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해 포용성, 디지털 경제, APEC 미래비전 3대 분야에서 회원국의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협력을 촉구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 증대를 위한 역내 정상들의 협의기구로 총 21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2018 APEC 정상회의는 ‘포용적 기회 활용, 디지털 미래 대비’를 주제로 개최됐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7일 APEC기업인자문위원회(ABAC) 대화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은 포용적 성장, 포용적 사회, 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라며 “이러한 포용성은 국가 간 관계에서도 중요한데 APEC 회원국 간 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기회와 호혜적 협력을 보장할 때 우리는 함께 잘 살고,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APEC 디지털 혁신 기금 창설 제안
APEC 회원국들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열린 회의에서 ‘APEC 인터넷, 디지털 경제 로드맵’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로드맵 이행 메커니즘 지지 의사를 밝히며 아태 지역의 기업, 소비자, 정부가 디지털 경제에 필요한 역량을 함께 견인하기 위한 마중물로서 ‘APEC 디지털 혁신 기금’ 창설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격차와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배제하지 않는 포용은 더욱 중요하다”며 “우리의 협력과 노력이 디지털의 미래를 포용적 성장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APEC 회원국의 공통 과제인 포용성 증진을 위해 ‘포용성 정책 APEC 사례집’ 작성을 제안했다. 회원국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기 위해 정책 모범 사례와 국제기구들의 정책 권고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이어 우리나라가 APEC에서 디지털 분야, 청년 기업가의 국제적 네트워킹, 중소기업의 경쟁력, 맞춤형 교육, 소비자 보호 등 혁신적 포용성 증진 활동을 주관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앞선 11월 17일에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 대화 자리를 가졌다. ABAC 정상 건의문에는 다자간 국제무역체제 지지, 자유무역 혜택의 호혜적 공유를 통한 포용성 증진, 디지털화 구현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 등이 주된 내용으로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참석해 기업인 대표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협력의 경험을 쌓아온 APEC 같은 다자협력체의 역할이 보다 중요한 때”라며 “보고르 목표의 정신을 되새겨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완전히 실현해서 함께 잘사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보고르 목표는 1994년 인도네시아 APEC 정상회의 선언문에 담긴 것으로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중국·호주 등 참전용사 유해 송환 적극 추진
APEC 회원국의 다자협력을 다짐하는 가운데 양자협력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11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또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20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은 중국 내 우리 독립사적지 보존·관리를 위한 중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중국군의 유해 송환도 한중 우호 증진과 신뢰 회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업으로 평가하며 적극 추진해나갈 뜻을 전했다. 아울러 중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적극 지원해준 데 사의를 표하며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시 주석은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이바지할 것이라면서 공동개최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연간 상호 방문객수 45만 명에 달하고 매년 2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워킹홀리데이에 참여하고 있다”며 상호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가 진행 중인 고속도로 확장 및 연장 사업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와 관심이 있음을 전하고, 6·25전쟁에 참전한 호주 전사자들의 유해 송환을 위한 DNA 자료 등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스콧 모리슨 총리는 한국 기업의 투자에 환영 의사를 표하고 참전용사 유해 송환과 관련해서는 유가족들이 반길 것이라며 검토하겠다고 했다.
파푸아뉴기니는 1인당 GDP 2613달러(2017년), 인구 약 850만 명의 나라다. 이렇게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서 APEC을 개최한 것은 국가 간 포용 차원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은 1976년 한·파푸아뉴기니 수교가 이뤄진 이래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만난 피터 오닐 파푸아뉴기니 총리는 11월 17일 “파푸아뉴기니는 광물, 석유, 가스, 천연자원 등이 풍부하고 민족적 다양성으로 관광자원도 많은 잠재력이 풍부한 국가”라며 “한국의 전문성과 자본이 투입된다면 경제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파푸아뉴기니는 태평양 도서국가의 중심 국가로 한국과 교역, 투자, 인프라 건설, 수산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갈 분야가 많다”며 “두 나라가 오랜 기간 논의해온 투자보장협정이 조속히 체결되어 투자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한국 기업의 진출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