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제시했던 ‘사람 중심 경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최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됐다.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는 추격형 성장’을 ‘사람 중심의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성장의 정책 방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낳은 우리 경제의 기본 관점을 바꾸자는 문제의식에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무엇인가? 사람 중심 경제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1960년대부터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 중심의 고성장 정책은, 한국 경제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고성장이 지속되지 못하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낮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이제는 내수가 중요해졌으며, 이 내수의 핵심인 국민의 소득 증대가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을 내세웠고, 2018년 최저임금이 최근 추세에 비해 높은 수준인 16.4%가 오른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성장 기반이 대기업의 자본 증식이나 이윤 증대보다는 일하는 국민의 소득이라는 점에서 사람 중심 경제의 한 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중심 경제는 국민의 소득을 높여주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최저임금을 높였으니 더는 불평하지 말고 장시간 일하고 복종할 것만 요구한다면 사람 중심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 경제라는 것은 그 이상을 의미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수치로 보이는 성장 등의 경제지표보다 국민이 일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경험하는 행복감, 만족도, 즉 인간다운 삶의 지표가 중시되는 경제를 의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비 보장은 물론 노동시간의 단축과 직장에서의 인간 대접, 가사와 육아의 사회화를 통한 가정생활의 기쁨과 행복, 일 외에도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등이 추구되어야 한다.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청년, 가정과 직장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경력을 쌓아올릴 수 있는 여성, 한창 때만큼 일하지 못한다고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장년, 이들이 사람 중심 경제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윤의 극대화만 추구하지 않는 기업도 유지되는 경제질서,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 생활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주택시장 구조, 기업과 국가의 의사결정 기준을 생산성·이윤·성장률이 아니라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두는 메커니즘, 이것들이 진정 사람 중심 경제의 장기적 방향이 되어야 한다.
현재 발표된 ‘사람 중심 경제’ 추구가 이러한 국민 삶의 총체적 측면을 포괄할 때, 우리는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서 내수를 위해 임금을 올리는 것 이상의 진정한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중심 경제란 돈 중심 경제의 반대일 것이다. 돈이 목적이 되고 사람이 수단이 되는 경제정책이 아닌, 사람이 목적이 되는 사람 중심 경제를 희망한다.
김혜진 | 세종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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