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모금 활동이 펼쳐지는 이유다. 특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올해 ‘크리스마스 씰(Seal)’에 관심을 갖는다.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퇴치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과 여전히 한해 2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핵의 위험성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한 장의 씰 속에 한 해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담기는 경우가 많아 씰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
대한결핵협회는 2018년도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고 결핵퇴치기금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모금 및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 대한결핵협회 직원들이 2018년 크리스마스 씰과 엽서, 퍼즐, 키링, 머그컵 등 크리스마스 씰 디자인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goods)를 들고 모금 참여를 부탁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올해의 씰 ‘Be a Friend-DMZ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 이야기’는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하는 비무장지대(DMZ)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들이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일러스트 권소현 작가의 동화적인 스토리를 더해 완성했다.
권소현 작가는 “DMZ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동물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처럼 모금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보기만 해도 슬며시 웃음 짓게 되는 크리스마스 씰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2018년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결핵 예방법 제25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에 의거,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모금액 42억 원을 목표로 내년 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크리스마스 씰 외에도 그린 씰(Green Seal)을 비롯해 엽서, 퍼즐, 키링, 머그컵 등 크리스마스 씰 디자인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goods)를 마련해 모금 참여를 활성화한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은 전국 2800여 개 우체국 창구 및 크리스마스 씰 온라인 쇼핑몰(loveseal.knta.or.kr), 네이버 스마트스토어(smartstore.naver.com/christmas-seal)를 통해 참여 가능하며, 각 학교와 직장 내 우편모금을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결핵이 유럽을 휩쓸었다. 덴마크도 예외가 아니었다. 천성이 착하고 어린이를 무척 좋아했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 직원 아이날 홀벨(Einar Hollbelle)은 당시 많은 어린이가 결핵으로 죽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러던 중 연말에 쌓이는 크리스마스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하면서 동전 한 닢짜리 ‘씰(seal)’을 우편물에 붙여 보내도록 한다면 많은 결핵기금을 마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국왕인 크리스찬 9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마침내 1904년 12월 10일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 발행으로 이어졌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씰은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덴마크계 미국인 작가 자콥 리이스(Jacob Riis)는 고향에서 보내온 편지에 크리스마스 씰이 붙은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는데 그의 형제 중 여섯 명이 결핵으로 죽은 가족사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씰 운동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던 에밀리 비셀(Emily bissel)과 함께 결핵환자를 입원 치료하던 한 병원의 운영비를 마련하고자 씰 모금운동에 나섰다. 직접 씰을 도안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1907년 윌밍톤 우체국에서 씰 모금을 시작했다. 그러나 씰 모금운동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 잘 판매되지 않자 필라델피아의 신문사를 찾아가 간곡히 설명했고, 크리스마스 씰에 관한 이야기가 기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셔우드 홀과 한국의 크리스마스 씰 운동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하던 1932년 12월 캐나다의 선교의사인 셔우드 홀(Sherwood Hall)이 처음으로 씰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이 고향인 셔우드 홀은 감리교 부부 선교의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캐나다에서 의학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26년부터 해주구세병원에서 일하다가 1928년 해주구세요양원을 설립했다.
193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한 이유에 대해 셔우드 홀은 이렇게 회상했다. “첫째, 한국 사람들에게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둘째 만인을 항결핵운동에 참여시키는 것, 즉 씰값을 싸게 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 모두 사도록 하고, 셋째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결핵퇴치사업의 기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1932년 이후 1940년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씰이 발행되었지만 태평양 전쟁 발발 직전 셔우드 홀이 스파이의 누명을 쓰고 일본 헌병대에 의해 강제로 추방돼 한국 땅을 떠나면서 씰 발행도 중단되었다. 셔우드 홀은 1991년 4월 5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98세로 타계했으며, 유언에 따라 부모가 묻혀 있는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되었다.
해방된 후에는 해주에서 셔우드 홀을 도왔던 문창모 박사가 주도하는 한국복십자회에서 1949년 씰을 발행했다. 1952년에는 한국기독의사회에서 씰을 발행했다.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 크리스마스 씰 운동은 범국민적인 모금운동으로 성장했다.
대한결핵협회는 매년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했으며, 대통령을 비롯한 삼부요인은 물론 각계각층 인사와 학생 등 온 국민이 씰 모금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점차 결핵퇴치기금 모금운동으로 정착했다.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연맹(IUATLD) 연차회의 때마다 실시하는 크리스마스 씰 콘테스트에서 우리나라는 1988년, 1989년, 1990년, 1992년, 1993년, 1995년, 1996년 총 7회에 걸쳐 1위 입상을 했고, 1987년과 2000년도에는 2위 입상, 1985년도에는 3위에 입상해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한국은 씰 콘테스트에 참가하지 말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디자인과 인쇄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었다.
2003년에는 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정보통신부에서 기념우표를 발행했으며, 광고 우편엽서, 창립 50주년 엠블럼과 기념우표를 이용한 나만의 우표도 함께 발행했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씰 모금운동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성대학교 정한경 교수가 ‘십이지간’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최초의 스티커 씰이 등장했다.
200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가 씰에 등장했으며, 2009년에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가 씰의 모델로 등장, 큰 호응을 얻었다.
