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최우선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강화하는 대책을 수립했다. 이와 같은 대책은 지난해 경주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과 다수기 밀집 등으로 원전 안전성에 국민의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민의를 확인했다. 후속조치에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담길 예정이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 전반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담은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했다.
정부는 국내 원전의 안전성 점검부터 나서기로 했다. 2019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은 설계기준 사고뿐 아니라 중대 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수의 원전이 밀집한 국내 원전의 특성을 감안해 동시다발적인 사고로 번질 가능성을 대비한다.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규제 방법론’을 조기에 개발하고 2020년부터 고리 부지에 시범 적용해 여타 원전에 확대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원전을 더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설비 건전성과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 25년 이상 장기 가동 중인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원전의 안전투자액을 2017년 647억 원에서 2018년 1717억 원으로 확대한다. 모든 원전이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성능을 보강해 내년 2018년 6월까지 조속하게 완료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해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내진 보강 조치 등을 추가 실시할 계획이다.
원전 비리 척결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15년 7월 시행된 원전감독법에 따라 원전공공기관과 24기 전 원전에 대해 점검에 나선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전기술, 한전연료 등을 대상으로 구매, 조직, 시설관리 등 안전·투명 경영 여부가 점검 범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관리 투명성 역시 강화한다. 안전 관련 정보공개 대상을 대폭 확대해 원전 사건·사고 조사와 정기검사보고서 등 규제결과물과 한수원의 인허가 신청서류도 공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실질적인 감시·소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외 사례 조사와 지역의 요구사항 조사 등을 반영해 기능 보강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금의 원전은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원전을 감축하는 정책이 추진된다. 우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사안에 따라 원전의 단계적 감축이 이뤄진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은 수명연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원전은 현재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 단계적으로 감축되며 2082년에 이르러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추게 된다.
원전의 축소로 감소되는 발전량은 재생에너지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 지원을 강화한다. 현재 폐기물·바이오에 편중돼 있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태양광·풍력 등으로 전환하고 협동조합·시민 중심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단계적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과 산업이 연착륙할 수 있게 보완 대책도 강구하기로 했다.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영국 등과 정상회담, 장관급 양자회담 등을 추진하고 원전산업 중소·중견기업의 판로 전환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보완대책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원전 해체시장 선점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난 6월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계기로 삼아 미확보된 상용화기술 17개와 원천기술 11개 개발을 추진하며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관한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안전 운영과 해체산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 발굴을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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