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단지 가계부채의 증가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소득 대비 많은 가계부채 수준이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음을 상기할 때, 최근 가계부채의 증가가 소득에 비해 얼마나 빨리 증가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보면 2015~2016년 연평균 129조 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2007~2014년 기록한 연평균 60조 원의 두 배 이상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소득 증가 수준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1%였으나 이 비율은 점점 증가해 2016년 179%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준과 속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가계부채에 관한 진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95.6%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은 70% 정도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인 135%보다 많은 179%로 9위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는 국가는 대부분 북유럽 국가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의 소득세는 50~70%를 차지해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가 왜 빠르고 크게 진행되는 걸까? 주목할 것은 2014년 말을 기점으로 가계부채 증가 추이가 패턴을 달리하고 있는 점이다. 즉 2014년 말 이후 주택금융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LTV 및 DTI 규제 상한을 완화), 회사채 금리는 3% 이하를 유지하고 있고,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5~2016년 100만 호를 기록했다. 참고로 아파트 100만 호 분양은 서울 인구의 1/3이 입주를 위해 이주해야 할 정도로 매우 큰 규모다(2018년도 준공 시점 기준). 당연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가계부채의 지나친 증가는 가계상환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향후 경기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10월 24일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증가 속도를 완만히 하고 향후 금리인상 등 외부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가계 상환능력을 고려해 인구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대응하면서 취약차주에 대한 보완책을 주요 방향으로 잡았다. 또 가계부채 총량 측면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취약차주의 맞춤형 지원을 모색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형성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이러한 대책과 과제 중에서도 신 DTI(부채상환비율) 규제 적용 및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한도 10%p 추가 축소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신 DTI 규제 적용으로 사실상 금융대출로 추가 주택 구입은 힘들게 됐다. 예를 들어 과거의 DTI 비율이 신 DTI(과거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더하여 원금상환까지도 부채상환금액에 포함)로 인해 추가 대출금액이 자동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HUG의 보증 한도 축소로 금융권은 안정적인 분양 성공 지역을 중심으로 차별적 금융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건설사에 대한 여신 심사도 함께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응 의지가 전반적인 방향에서 바람직하게 표현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두 가지 차원에서 보완한다면 한층 더 효과가 클 것이다. 첫째, 신 DTI 규제 적용이 차주의 금융규제임에도 여전히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지역에 한정해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해야 하는 DTI의 근본적 취지가 여전히 지역적 한계에 머물면서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취약차주에 대한 보완정책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청년층의 경우 가장 강한 금융규제의 개선 효과는 유연한 LTV의 한도 적용이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LTV의 유연한 적용 부분이 빠졌다는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년 및 신혼층의 경우 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LTV를 70~80%까지 적용해준다면 실제로 주택 구입을 위한 추가적인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경제구조 전반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가계, 기업, 정부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