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신 중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치는 ‘평화’다. ‘스포츠와 올림픽 이상을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건설’이란 제목의 휴전결의안이 11월 13일 열린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세계 유일의 분단도(道)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는 이제 평화를 상징하는 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올림픽의 목표는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건설에 기여하는 것이다.’ 올림픽 헌장 제1장 1조에 적혀 있는 말이다.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유엔은 1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제72차 유엔총회를 열고,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 휴전결의안을 채택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은 193개 회원국 중 157개국의 공동제안을 통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올림픽 휴전 결의는 올림픽 기간 동안 적대행위를 일체 중단한 고대 그리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1993년 10월 25일 유엔에서 결의된 이후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2년마다 주최국이 주도해 유엔총회에서 채택해왔다.
▶ 지난 1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휴전결의안 소개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 유엔총회에 참석한 한국 정부 대표단 ⓒ문화체육관광부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위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김연아·정승환 올림픽·패럴림픽 홍보대사, 청소년 등 총 열 명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참석했다. 정부 대표단에 합류한 청소년 대표는 지난 6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구 현풍고 재학생(김경민, 김호영, 황혜민)이다.
올림픽 휴전결의안, 전 세계 평화 분위기 조성 기대
휴전결의안은 우리 정부의 주도 아래 초안을 작성한 다음 유엔 회원국들 간의 문안 협상 과정을 거쳐 마련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은 ‘스포츠와 올림픽 이상을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건설’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올림픽이 북핵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휴전결의안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 휴전결의안에는 ▲올림픽 기간 전후(개최 7일 전부터 종료 7일 후까지) 적대행위 중단 촉구 ▲선수·임원진 등 대회 참가자의 안전 보장 ▲스포츠를 통한 평화, 개발, 인권 증진 ▲평창 대회를 통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분위기 조성 기대 등이 포함됐다.
이번 휴전결의안은 평창올림픽이 전 세계 동계스포츠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임을 강조했다. ‘2018 평창, 2020 도쿄, 2022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첫 주자인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동북아시아, 전 세계에 평화를 구축하는 의미 있는 기회라는 점도 포함했다.결의 채택에 앞서 이희범 조직위원장이 휴전결의안을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대회 전후 기간 동안의 모든 적대행위 중단을 골자로 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은 평화올림픽을 실현하자는 약속을 전 세계가 다 함께 결의한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유엔총회 의장, 평창올림픽 방문 요청 화답
▶ 지난 1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김연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가 휴전결의안 채택을 위해 추가 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 위원장의 소개발언에 이어 김연아 홍보대사가 휴전결의안 채택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결의안 채택 시 정부대표 1인만 발언하는 것이 관례지만 유엔 측에서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김연아 홍보대사가 이례적으로 추가 발언을 이어갔다. 김연아 홍보대사는 “올림픽을 두 차례 경험한 선수로서 스포츠는 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평화를 촉진하는 힘이 있음을 믿는다”며 스포츠가 평화에 이바지하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대표단이 휴전결의안 채택을 호소하자 미로슬라프 라이차크 유엔총회 의장이 직접 “모든 나라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자”고 제안하며 평창동계올림픽과 휴전결의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라이차크 의장은 도종환 장관의 평창동계올림픽 방문 요청에 화답하며 “올림픽 개막 즈음에 평창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대표단은 휴전결의안 채택에 앞서 유엔 출입기자와 USA TODAY, AP, 로이터 통신, 타임 매거진 등 주요 외신을 대상으로 휴전결의안의 의의를 소개하고 개별 인터뷰를 하는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데 노력했다. 정부 수석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도종환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는 그동안 개최한 주요 국제경기대회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며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할 자신이 있다”고 평화로운 올림픽 개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휴전결의안이 채택된 뒤에도 정부 대표단은 뉴욕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휴전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지지와 동의를 보내준 유엔 회원국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평창 나이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평창동계올림픽 특별 세션’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되는 평창대회 특별전시회 ‘하나된 열정 100×100’ 등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제72차 유엔총회 올림픽 휴전결의안 주요 내용
전문
•2030 지속 가능 개발 아젠다에서 스포츠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촉진제 역할을 하며, 보건·사회통합·교육 및 청소년과 여성의 권리 강화에 기여(7항)
•2018 평창올림픽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올림픽으로 이어져 아시아에서 올림픽 3번 연속 개최돼 스포츠 분야 등에서 한일중 간 새로운 파트너십 가능성을 제공(12항)
•2018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 개발, 관용, 이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13항)
•동계스포츠 기반시설을 갖추지 못한 지역의 청소년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 등 평창올림픽의 노력을 인정(14항)
•인권, 인간 개발, 빈곤 완화, 양성평등, 평화 촉구, 지속 가능 개발 등 분야에서 IOC와 유엔 등 관련 기관들의 공동 노력을 인정(19항)
본문
•회원국들이 2018년 대한민국 평창에서 개최되는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 개막 7일 전부터 제12회 동계패럴림픽대회 폐막 7일 후까지 유엔헌장 틀의 범위 내에서 올림픽 휴전을 개별적으로, 또한 집단적으로 준수하고 특히 동계올림픽대회와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관료 및 여타 모든 관련 인사들의 안전한 통행, 접근 및 참가를 보장할 것을 촉구(1항)
•올림픽 휴전결의의 가치를 이행하기 위한 회원국들 간 협력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패럴림픽위원회 및 유엔의 역할을 강조(2항)
•모든 회원국이 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과 그 이후에도 스포츠를 도구로 평화, 대화, 화해를 증진하고자 노력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 및 국제패럴림픽위원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5항)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