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머리카락은 보통 50~70㎛(마이크로미터)다. 1㎛는 0.001㎜다. 일반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지름의 1/5~1/7, 초미세먼지는 1/20~1/30이다. 육안으로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입자가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가 호흡기를 거쳐 폐, 혈관 등에 침투한다. 자연적인 미세먼지는 흙, 소금, 꽃가루 등으로 이루어진다. 인위적인 미세먼지는 매연, 배기가스, 날림먼지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인위적인 미세먼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작은 입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뿌옇게 안개처럼 군무를 형성하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다. 지난 10월 중부지방은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 3배 수준으로 올랐다. 국내 대기가 정체된 데다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넘어온 탓이다. 지난해에도 딱 이맘때쯤인 10월 16일 수도권 일대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통계를 보면 매해 10월 중순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졌다. 베이징 인근 난방이 증가하면서 스모그 유입이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대기가 안정돼 미세먼지가 함께 축적되기 때문이다.
11월이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실제로 최근 4년 동안 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월은 최악이었다. 특히 서울과 인천, 광주, 대전 등 ‘서쪽 지역’은 올해 농도가 가장 높았고 지난해보다 초미세먼지가 ㎥당 5~10㎍ 더 많았다. 북서쪽 계절풍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아지면서 북서쪽 고기압의 힘이 빠졌고 겨울 계절풍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미세먼지의 성분은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하면서 형성된 황산염, 질산염 등의 덩어리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생기는 탄소류, 검댕, 지표면 흙먼지에서 생기는 광물 등으로 이루어진다. 전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의 구성 비율을 보면 황산염, 질산염이 5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탄소류와 검댕이 20%, 광물이 5% 정도를 차지했다. 환경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의 질에 따라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한다.
▶ 서울시는 서울 시내버스 노선에 수소버스를 투입했다. ⓒ뉴시스
미세먼지, 사회적 재난으로 여기고 총력 대응
11월 11일 서울을 비롯한 충북, 대구, 울산, 경북 지역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했다. 환경당국은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서울시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정부는 앞서 11월 8일 ‘미세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인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기로 했다. 95만 대에 이르는 경유 차량에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경유차를 감축해 2030년에는 공공기관 경유차 제로화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는 2019년 2월 15일부터는 민간 부문 차량도 2부제 등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가동 중지(셧다운)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 11월 13일 취임한 조명래 신임 환경부 장관은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이라 생각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며 TF 팀을 구성했다.
▶ 1 충남아산시가 음봉면 동암리에서 주민들과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천안아산운동연합
2 충남 천안시에서 진행하는‘500만 그루 나무심기 녹색 프로젝트’ ⓒ천안시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는 녹색도시 확충 사업으로 ‘500만 그루 나무 심기 녹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공 부문에 300만 그루, 민간 부문에 200만 그루를 심겠다는 목표다. 공공 부문에서는 공익 힐링 숲, 녹색 숲, 학교 숲, 명상 숲, 도시 숲, 복지시설 나눔 숲, 미세먼지 저감 숲, 자연휴양림 등을 조성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도시 녹화 운동을 펼쳐 생활권 주변 녹색 공간 조성, 시민 참여 나무 심기 운동 등을 펼친다. 2022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미세먼지를 포함해 연간 168t의 대기오염물질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산시 역시 2022년 6월까지 348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아산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168kg의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흡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 지자체는 ‘항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부·울·경 지역의 선박, 항만의 미세먼지를 50% 감축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울산시와 경상남도는 11월 21일 ‘제1차 권역별 해양수산 정책협의회’를 열고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선박 건조 확대, 배출규제해역(ECA) 지정 등 항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맺었다. 서울에서는 11월 21일부터 ‘미세먼지 먹고, 물로 배출’하는 수소버스가 첫 운행됐다. 수소버스는 공기 중 미세먼지가 포함된 산소가 수소버스 내부로 들어가 수소와 결합하면 오염물질이 99.9% 제거된 깨끗한 물로 배출되는 친환경 자동차다. 405번 노선에 시범으로 도입한 수소버스는 2019년 7대로 늘리고,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CNG(압축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의 ‘CNG 개질식 수소충전소’도 서울시내에 만들어진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수소버스를 비롯해 2022년까지 30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고 2021년까지 수소충전소 4개소를 건립해 총 6개소를 운영하는 ‘수소차 선도 도시, 서울’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