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의 경험, 청년의 가치가 되다

이근하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1.26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옛 속담에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 무슨 꼰대 같은 발언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경험의 가치를 따진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미 겪어본 사람이라면, 같은 일을 아직 겪지 않은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있을 테니 말이다. 스타트업 ‘쉐어러스(SHAREUS)’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시니어의 경험이 그다음 세대에겐 길잡이 또는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된다는 것. 더 나아가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세대 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지난 3월 쉐어러스가 내놓은 경험 공유 플랫폼 ‘시니어(SEE:NEAR)’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반시우 매니저, 이병훈 대표, 우선영 강사가 쉐어러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시우 매니저, 이병훈 대표, 우선영 강사가 쉐어러스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이병훈 대표는 2017년 8월 쉐어러스의 문을 열었다. 창업 아이템은 ‘시니어의 경험’이다.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진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문득 ‘저 많은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음식을 잘하세요. 화초 기르기, 동물 키우기도요. 오랜 기간 경험으로 얻은 어머니만의 재능이에요. 그런데 어머니는 그것들이 특별한 능력이라고 여기지 않으시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뿐 아니라 대다수 어르신들이 그렇죠. 본인이 수십 년 동안 경험해오면서 쌓은 자산인데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세요. 그 가치를 일깨워주는 중개자가 되고 싶었어요.”

쉐어러스는 시니어가 가진 경험을 오프라인 수업 형태로 만들고 그것을 제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시니어에게는 제2의 사회 경험을, 강의 대상자에게는 이색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무료 수업, 유료 수업 둘 다 있으며 강의 수익은 시니어와 쉐어러스가 일정 비율로 나눈다.

쉐어러스는 강의할 수 있는 시니어를 직접 찾아다니거나 대형서점 곳곳에 수업 콘텐츠를 노출해 그것을 본 시니어가 합류 의사를 밝히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모인 시니어 강사는 100여 명이다. 민화부터 캘리그라피, 꽃차 만들기, 막걸리 비누 만들기 등 강사 수만큼 강의 내용도 다양하다. 다만 시니어의 경험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다 강의 소재가 될 순 없다. 쉐어러스는 교육 외에도 일상을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 기술 측면의 가르침은 이미 존재하는 재능 마켓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쉐어러스는 시니어가 살아온 이야기를 강좌에 충분히 녹이는 데 무게를 싣는다.

“시니어의 경험이 젊은 층이 가진 고민의 솔루션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건 오히려 위험한 발상이죠. 우리는 시니어의 지난 시간을 보여줄 뿐이에요. 누군가에겐 그 지난 시간의 이야기가 미래를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거고 그것이야말로 세대 간 소통이니까요.”

사업 초기만 해도 일각에서는 ‘나이 든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수익원이 되겠느냐며 반응이 냉소적이었다. 이병훈 대표 자신조차 사업 실현 가능성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시험서비스를 실시한 이유다. 대학생 체험단을 꾸려 그들이 저마다 원하는 시니어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만족도를 조사했다. 이 대표는 기대 이상의 만족도 결과를 받아들었다.

수강 계기로 입사 지원한 청년도

체험단원이었던 반시우 쉐어러스 매니저는 당시 수강을 계기로 이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다.

“8개 수업을 들었어요. 평소 원데이 클래스에 관심이 많아서 쉐어러스 프로그램 말고도 여러 번 수강한 적이 있는데 차이가 분명했어요. 기존 수업들은 강의가 끝나면 곧장 흩어지는데, 쉐어러스 선생님들은 제가 왜 이 수업을 선택했는지, 이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고민은 없는지 등을 물어봐주셨어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면서 먼저 전화번호를 주신 경우도 있었고요.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함이었어요.”

수강생 연령대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어린 학생이 수제청 만들기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1 수강생 연령대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어린 학생이 수제청 만들기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2, 4 캘리그라피 수업에 한창인 시니어와 청년들 3 시니어들은 강좌 내용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쉐어러스
 
이병훈 대표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시니어와 쉐어러스 시니어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시니어라 하면 대개 명령 투로 말하는 직장 상사, 화만 내는 옆집 어른, 언제 결혼할 거냐고 재촉하는 친척 등 요즘말로 ‘꼰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한다. 시니어를 지극히 뻔하고 고리타분한, 충고만 할 것이라고 단정 짓는 건 그 때문이리라. 그러나 쉐어러스 플랫폼에서 만나는 시니어는 이용자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명확히 다르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필요하고 궁금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통한다는 부분이 특별하다.

쉐어러스는 중개 플랫폼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이 있는데도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것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시니어들이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면 가치를 발휘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중개를 넘어 강의 기획 단계부터 관여하고 있어요. 모의 수업을 우선 해보고 강의를 개설하죠. 더 다양하고 양질의 클래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고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온라인 플랫폼이 당연한 듯 보이는 요즘이지만, 이 대표는 오프라인 강의 형태를 고수할 계획이다. 대면(對面)만이 전할 수 있는 기운을 믿어서다. 그는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면서 “한 공간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시니어 경험 중심 사업을 결심한 배경에 어머니가 있었지만 정작 그는 참여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경험이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시니어들이 너무 많고 앞으로 그들이 쉐어러스와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의 사소한 이야기가 어떤 이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어요.”

강사 우선영 씨
“내 40년 사회 경험, 누군가에 도움 됐으면”

강사 우선영 씨

강사 우선영 씨는 보험회사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돈과 관련한 여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하는 천편일률적인 ‘돈을 모으는 방법’이 아닌 자신이 몸소 겪어 얻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서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방법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열세 살 때부터 공장에 다닐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았거든요. 그 방법은 저처럼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몰라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절대 정답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방법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때와 지금 청년들이 사는 시대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가 돈에 관한 철칙을 세웠으면 한다.

“강의를 할수록 조심스러워져요.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제 방식만 맞다고 이야기할 순 없잖아요. 그것은 소통도 아니고요. 내가 아닌 세대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나의 경험을 들려주는 게 진짜 소통이죠.”

우 씨는 수강생 중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넬 때도 있다. 직장생활,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대다수의 고민이다.
 
“59년의 인생에서 46년을 사회에서 보냈어요. 그 긴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고 그 안에서 나름의 지혜를 쌓았다고 자부해요. 그것들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진 몰라도 아예 들려주지 않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제가 쉐어러스와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