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먼지는 코나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만 초미세먼지는 몸속으로 바로 흡입된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성분이 동일할 경우라도 입자가 작으면 표면적이 커져 유해물질이 많이 흡착된다. 인체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쉽다. 미세먼지가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미세먼지와 싸우는데 이때 기도, 폐, 심혈관, 뇌 등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폐렴 등 호흡기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은 2015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한 해 30세 이상 성인 1만 5000명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체 연간 사망자의 15.9%가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등 질병으로 몇 개월 또는 몇 년 빨리 사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서 국제공동연구팀은 한국과 일본의 경우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3만 900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이 깊어질수록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속설의 진위를 아는 일이 첫걸음이다.
Q 한국에 미세먼지가 많은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대기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 비율은 측정 시기마다 다르다. 미세먼지를 이루는 성분이 먼지가 발생한 지역, 계절, 기상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11월부터는 중국의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외 미세먼지 유입 빈도가 높아진다. 서해해양과학기지에서 3년간 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고농도 미세먼지의 70%가 중국발이었다. 정종민 해양과학기술원 해양재난재해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 초미세농도가 ‘나쁨’ 단계 이상으로 올랐던 147일을 분석한 결과, 발원지를 추적해보니 양쯔강 등 중국 남부의 영향을 받은 날이 50일로 가장 많았고, 베이징 등 북부와 랴오닝성 등 동북부의 영향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중국 양쯔강은 바이오매스 버닝, 즉 목재 소각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Q 겨울철 미세먼지가 봄보다 더 독하다? O
겨울 미세먼지는 황사가 몰려드는 봄보다 더 위협적이다. 인체 깊숙이 파고드는 초미세먼지의 비중이 봄보다 높은 데다 지표면에 더 가까이, 더 오래 머문다. 겨울철 미세먼지는 세포막에 걸러지지 않고 인체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지름 2.5μm 초미세먼지 비중이 봄철보다 높다. 이 비중은 최대 90%까지도 치솟는다.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연구관은 “초미세먼지는 비산먼지나 황사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오염물질 때문에 생기는 미세먼지인데 겨울에는 난방 등으로 그 비중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Q 돼지고기를 먹으면 기관지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X
돼지고기, 소고기 등은 면역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환경보건학 연구진은 최근 비타민 B가 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 및 면역체계 손상을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비타민 B는 특히 한돈 안심, 등심, 앞다리살 등 살코기 부분에 많이 함유돼 있다. 하지만 ‘삼겹살의 기름이 기관지의 먼지를 제거해준다’는 속설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기도로 들어가지만 고기는 식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만 돼지고기 안에 들어 있는 ‘글리신’ 성분이 간 해독 능력에 도움을 주어 혈액에 흡수된 미세먼지의 독소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Q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X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미세먼지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여기에는 미세먼지에 대해 알려진 오해와 진실이 담겼다. 그중 하나가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속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0가구 중 7가구는 ‘미세먼지가 있는 날 환기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그럴 경우 실내에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라돈 등의 수치가 높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진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도 꺼리게 된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농도가 ‘나쁨’인 날에 집 안에서 조리를 하거나 청소를 했다면 3~5분은 환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 가정집의 실내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0㎍/㎥다. 그러나 청소기로 청소할 때 200㎍/㎥, 이불을 털 때 250㎍/㎥, 고기나 생선, 달걀프라이를 할 때 1160~2530㎍/㎥까지 일시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문을 계속 닫아놓게 되면 실외의 ‘나쁨’ 또는 ‘아주 나쁨’ 농도보다 실내의 공기 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불러온다. 따라서 마주 보는 창문 양쪽을 열어 바람길을 만들어 하루 3회 이상 환기 해야 한다.
Q 요리를 할 때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O
조리법에 따라서도 미세먼지의 발생 정도가 달라진다. 삶기, 튀기기, 굽기 순이다. 특히 고기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데 생선을 구울 때는 실내의 미세먼지가 치솟는다. 이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 수준이다. 1986년 이후 중국과 대만에서 여성 암 사망률 1위가 폐암이었다. 아시아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기름을 많이 쓰지 않는 인도나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은 비흡연성 폐암이 많지 않았지만, 튀긴 음식이 많은 중국에서는 흡연과 무관한 폐암이 많았다. 튀김 요리를 많이 한 여성이 위험한 이유는 기름 연기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이 세포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는 되도록 후드를 작동하고, 창문을 열어두도록 한다. 요리를 끝낸 뒤에도 공기 중이나 주변 기기에 그을음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닦아내는 게 좋다.
▶ 1 마스크를 구입할 때는 KF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2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때는 CA마크와 면적을 확인해야 한다.
미세먼지 막는 마스크, 공기청정기 어떤 걸 고를까
마스크는 KF 표시를 확인한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사용하는 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입자 차단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66.3%였다. 33.7%는 미세먼지 입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나 면 마스크를 사용했다.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더라도 이들의 50% 이상이 사용한 제품을 재사용한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황사마스크, 방역용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이 마스크에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여과할 수 있는 필터가 내장돼 있다. 즉 미세먼지 마스크를 살 때는 성능 규격인 ‘KF(Korea Filter)’ 뒤 숫자를 확인해야 한다. KF80은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고,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에는 꼭 손을 씻고, 마스크의 겉면을 만지면 필터에 손상이 가므로 주의한다. 또 마스크 안쪽이 오염되면 세균 번식의 우려가 있으므로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
공기청정기는 인증 표시와 면적을 확인한다
가정에서 쓸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때는 ‘CA 인증’을 확인하고 ‘사용 면적’을 따져봐야 한다. CA 인증이란 한국공기청정기협회에서 주는 인증으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효율성과 소음 등의 테스트 항목을 통과한 제품에만 표시된다. 초미세먼지가 기준 시간 안에 걸러진다고 확인이 된 경우에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한국표준협회에서 주는 KS 인증도 비슷하다). 사용 면적은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면적을 의미한다. 사용 면적이 큰 비싼 제품을 사야 공기 정화가 잘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통 가정집은 방이 따로따로 있기 때문에 사용 면적이 작은 저렴한 제품을 여러 개 배치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