2011년 크리스마스 씰에는 ‘뽀통령’이라 불리며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을 소재로 각 캐릭터들이 다양한 겨울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담아 좋은 반응을 이끌었으며, 2012년 한국의 프로야구까지 대중성을 고려한 씰들이 발행되었다.
역대 주요 크리스마스 씰
1932년 초판 씰
우리나라 최초로 씰을 발행한 셔우드 홀은 씰 도안이 한국인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거북선을 소재로 했으나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거북선 그림으로는 발행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한 일본 외교담당자의 암시를 받고 남대문으로 소재를 바꾸어 발행했다. 1937년에 재판 발행이 이루어졌다. 첫해의 씰 모금액은 당시 화폐로 850원이었다.
1937년 김기창 화백
1937년 씰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도안했다. 그는 네 살 때 앓았던 열병으로 농아가 된 젊고 유망한 조선의 예술가였다. 당시 김기창 화백은 24세의 나이로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해 일약 유명해졌다. 소재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즐겨 하던 팽이치기를 묘사했다.
1967년 거북선
셔우드 홀이 1932년 씰 발행을 위해 도안했던 거북선이 1967년에야 처음으로 등장했다. 서울대 미대 김교만 교수가 도안했으며, 거북선 안에 민속적으로 단장한 세 사람의 인물을 그려 넣고, 같은 그림을 색도를 달리해 2종으로 구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1988년 씰은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신명나는 농악놀이 한마당을 색종이로 오려 붙인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했다. 농악놀이는 꽹과리, 징, 북, 소고 등의 타악기를 이용한 가락과 장단에 맞춰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흥겨운 놀이로 농경사회를 대표하는 민속놀이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로 유명한 김현 작가가 도안을 맡았으며, 크리스마스 씰 콘테스트에서 1위에 입상했다.
2006년 독도
2006년에는 크리스마스 씰 소재 및 디자인 공모를 통해 독도 사랑을 주제로 크리스마스 씰을 제작했다. 특히 일본의 독도 영토권 주장이 계속되고 있어, 2006년 독도 사랑 씰 발행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씰은 독도 전경을 배경으로 강치, 괭이갈매기, 산호, 섬장대, 해국 등 독도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자연을 담았다.
2009년 김연아
2009년에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를 모델로 한 씰 ‘김연아의 파이팅 이모티콘’이 발행되었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 동작 이미지에 국민에게 보내는 이모티콘 형식의 응원 메시지를 야광으로 넣어 낱장의 씰을 구성했다.
2018년 Be A Friend-DMZ
대한결핵협회는 올해 크리스마스 씰의 주제를 ‘Be A Friend-DMZ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 이야기’로 선정했다. 권소현 작가는 비무장지대(DMZ)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 10종을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했다.
흔히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씩 펼쳐진 DMZ는 한국전쟁, 이산가족 등 이념대립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상징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달, 반달가슴곰, 산양 등 다양한 멸종위기 동물이 우리 인간과는 다르게 서로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기에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던 DMZ 속 멸종위기 동물들은 이제 우리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결핵 현황과 대처방법
결핵이란 무엇인가?
결핵은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한 질병이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 ‘결핵환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환자가 3만 6044명으로 10만 명당 70.4명으로 나타났다. 2017년 새롭게 결핵에 걸린 환자 수는 2만 8161명이었다. 그 결과 2017년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은 1816명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결핵은 안심할 수 없는 질병임을 알 수 있다.
결핵은 활동성 결핵환자의 결핵균이 포함된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이를 주위 사람들이 들이마심으로써 감염되는 질병이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지만, 감염된 모든 사람이 결핵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에 감염되어도 면역력이 정상인 상태에서는 발병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결핵의 약 85%는 폐에서 발병하는 폐결핵이지만,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발생 위치에 따라 병명이 달라진다.
결핵의 원인이 되는 결핵균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전염성 있는 폐결핵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배출되는데, 수분은 곧 증발하고 결핵균만 공중에 남아 있다가 주변 사람이 숨을 쉴 때 함께 폐 속으로 들어가면서 감염된다.
결핵에 대한 잘못된 오해
결핵환자와 밥을 같이 먹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결핵은 결핵환자가 사용하는 수건, 식기류 등 생필품이나 음식 등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결핵환자와 함께 음식을 먹거나 악수를 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결핵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따로 소독할 필요는 없으며 함께 사용해도 무방하다.
결핵은 흔히 기침과 객담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증상이 심각해지면 그때서야 검사를 통해 결핵환자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핵환자 확진을 받기 전까지 주변 사람에게 결핵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크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염성 있는 결핵환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뿐이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약 10%만 발병해 결핵환자가 되고 나머지 90%의 감염자는 면역기전에 의해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또한 결핵환자 중 50%는 결핵균 감염 후 1~2년 내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잠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하게 된다.
규칙적인 약 복용으로 치료
결핵 치료의 핵심은 일정한 시간에 정확한 용량의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다. 결핵약을 복용하고 1~2주가 지나면 증상이 완화되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결핵균은 증식이 매우 느려 일부 결핵균이 죽지 않고 다시 증식해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핵은 전염병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환자와 접촉한 가족 및 접촉자의 경우 결핵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가족 등 전염력이 있는 결핵환자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접촉자 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