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라는 단어, 이 단어를 들으면 설레기도 하지만 두려울 때도 있다. 창업은 새로운 경쟁력 있는 무언가가 시장에 진출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누군가를 고용하는 매력적인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이 사회에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무게감을 느껴야만 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창업해 대표이사가 된 2000년 3월은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의 매력에 끌려 꿈을 가지고 시작했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과 중압감이 따랐다. 당시는 ‘벤처’라는 단어로 많은 초기 기업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말 그대로 ‘벤처(Venture)!’, ‘도전’이었다. 시작하는 기업에 대한 배려가 있기보다는 단순히 시장의 새로운 도전자 중 하나였다. 그때는 초기기업에 대한 보호를 기대한다기보다는 빨리 경쟁력을 갖춰 싸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전쟁터에 갑자기 던져진 오합지졸은 싸우며 강인한 군대가 되어 살아남거나 아님 조기에 전멸했다. 그러니 20대의 어린 창업자들이 살아남는 확률은 극히 낮았다. 반면 전투 경험이 있는 대기업 출신 벤처기업가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고 실제 수치로도 증명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벤처’, ‘도전’이라는 단어 대신에 ‘스타트업’ 이라는 명칭을 붙여준다. ‘스타트업 기업’, 말 그대로 ‘시작한 기업’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보호해주자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마치 운전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차 뒤에 초보운전 팻말을 붙이면 주변 운전자들이 의식하고 도와주는 것처럼,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하면 일단 배려해주는 문화도 생겼다.
가장 큰 배려는 정부 프로그램들이다. 초기기업들의 R&D 자금이라든지 마케팅 자금을 지원해주고 여기에 발맞춰 많은 선배 기업이 도와주고 투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다. 요즘 흔히 말하는 ‘멘토링’도 ‘경험 있는 선배 기업가가 후배 기업가에게 조언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강해졌다. 현재 사회 분위기와 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창업하기에 유리해졌고 리스크도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 기업 창업자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변함없는 시장 진리가 있다. 바로 ‘경쟁’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라 함은 시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인큐베이팅 되는 기간은 길어야 3년이다. 그 이후에는 시장에서 보호받지 않는 상태로 공정한 경쟁을 해나가야 하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회사에 고용된 직원들과 투자해준 주주들을 위한 도리이며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회에 보답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춰나가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다. 창업자는 늘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만들어낸 제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의 기술적 몰입을 해나가야만 한다. 시장에서 이긴 경험을 가진 창업자만이 ‘기업가’라고 불릴 수 있다.
전화성 | 씨엔티테크 대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