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중립·책임·투명 4대 원칙 제시

2017.07.31 최신호 보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7월 24일 공식 출범했다.위원장으로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 선정됐다.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2005~2011년 대법관을 지냈다. 퇴임 후인 2015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삼성 백혈병 논란’에 대한 사과와 보상 방식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다. 지난 2016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꾸린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갈등 상황에서 시비를 가리고 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위원장은 탁월한 법률가이자 균형감각을 갖춘 법조인으로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번 사안을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으로 다룰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론화 위원은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 선정됐다. 인문사회 분야에는 김정인 수원대 법행정학과 조교수와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연구원 부위원장이 선정됐다. 과학기술 분야에는 유태경 경희대 화학공학과 부교수와 이성재 고등과학원 교수가 선정됐다. 조사통계 분야에는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와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갈등관리 분야에는 김원동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이 선정됐다. 공론화 위원으로 선출된 8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이 여성이다. 이 중 20대는 없고 30대 위원이 3명 포함됐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세웠던 탈원전 공약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지난 2016년 6월 공사가 시작된 이후 올해 5월 말 기준 28.8%가량 지어진 상태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자체가 울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6월 27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이 문제를 10인 이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약 3개월간 여론 수렴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판단을 내리게 하자고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하는 일을 맡기기로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를 설계하고 공론화 어젠다를 세팅해 국민과 소통을 촉진하는 관리자 역할을 담당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2017년 7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전 대법관,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선DB

공론화위 김지형 위원장 선정, 남녀비율·세대균형 맞춰 구성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구성원은 무엇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안을 보는 눈을 가진 인사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공론화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은 중립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덕망이 있는 사람으로 후보를 추렸다.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은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총 4개 분야로 나눠 각 분야에서 공론화 문제를 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위주로 선별하겠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또한 공론화위원회에 남녀비율 균형을 맞추고 인문사회와 과학 분야에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30대 위원을 포함하기로 했다.

공론화위원회 구성원을 선정할 때 원전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는 처음부터 제외됐다. 대신 위원장은 위원회에 상정되는 안건 내용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자문위원을 위촉할 수 있다. 관계 기관·단체 또는 전문가에게 조사·연구를 의뢰할 수 있고, 자료나 의견을 받을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인물을 선별하는 절차는 엄정했다. 4개 분야별로 전문 기관 및 단체의 추천을 받아 1차 후보군 29명을 추렸다. 정부는 당초 8개 기관에서 각각 3명씩 24명을 1차 후보군으로 정하려 했으나 추천된 인사 가운데 20대와 30대가 거의 없어 후보군을 29명까지 늘렸다. 1차 후보군 명단은 원전에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갖는 대표 단체에 넘겨 최대 8명까지 제척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원전 건설 찬성 대표단체로 선정된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6명 이상에 제척의견을 냈다. 원전 건설 반대 대표단체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1차 후보자 가운데 7명에 제척의견을 냈다. 정부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29명 후보 중 제척된 인사 13명을 제외하고 남은 16명의 후보 중 위원장을 포함한 9인을 공론화위원회 구성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은 7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위촉장을 받자마자 1차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공론화 관리의 기본원칙에 대해 논의하고 공론화위원회 운영계획과 운영세칙 등 2건을 의결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공정, 중립, 책임, 투명의 4대 원칙을 세우고 활동기간 동안 공론화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관리해나가기로 했다. 전문가와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지난 7월 27일 울산 신고리 원전5·6호기 공사의 영구 중단 여부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2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갈등관리·여론조사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청취했다. 공론조사 분야 전문가인 이준웅 서울대 교수와 갈등관리 분야 전문가인 김학린 단국대 교수가 참가했다. 이 교수는 시민배심원제와 공론조사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용어 선택에 혼동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론조사는 찬반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여러 사례를 분석해 제대로 된 공론조사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론화는 숙의된 의견조사 또는 서로 의견을 모아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여러 가지 조건부 옵션을 개발·제시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론화위원회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 배심원단이 중단 여부에 관해 찬반을 결정한다는 방침에서 벗어나 공론조사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론조사 참여자 의견 수렴해 합의안 정부에 권고하기로

위원회는 2만 명 내외를 선별해 1차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지역,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한 확률추출법으로 선정한다. 확률추출법은 각 요소를 고려해 동일한 확률로 표본 대상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사회과학에서 표본을 뽑아 조사할 때 많이 사용한다. 확률추출법으로 대상자를 선별한 후 휴대전화와 집 전화를 혼합 사용해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1차 여론조사에 참여한 대상 중에서 350명가량을 선별해 실제 공론조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를 위한 표본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상무는 이 과정은 시민 참여 의사결정 기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김 상무는 “통계적 관점, 엄정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벗어나 시민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로 보면 공론조사는 대표성이 가장 높은 방식”이라며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두 단계를 거쳐 숙의·토론하는 과정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관해 국민 소통 방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위원들은 국민이 공론화와 관련한 다양한 주장을 쉽고 정확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행사를 기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론화 문제에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리적인 공론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갈등학회가 주관하는 공론화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공사가 일시중단 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

▶ 7월 24일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여부에 대한 공론조사를 설계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사진은 공사가 일시중단 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 ⓒ연합

매주 목요일 정례회의 개최, 회의록 누리집에 공개

공론화 과정에서는 누구보다 배심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사람은 공론화위원회가 아닌 배심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론화위원회가 배심원단에게 제공할 정보, 절차, 규칙 등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배심원단과 국민이 충분히 내용을 숙지해 태도의 변화가 생긴다면 공론조사의 공정성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며 “국민들이 공부하고 토론·논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전문가들이 갈등 사안을 논하는 것보다 더 공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 또한 공론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공론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공론화 결과를 무리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매주 목요일 정례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했으며 더 논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위원장이 수시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소통을 전담할 대변인으로 이희진 위원과 이윤석 위원, 김정인 위원을 선출했다. 공론화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모든 회의 이후에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회의 결과를 전달하고, 회의록을 작성해 누리집에 신속히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공론화위원회 물심양면으로 지원… 어떠한 간섭도 없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뉴시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및 공론조사에 참여할 대상자의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7월 24일 공론화위원회 구성원 명단을 발표한 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밝혔다. 홍 실장은 “공론조사 참여자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공론화위원회에서 모두 심의해 결정할 예정이며 정부는 어떤 예단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공론조사 참여자의 판정 결과는 정부에 제출되고 국무조정실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 활동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 홍 실장은 “국무회의에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결정했고 구체적인 근거는 국무총리훈령에 세부적인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이 탈원전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국한된 공론화 작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론화 논의 기간이 짧다는 지적에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은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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