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가을을 즐기기 좋은 때다. 날이 선선해지면 자연히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짧아지는 법. 낮이 짧아져 가을을 만끽할 시간이 줄었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깊어가는 가을밤을 수놓은 아름다운 야경이 가을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세미원의 빅토리아 연못 ⓒC영상미디어
경기 양평군에 있는 세미원은 전국에서 연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곳 중 하나다. 세미원에 가장 사람이 많은 달은 8월이다. 너른 이파리 위에 고고하게 핀 연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세미원을 찾는다. 그렇다면 가을이 무르익은 10월에는 어떨까. 가을의 한가운데로 접어든 세미원은 연꽃이 자취를 감추고 난 뒤지만 이 계절을 놓치기 싫은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 열대수련연못 ⓒC영상미디어
10월 세미원 방문객이 가장 많은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낮 시간 동안 코스모스, 국화, 핑크뮬리 등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이 제법 있지만 가을이 스며든 세미원의 진정한 매력은 해 질 무렵 만날 수 있다. 세미원 맞은편에 있는 남한강이 노을로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차분한 주황빛이 세미원을 가득 채운다. 이윽고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이 남한강 수평선에 펼쳐지면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는다. 어두워진 세미원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 낮에 봤던 곳과 다른 새로운 세미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밤이 내린 세미원에도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있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 ‘흰색 수련 연못’을 본떠 만든 ‘사랑의 연못’이다. 사랑의 연못 위에 설치된 하얀 다리를 밝혀주는 조명도 예쁘지만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따로 있다. 성인 남성 키를 훨씬 웃도는 거대한 연꽃 모양의 조명이다. 커다란 조명으로 만든 연꽃은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김은혜(38) 씨 얼굴에는 사랑의 연못 앞에서 재롱을 떠는 아이들 때문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서울에서 아이들과 산책할 겸 세미원을 방문했다는 김 씨는 “밤에 세미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야경이 예뻐서 오길 잘했다”며 “해가 져서 아이들이 집에 가자고 조를 줄 알았는데 밤에 하는 산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쌀쌀해지는 날씨만큼 운치 있는 가을밤을 선사하는 세미원은 이번 가을 여행주간 동안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입장료를 1000원 할인해주고 있다. 세미원뿐 아니라 N서울타워, 강원 영월 별마로천문대 등 야간 명소로 선정된 30여 곳을 가을 여행주간인 10월 21일부터 11월 5일까지 방문하면 할인을 받거나 공연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왼쪽부터 장독대분수, 사랑의 연못, LED 조명으로 만든 꽃이 펼쳐진 세미원 ⓒC영상미디어
전국 4개 전통시장 ‘청년몰 야간파티’
이번 가을 여행주간에는 ‘야간놀이’로 매혹적인 가을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야경 명소뿐 아니라 가을 여행주간 동안 특별히 개최되는 퍼포먼스와 공연 등이 가을밤의 운치를 더할 예정이다. 광주 남구에 있는 오웬기념각에서는 상설공연 ‘어메이징 시어터 스텔라’가 10월 21일 하루 동안 무료로 펼쳐졌다. 경기 포천에 있는 아트밸리에서는 아티스트 여섯 명이 천주호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담은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남 여수에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대표 공연인 ‘빅오쇼’를 여수로 옮겨 색다른 내용의 공연을 선보인다. 해상분수쇼와 하나쇼, 몽키쇼 등 공연과 음악과 조명이 조화를 이룬 분수쇼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가을밤에 떠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경북 안동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인 월영교를 둘러보는 ‘로맨틱 야경투어’가 준비돼 있다.가을 여행주간 동안 로맨틱 야행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참가자 전원에게 투어비 1000원을 할인해주고 안동 기념품도 증정한다. 전북 군산에서는 야로, 야설, 야화, 야경, 야식, 야숙, 야시 등 군산의 역사를 8개 프로그램으로 나눈 ‘군산 야행’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가을 여행주간 동안 군산에 있는 17개 문화시설을 야간에도 무료로 개방한다.
밤 여행에 야식이 빠질 수 없다. 경기 수원, 강원 원주, 충북 제천, 경북 경주 등 전국 네 곳의 전통시장 청년몰에서는 ‘청년몰 야간파티’가 열린다. 이색 먹거리와 버스킹 공연 등 오감이 즐거운 파티를 통해 치열한 삶에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B1A4 진영 추천! 가을여행 노래 3
데지레(Des’ree) - You Gotta be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뮤지션인 데지레의 음악은 가을에 들으면 더욱 좋다. 특히 해 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들었을 때 들으면 운치 있는 근사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칼리드(Khalid) - Shot down 요즘 빌보드 차트를 주름잡고 있는 R&B 뮤지션 칼리드를 빼놓고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을 논할 수 없다. 겨울보다 가을에 더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카이고(Kygo) - Stargazing 이 곡은 앞서 소개한 곡들보다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다. 도시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이 곡을 들으면 카이고가 만든 트로피칼 하우스라는 독특한 장르와 어우러져 여행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