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표 액션’ 하나의 장르가 되다

유슬기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1.26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마동석의 영화 ‘성난황소’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소처럼 일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올해 들어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했다. 10년을 준비했다고 하는 ‘챔피언’, 천만 관객을 훌쩍 넘은 ‘신과 함께’, 영혼과 합동 수사를 하는 ‘원더풀 고스트’, 사라진 소녀를 찾는 ‘동네사람들’ 그리고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성난황소’까지 총 다섯 편이다. 그동안 포스터에는 마동석의 앞모습과 옆모습, 뒷모습 등이 담겼다.

“사실 2013년에는 아홉 편의 영화가 개봉하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제가 맡은 역할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 티가 안 났죠. 단역이거나 악역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지금은 다르다. 그사이 ‘부산행’과 ‘베테랑’, ‘범죄도시’가 있었다. 같은 연예인인데도, 같은 행성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배우가 있는가 하면 늘 곁에 있었던 듯 친근한 이웃이 있다. 마동석은 후자다. 그는 ‘부산행’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승객들을 구하던 아저씨였고, ‘베테랑’에서 한마디로 난봉꾼 재벌 3세를 제압한 ‘아트박스 사장’이었다. 그렇게 ‘마블리(마동석과 러블리를 합친, 팬들이 부르는 마동석의 애칭)’가 된 그가 전면에 나서 이웃을 구한다. 작년 추석 극장가를 휩쓴 ‘범죄도시’는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마동석의 영화다. 이후 마동석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한결같다. 우직하고, 정의롭다. ‘마동석’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보일 정도다. 마동석의 영화가 하나의 장르로 보이는 일은, 양날의 검이다.

마동석

ⓒ쇼박스

'마동석표 액션'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배반감은 커진다.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그는 또 한 번 맨몸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캐릭터의 변신으로 성장을 꾀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한 우물을 파서 기어이 새로운 물을 퍼내는 이가 있다. 마동석은 명백히 후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락부락한 마동석이 ‘마블리’라는 애칭을 갖게 된 건 그가 그 어려운 걸 해내기 때문이다. 키 180㎝에 100㎏의 몸무게, 바늘 하나 들어갈 곳 없이 온통 딱딱한 근육으로 둘러싸인 그는, 유독 말랑말랑한 심장을 갖고 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이나 잔혹 범죄가 일어나는 걸 보면 어쩐지 참을 수가 없었다”는 그의 어릴 적 꿈은 경찰이었다. 직업으로서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꿈꾸던 바는 이루었다. ‘약자를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힘은 영화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화판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과 기꺼이 손을 맞잡는다.

“같은 이야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만든 게 영화 창작 집단 ‘팀 고릴라’예요. 배우인 제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다른 친구들이 봐주죠.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끈끈해요. 서로 영화를 포기하지 않게 북돋아주는 역할을 하죠. ‘범죄도시’는 저희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가장 마지막 작품이에요.”

씨름 대회를 모티브로 한 스포츠 영화 ‘챔피언’ 등

1 씨름 대회를 모티브로 한 스포츠 영화 ‘챔피언’
2 마동석이 성주신으로 등장한 천만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3 영혼과의 합동수사를 그린 코미디 영화 ‘원더풀 고스트’
4 사라진 소녀를 구하는 액션 영화 ‘동네사람들’
5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액션 영화 ‘성난황소’

흥행 스코어보다 더 중요한 것들

마동석이 ‘우리 편’이라는 안도는 영화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안정제가 된다. 그것이 ‘마동석표 액션’의 장점이다. 그는 선량하고 약하고, 작은 이들을 위해 싸울 것이고 그 싸움은 치열하지만 통쾌하리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다. ‘팀 고릴라’가 지향하는 바도 그렇다. 이를테면 이들은 모든 음식을 다루는 푸드코트가 아니라 한 가지 음식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맛집’이 되려는 것이다.

“분식집이 있다면 돈가스를 잘하는 집이 있잖아요. 저는 모든 분식을 잘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제가 돈가스를 좋아하니까 돈가스를 잘 만들고 싶은 거죠. 어떨 때는 맛있고 어떨 때는 맛이 없으면 그건 제 책임인 거예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늘 맛있는 돈가스를 만들까 고민하는 거죠. 사실 제가 주연을 맡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요. 타율이 높은 선수도 아니고요. 전에는 악역도 많이 맡았어요. 그런데 액션 영화를 보면 생각보다 악역은 액션이 별로 없어요. 이제는 액션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요.”

마동석의 액션이,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소진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그가 가진 액션에 대한 ‘한없는 목마름’으로 해소된다. 그가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된 것도 액션영화 때문이었다. 어릴 적 생계를 위해 온 가족이 이민을 갔고, ‘꿈의 나라’였던 미국은 이방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 자그마한 꼬마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오는 ‘록키’를 보면서 ‘강해져야 한다’는 꿈을 꿨다. 이를 악물고 운동했고, 그런 단련이 습관이 됐다. 미국 콜럼버스주립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헬스트레이너, 보디빌더로 활동하다 이종 격투기 선수인 마크 콜먼과 케빈 랜들맨의 개인 트레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를 보면, 액션영화를 꾸준히 찍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관객들도 그가 나오는 영화가 어떻게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기대하면서 보고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혹자는 그를 할리우드의 드웨인 존슨에 비교한다. ‘분노의 질주’, ‘스카이스크래퍼’ 등을 찍은 그 역시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레슬링 선수 출신의 액션배우라는 면에서도 마동석과 닮은 점이 많다.

