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소음 차단용 방음벽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4월 올림픽대로변의 도로 소음과 먼지 등으로 주변 환경이 열악했던 자원순환센터에 방음벽과 태양광발전 기능을 동시에 갖춘 ‘양면태양광 방음벽’을 전국 최초로 설치했다. 자원순환센터 주변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해 저탄소 녹색성장에 앞장선다는 취지에서다.
‘양면태양광 방음벽 설치’는 2016년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특화사업 공모에 선정된 사업으로 영등포구는 지난 3월 말 사업비 총 2억 5000만 원을 들여 영등포구자원순환센터(노들로 59, 성산대교 남단 하부)에 양면태양광 방음벽 설치 공사를 완료했다.
태양광패널, 투명방음패널, 흡음방음패널로 구성된 혼합형 방음벽 형태로 길이 143m, 높이 4m 방음벽 상단에는 240W 양면태양광 패널 54장을 설치했다. 이로써 연간 1만 6600Kwh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절감할 수 있는 전기 사용료는 연간 150만 원이 될 것으로 본다.

▶ 서울 상계동 노원고등학교 앞에 설치된 ‘태양광 방음벽’ 주변을 차량과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
영등포구, 전국 최초 양면태양광 방음벽 설치
특히 영등포구의 태양광 양면패널 사용은 국내 최초로 시도한 사례로 눈길을 끈다. 태양으로부터 직접 빛을 발전할 뿐만 아니라 바닥에 반사된 태양광을 흡수·발전해 단면 태양광패널에 비해 발전 효율이 좋아 25% 이상 발전량 증대가 기대된다. 또한 태양광패널을 양면수직구조로 방음벽에 설치해 소음 차단, 먼지 저감, 전기 생산뿐만 아니라 건물 외부 미관 개선에도 큰 효과가 있다. 양면태양광 방음벽 설치를 통해 도로 소음을 13dB 이상 저감해 통행 차량과 근무자 및 방문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태양광발전 설비를 통해 생산된 전기는 자원순환센터 관리동에서 사용한다. 영등포구는 신재생에너지 체험학습장을 조성해 학생과 주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에너지 절약의식을 고취하는 등 주민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자원순환센터 주변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으로 전기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영등포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국내 방음벽 역사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원효대교와 경부고속도로 서초동 구간에 설치된 제품이 1세대 방음벽의 효시로 꼽힌다. 1세대 방음벽 제품 대부분은 시야를 차단하는 소음 방지 기능만 갖춘 철제 방음벽으로 거리 환경과 어울리지 않아 도시 환경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주민의 조망권을 침해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후 등장한 2세대 방음벽은 투명 방음벽을 채택했지만 디자인이 단순하고 설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누렇게 변색되는 현상이 발생해 여전히 시야 차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후 등장한 3세대 방음벽은 황변 현상이 없는 유리재질(강화접합유리) 또는 아크릴을 사용해 투명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즉 새까맣게 때가 끼거나 누렇게 변해 시야가 단절되고 햇빛을 차단하는 기존 방음벽의 단점을 해소한 것이다.
특히 기존의 사각 프레임에서 탈피해 횡으로 가로지르는 빔을 없애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시원한 느낌마저 줬다. 프레임 없이 스프링 고정 장치만을 사용해 풍압을 제어할 수 있어 기능과 미학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등장한 4세대 방음벽은 영등포구가 올림픽대로변에 ‘양면태양광 방음벽’을 설치한 것처럼 ‘다기능·융복합화’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다기능 융복합화 방향으로 진화 중
방음벽의 이러한 진화에 따라 특허 출원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07~2011년 전체 방음벽 특허 출원의 18%(82건) 정도였던 다기능 방음벽에 대한 특허 출원이 2012~2016년에는 29%(8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들이 교통수단의 고속화 및 차량 보유대 수의 증가로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어 이러한 소음공해를 막기 위한 방음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로변에 설치돼 교통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방음벽 관련 기술은 기존의 소음만을 차단하는 단순 기능적 기술 위주에서 소음차단 외에 먼지 저감과 전력 생산 기능 등이 더해진 다기능 융복합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기능 방음벽의 출원이 전체 방음벽 중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10.4%에서 2016년 31.4%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전체 방음벽의 출원이 기술력 향상에 따라 감소세를 보이지만 방음벽 관련 기술개발은 다기능 융복합화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도로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도로변에 수직으로 높이 설치돼 있는 기존 방음벽을 다각도로 활용하기 위해 환경과 에너지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용인-서울고속도로(171번 고속국도) 서판교 부근에 설치된 터널식 방음벽 ⓒ연합
다기능 방음벽 관련한 기술을 보면 도로를 터널 형태로 덮는 구조로 기존 방음벽 대비 소음 차단 효과가 탁월하고 비산먼지까지 차단하는 ‘터널형 방음벽’이 69건(41%)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토양·식물 등 식재를 배치해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온·습도 조절을 통한 열섬현상 개선 효과까지 나타내는 ‘식생 방음벽 57건(34%)’, 태양광 패널을 벽면 일부에 장착해 발전 기능을 수행하는 ‘태양광 방음벽 42건(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출원인별로는 ▲중소기업 108건(64.3%) ▲개인 39건(23.2%) ▲연구기관 19건(11.3%) ▲ 대기업 2건(1.2%) 순으로 나타나 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한 반면 중소기업과 개인의 출원이 활발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방음벽의 시장 규모가 제한적임에 따라 기술력을 가진 일부 전문기업 위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최근 도로 방음벽 등의 사회 인프라 구조물에 에너지·환경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러한 융복합 기술의 개발과 특허 출원은 앞으로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