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부산이 다시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부산의 가을을 알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75개국 300편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개막작 ‘유리정원’을 시작으로 폐막작 ‘상애상친’까지 아시아 각지에서 온 명작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우뚝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 아시아 영화를 발굴·소개하고 부산을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시키고자 만들어진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처음 열린 이래 매해 10월이면 어김없이 영화 팬들을 불러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2년간 아시아의 숨은 명작을 끊임없이 발굴해내며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꼭 필요한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수준 높은 영화제로 성장했다.
10월 12일 개막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영화제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플랫폼 부산’이 신설됐다. 플랫폼 부산은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이 서로 교류하며 공동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세미나, 포럼,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독립영화인들의 연대는 말할것도 없고 이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계획이다.
또 ‘지석상’이 신설됐다. 지석상은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추모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었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개최됐을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적인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운 대표적 인물이다. 지석상은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 영화를 대상으로 후보 작품을 선별,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총 2편을 선정해 각 1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지석상 심사위원단은 매해 다른 인물로 구성될 예정이다. 올해는 한국 영화를 비롯해 아시아 영화를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와 달시 파켓,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이자 인도네시아 최고의 감독으로 손꼽히는 가린 누그로호가 참여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계 트렌드로 떠오른 VR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영화의전당 1층에 마련된 VR CINEMA 전용관에서 ‘VR CINEMA in BIFF’ 프로그램이 열린다. VR CINEMA in BIFF를 통해 전 세계의 VR 영화 30여 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플랫폼 부산, 지석상 등 아시아 영화인
발굴 프로그램 신설
올해는 75개국 300편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개막작 ‘유리정원’을 시작으로 폐막작 ‘상애상친’까지 아시아 각지에서 온 명작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초청작 중에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화권 영화의 약진이 눈에 띈다. 대만과 홍콩에서 활약하던 감독들이 중국으로 무대를 옮기며 생긴 공백을 신인 감독과 독립영화가 자리를 메웠다. 뉴 커런츠 섹션에서는 7년 만에 선정된 홍콩 영화 ‘쪽빛 하늘’, 대만 영화 ‘마지막 구절’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의 경우 올해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대불+’와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조니를 찾아서’ 등 다양한 대만 영화가 상영된다. 중국 영화는 폐막작인 ‘상애상친’을 비롯해 뉴 커런츠에 초청된 ‘여름의 끝’ 등 풍성하게 준비됐다.
가장 많은 작품이 초청된 국가는 일본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 파이널’,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중견 감독들이 연출한 작품이 대거 초청됐다. 국내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오픈시네마 섹션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일본에서 화제가 된 독립영화도 만날 수 있다. 그중 배우 양익준과 일본 청춘 스타 스다 마사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요시유키 키시 감독의 ‘황야’는 국내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외 아시아 각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 감독의 작품도 다수 선보인다. 필리핀의 국민 감독이라 불리는 라야 마틴을 비롯해 네팔 영화 ‘안녕, 카트만두’, ‘호기심 소녀’ 등 독특한 색깔을 지닌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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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수연 집행위원장, 임정운, 서태화, 박지수, 문근영, 신수원 감독, 김태훈 ⓒ연합
한국 영화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선보일 정재은 감독의 ‘나비잠’을 비롯해 뉴 커런츠 섹션에 초청된 영화 3편,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16편,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11편 등 여느 때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특히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 중에는 전수일, 방은진, 신연식, 민병훈, 김성호, 박기용 등 여러 중견 감독의 신작이 첫선을 보인다. 올해는 예심을 도입해 엄선한 한국 단편은 경쟁 부문에 15편, 한국 다큐멘터리는 경쟁 부문에 5편, 쇼케이스에 4편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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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시아권에서는 한 해 동안 세계 영화사에 두드러진 족적을 남긴 거장 및 중견 감독의 신작과 신인 감독의 데뷔작 등 다양한 작품이 부산을 찾았다. 특히 ‘블랙 스완’으로 잘 알려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마더!’는 주연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부산 방문이 확정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릴러, SF 등 장르 영화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산티아고 미트레, 코르넬 문드럭초의 ‘시도’, 정통 프랑스 경찰물의 계보를 잇는 올리비에 마샬의 ‘뚝심’,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정주의 서부극 ‘마르세유의 다섯 손가락’이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다큐멘터리 대가인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와 콩고를 배경으로 한 ‘마칼라’는 다큐멘터리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화 팬을 위해 준비된 이벤트도 놓치면 아쉽다. 다양한 문화계 인사와 한 팀이 돼 영화를 함께 관람하는 ‘시네마 투어’, 영화계 거장의 작품 세계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대담’, 해외 거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 관객과 게스트가 영화로 소통하는 ‘아.주.담.담’ 등 방문객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풍성한 이벤트가 부산에서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기간 10월 21일까지
상영관 영화의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동서대학교 소향시어터 등 총 5개 극장 32개 스크린
상영작 75개국 300편
문의 1666-9177, 부산국제영화제 누리집(www.biff.kr)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