그 내용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올해 송년회도 조금 특별하다. 12월 29일 예정된 송년회는 포트락(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는 형태)을 바탕으로 세 가지 행사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추천한 도서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수를 차지한 도서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기억에 남는 일화를 비롯해 한 해를 정리하는 미니 시상식을 개최한다. 모임의 성격을 반영해 헌책을 매매하는 바자회도 연다.

야구장과 볼링장을 배경으로 한 송년회도 있다. 스포츠 활동에 가벼운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공간이 늘면서 흥은 돋우되 과하게 취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경쾌한 음악과 번쩍이는 불빛으로 가득한 록볼링장을 필두로 핑퐁펍, 다트펍 등 음주와 놀이를 결합한 매장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이색 건배사

진달래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오바마 오늘 바래다줄게 마시자
우행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위하여
당나귀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마무리 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 이루자
오징어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우아미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사이다 사고 치지 말고 이제 다 함께 가자
어머나 어디든 머문 곳에는 나만의 발자취를 남기자
새우살 새해에는 우리 살 빼자
개나리 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렉스 하자
통통통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마당발 마주 앉은 기회로 당신의 발전을 위하여
아이유 아름다운 이 세상 유감없이 살다 가자
채근담 채식과 근력운동을 하고 담배는 끊자
우하하 우리는 하늘 아래 하나다
그래도 그래 내일은 도약할 거야
초가집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2차는 없다
환영회 환상적이고 영양가 많은 신나는 회식 자리로
신대방 신년에는 대박 맞고 방긋 웃자
위하여 위기를 기회로 하면 된다 여러분 힘내세요

 

알아두면 유용한 서울 심야 교통 정보

올빼미 버스 노선도

자료ㅣ서울시

연말 모임으로 심야 귀가에 어려움이 생겼다면 당황하지 마라. 서울시는 2018년 1월 1일 새벽까지 서울시 주요 지점을 경유하는 89개 버스 노선의 막차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심야 시간까지 시민들의 이동이 활발한 11개 지점(서울역, 종로2가, 명동, 구로, 영등포, 여의도, 신촌, 홍대입구역, 강남역, 역삼, 건대입구)에서 새벽 1시까지 시내 버스를 운행한다. 다만 차고지부터 주요 지점까지 운행 시간을 감안해 401번은 서울역 기준 오전 1시 45분까지, 707번은 신촌역 기준 오전 2시까지 움직인다.

올빼미 버스도 있다.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되는 버스로 배차 간격은 20~35분이다. 이용 요금은 카드 기준 2150원이다. 서울대중교통 누리집(http://topis.seoul.go.kr)과 모바일 웹(m.bus.go.kr)에서 이동시간대 및 정류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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