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조선 청년이 백범 김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대장 김창수’가 올가을 영화 팬들을 찾아온다. 전 세계 한류 열풍의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보아 주연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젊은 바링허우 세대 작가의 작품도 한국을 찾았다. 또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과 그의 아들이 나눈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책도 이 가을에 만날 수 있다. 이번 주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중국 바링허우 세대 선두 작가 쑨쉰
전시│망새의 눈물
중국 바링허우 세대(1980년대 이후 태어난 계층) 선두 작가 쑨쉰(孫遜)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쑨쉰은 지난해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발표한 영상 작품 ‘지구의 복원(Reconstruction of the Universe)’으로 작가로서 주목받았고, 뉴욕 구겐하임과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을 거쳐 2016년 7월 한 달간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타임 스파이(Time Spy)’ 작품을 전시하며 세계 미술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드로잉, 판화, 영상을 넘나드는 전방위 작업을 펼치는 쑨쉰이 한국에 들고 온 주제는 ‘망새의 눈물’이다. 망새는 중국 전통 건축의 용마루에 쓰이는 장식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망새를 통해 악한 기운을 쫓고 재난을 막아주던 전통이 서구 문물에 밀려 사라지는 걸 슬퍼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지혜롭게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간 11월 5일까지
장소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문의 02-541-5701
경주 남산자락에서 만나는 수묵화
전시│남산자락의 소산수묵
경주 남산과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가는 박대성 화백의 기증품과 개인 소장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대성 화백이 그린 ‘세풍’과 ‘원융(圓融)’, ‘제주곰솔’, ‘을숙도’ 등 대형 수묵화를 비롯해 50여 점이 선보인다. 강가에 수양버들과 원두막이 있는 풍경으로 나뭇가지의 유연한 표현에서 바람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세풍’과 산사 풍경을 중심으로 좌우에 격자 구획을 두어 오백나한을 묘사한 ‘원융’은 수묵화 중 볼만한 그림이다. 화가는 제주도에 있는 600년 된 노송을 보고 염원을 표현하기 위해 ‘제주곰솔’이라는 그림으로 수많은 솔잎을 하나하나 그려나갔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경주솔거미술관 개관 2주년을 기념하고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기간 12월 31일
장소 경주솔거미술관
문의 054-740-3990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
뮤지컬│여신님이 보고 계셔
6·25전쟁 중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한국군과 북한군이 무인도에 표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 관객을 찾아왔다. 뮤지컬 속 한국군과 북한군은 무인도에 남겨져 처음에는 서로를 적대시하지만 점차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어간다.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이들이 함께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전쟁이라는 다소 무거운 배경을 갖고 있지만 뮤지컬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희망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듣고 있으면 미소를 짓게 하는 담백하고 감수성 풍부한 노래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뮤지컬의 맛을 더해준다.
기간 2018년 1월 21일까지
장소 유니플렉스
문의 1577-3363
관계를 망치는 결정적 말실수 이야기
책│결정적 말실수
일본에서 다섯 차례나 총리를 지낸 요시다 시게루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도, 2008년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까지 모두 민주당에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또 2012년 올림픽이 파리가 아니라 런던에서 열린 것도 사실 그 이면에는 중요한 인물들의 말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언은 때때로 역사적 순간 결정적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말 한마디가 평생 쌓은 권위와 명예를 순식간에 날려버리기도 하고, 오랫동안 맺어왔던 관계를 한순간에 깨트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말실수가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쏜 화살 같을 때가 있다. 이 책은 말실수, 즉 ‘실언’을 다룬 책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도 실수로 꺼내놓은 한마디 말실수로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 박진영(라의눈)
시인과 아들이 전하는 따뜻한 대화
책│마음을 따르면 된다
섬세한 언어와 감성이 돋보이는 시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섬진강 시인’ 김용택. 그가 아들에게 쓴 글, 또 아들이 그에게 쓴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김용택 시인은 고교생인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펴낸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이란 책을 10년 전에 내놨었다. 이번 책은 그 이후 부자가 주고받은 글 모음이다. 김용택 시인이 그동안 아들에게 써온 글 속에는 멀리 떨어져 지내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 속 깊은 염려와 애정,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는 애틋함이 녹아 있다. 그 그리움과 애틋함이 이 책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극히 사사로울지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저자 김용택(마음산책)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
영화│가을 우체국
‘아시아의 별’로 불리던 1세대 케이팝 스타 보아가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가 관객을 찾아왔다. ‘가을 우체국’이다. 정식 개봉에 앞서 2017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고, 당시 3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을 만큼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영화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사랑이 더 애틋해지는 계절인 가을을 배경으로 한다. 스물아홉 ‘수련(보아 분)’에게 물든 애틋한 사랑, 그리고 그런 수련과 결혼하는 것이 인생 목표인 남자 ‘준(이학주 분)’이 보여준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가 동화처럼 그려진다. 그동안 독립영화계에서 패기 넘치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던 임왕태 감독이 이번에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첫사랑의 기억을 가진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개봉일 10월 19일
평범한 청년이 백범 김구로 거듭나기까지
영화│대장 김창수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조선 청년 김창수. 그가 인천 감옥소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나아가 독립운동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옮겨졌다. 선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 조진웅이 펼치는 김창수와 배우 인생 처음으로 악역을 맞아 김창수를 괴롭히는 냉혈한 감옥소장으로 변신한 송승헌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이들 외에 정만식, 정진영, 곽동원 등 연기파들이 합류해 영화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사실감 가득한 내용이 스크린을 메운다.
개봉일 10월 19일
조동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