“드웨인 존슨은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운동을 하다 배우가 된 사연도 비슷해서 관심 있게 봐요. 그가 가진 레슬링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유심히 보고요. 실제로 레슬링은 액션을 할 때 유용해요. 저는 복싱을 했는데, 저마다 가진 기술이 자연스레 연기에 반영되죠.”

마동석이라는 하나의 장르

그와 합을 맞춘 허명행 무술감독도 인연이 오래됐다. 두 사람은 액션을 짤 때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마동석이라는 육체가 가진 강점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부산행’이라면 계속해서 움직이는 좀비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민첩함이 필요하다. 악을 소탕하는 형사 역할이던 ‘범죄도시’에서는 주로 손바닥을 이용하는 액션을 썼다. 상대를 제압하되 죽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내를 납치한 범죄 조직에 맞서야 하는 ‘성난황소’에서는 ‘뚫어내는 액션’을 선보인다. 소처럼 밀어붙여서 상대를 박살내야 한다. 실제로 이번 영화에서는 벽이 뚫리거나 천장이 뚫리는 신이 많다. 같은 액션영화라도 액션의 디자인은 다르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들이 오래되다 보니까,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요. ‘범죄도시’를 만든 강윤성 감독도 저와는 오래된 사이였고, ‘성난황소’의 김민호 감독도 그렇죠. ‘원더풀 고스트’의 조원희 감독도 그렇고요. 이들은 다 제가 척추가 부러지고, 어깨가 부서져서 더는 배우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기에도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에요. ‘괜찮다’고, ‘잘될 거’라고 힘을 북돋아줬죠. 이제는 제 차례인 거 같아요.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어서 좋고,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좋죠. 그건 흥행 스코어와는 다른 보람이에요.”

마동석은 말했다. 영화는 마라톤 같은 거라고. 뛰다 보면 사점(死點)에 가까운 순간이 온다고 말이다. 그럴 때, 계속 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은 곁에서 함께 뛰는 이들이다. 3~4년의 좌절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지만, 10년이 넘어가면 버티기 힘들다. 영화계는 그런 이들이 더욱 많은 곳이다. 그럴 때 ‘포기하지 말자’고, ‘함께 해보자’고 북돋아주는 이들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지금도 액션을 하다 보면 많이 다쳐요. 매번 이를 악물고 치열하게 하죠. 뼈를 깎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도 하고 싶어요. 한 번 액션영화를 찍고 나면, 다음번에 또 하고 싶은 아쉬움이 남거든요. 제 몸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니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죠.”

영화촬영을 마친 지금은 몸무게가 90㎏까지 줄었다. 이렇게 살이 빠지면 몸이 힘들어진다. 척추와 어깨에 나사가 박혀 있어서 무게가 100㎏ 정도는 나가야 몸이 버틴다. 액션 연기를 하기 위해서 관절이나 인대에 주사를 맞는 경우도 흔하다.

“이게 제 성향인지 모르겠는데, 사회에서 불의한 일이 일어나면 너무 화가 나요. 그걸 막기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요. 제가 그런 시나리오에 끌리는 이유도 그런 데 있는 거 같아요.”

마동석은 영화를 선택할 때나 연기를 할 때 ‘자신이 어떻게 나올까’를 신경 쓰지 않는다. 영화 전체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를 그려본다. 실제로 ‘성난황소’에서 그는 과묵할 정도로 말이 없다. “가족을 잃은 이라면 말을 잃을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 한마디 할 시간에 한 대라도 더 때려서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신 악역은 잘 살아야 한다. 악의 존재감이 클수록, 그를 물리쳤을 때 통쾌함이 커진다. ‘범죄도시’의 장첸이 그랬듯이 말이다.
“액션영화에서는 ‘악역’이 돋보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런 역할을 ‘범죄도시’의 윤계상 씨나 ‘성난황소’의 김성오 씨가 아주 잘 해줬죠.”

지금도 그는 전체의 그림을 본다. 자신이 나오는 영화뿐 아니라 한국 영화계라는 하나의 그림도 함께 보려고 한다. 그의 꿈은 언젠가 해외 박스오피스에 한국어로 된 영화가 오르는 일이다. 해외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흔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마동석은 그게 꼭 자신의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고 했지만, 그 꿈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중임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장르를 연마하고 있다. 어떤 영화는 안타를 쳤고, 어떤 영화는 번트에 그쳤지만 이 또한 다음 타석의 홈런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타석에 오르다 보면 마동석의 액션영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흔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서른넷, 늦은 나이에 ‘천군’이라는 영화에서 병사 중 한 명으로 등장한 그가 국민 히어로 ‘마블리’가 되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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