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와 지초가 많던 꽃섬 난지도(蘭芝島)가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둔갑했다. 서울·경기 지역의 쓰레기 9700만 톤을 15년간 쌓은 결과다. 물론 지금의 난지도에서 과거 쓰레기 매립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난지도 내 환경과 생명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곳이 있다. 국내 최초 에너지자립형 친환경 공공건물, 서울에너지드림센터다.
▶ 어린이들이 펌프질을 하며 재생에너지(수력)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227kW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스템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지열에너지를 이용해 냉난방을 가동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30%를 직접 만든다. 고단열, 고기밀 디자인으로 여름·겨울철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량은 줄였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특한 건물이다. 더욱이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연령층 눈높이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연 8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1층 에너지드림관, 2층 서울기후변화배움터, 3층 커뮤니티관으로 구성된 에너지 교육의 장이다.
▶ 1 관람객들이 바이오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둘러보고 있다.
2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운동에너지가 빛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3 어린이들이 공을 던지면서 온실가스 잡기 게임을 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에너지 패러다임 존, 비행기 모형이 움직이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한시도 눈을 뗄 줄 몰랐다. 어른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비행기가 날 수 있었던 건 회전 거울판의 조명 빛이 움직이면서 비행기 날개에 부착된 태양 전지에 반사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태양에서 빛 형태로 생산되는 태양광에너지를 설명하는 곳이다. 양승란 씨는 “태양에너지로 비행기가 움직이는 게 신기했다”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배우고 와서 설명해주면 잘 몰랐는데 함께 체험했으니 이젠 아이랑 태양에너지와 비행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바로 옆 풍력에너지 체험 공간이 있다. 송풍기 구멍에 맞춰 핸들을 힘차게 돌리자 바람개비가 돌아갔다. 날개 하단에 설치된 전광판에 200kW라고 떴다. 풍력발전기가 만들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외에도 수력발전 댐 모형에 펌프질을 하는 수력에너지, 유채꽃, 축산 분뇨, 음식물 쓰레기에서 얻는 바이오에너지,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열에너지의 히트펌프 등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 존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봤다면 에너지 드림시티 존은 에너지 절약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장에 나란히 설치된 자전거에 아이들이 올랐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신나는데 페달을 밟자 LED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속도를 더 내자 하나둘 불이 들어올수록 거리는 더 밝아졌다. 운동에너지가 빛으로 바뀌는 과정을 경험으로 배웠다.
쓰지도 않고 새는 전기 약 6%
뒤편에서 “안 쓰는 플러그는 뽑아야 돼요. 알았죠?”라고 하자 “네!”라고 아이들이 입을 모았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진열된, 대기전력을 설명하는 곳이다. 대기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소비되는 전력으로 여전히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상태다. 이곳에서는 평소 가정에서 유지하는 대기전력을 하나씩 누르고 낭비되는 전기요금을 계산할 수 있다. 김연희 씨는 “대기전력을 확인해봤더니 한 달에 900원 정도 전기요금이 더 나가는 꼴이었다”면서 “여기 없는 전자제품까지 더하면 더 많이 새어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기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전자제품은 전기밥솥이다. 텔레비전·인터넷 셋톱박스가 그 뒤를 잇는다. 무심코 방치한 대기전력으로 전체 전기 사용량의 약 6%가 낭비된다. 플러그를 뽑거나 차단 멀티탭만 이용해도 낭비를 없앨 수 있다. 도원어린이집 김은혜 원장은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에게도 에너지 교육의 기회가 된다”면서 “가정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엄마에게 지적하기 때문에 엄마들도 조심한다”고 했다.
전철 내부처럼 연출된 곳에서는 블랙아웃 체험이 이뤄졌다. 과다 전력 사용으로 도시가 암흑이 되고 전철도 모두 멈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소량의 빛만 들어왔다. 몇몇 아이들이 “무서워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과도한 전력 사용으로 익숙한 환경이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쉐플러 조리기로 오로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요리하는 ‘태양열 요리교실’, 재생에너지 캐릭터와 카드, 주사위로 즐기는 보드게임 ‘출발 드림이’, 재활용품으로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드는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기’,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서희 씨는 “대안 에너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며 “보고도 사용하지 않으면 잘 모르지만 알면 ‘설치해볼까?’ 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서부터 에너지에 대해 체험하고 생각하면 점차 세상이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2층 서울기후변화배움터로 이동하자 초등학생들이 전문 강사에게서 기후변화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산업혁명 후 100년간 지구의 온도가 0.85도 상승했다는 것. 같은 기간 한국의 평균온도는 무려 1.5도 상승했다는 데 어린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 선 어린이의 얼굴에 동물의 얼굴과 메시지가 겹쳐졌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유진선 남정초등학교 교사는 “과학 시간에 탄소 발자국을 공부하면서 연계해서 배우는 내용”이라며 “최근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등이 화두인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관심을 갖길 바라며 참여했다”고 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이용법
• 서울 마포구 증산로 14(평화의공원 내)
• 02-3151-0562
•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 무료 이용, 월요일 휴관
• 체험프로그램 누리집(seouled.or.kr)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