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보다 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

2017.07.09 최신호 보기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전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 탈원전 시대로 가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 표현이다. <위클리 공감>은 탈원전 시대의 개막 배경을 알리는 기고를 시작으로 공론화 조사 작업의 절차와 내용, 탈원전의 대안 및 신재생에너지정책, 탈원전의 길을 걷고 있는 해외 주요국 사례를 차례로 연재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탈원전 정책’으로 상징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도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제 그 공약의 실천이 시작됐다.

2017년 6월 19일,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폐쇄되는 기념일에 대통령은 직접 부산의 고리원전 현장으로 내려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했다. 이 선언에는 대선 공약과 동일한 내용이 포함됐다. 신규 원전 금지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를 통해 서서히 원전 개수를 줄여나가고, 부족한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이 꾸준히 추진된다면 우리나라도 40년 후에는 탈원전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약 40년 전인 1978년에 시작됐다. 얼마 전 폐쇄된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5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의 원전은 새 정부 들어서 중지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31개 원전 가동 국가 중에서 여섯 번째로 원전이 많은 나라다.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에 이어 6위의 원전 대국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1954년부터 시작돼 점점 그 수가 증가했다. 1988년경에 세계 원전 개수는 최고치인 440여 개에 이르렀고, 이후 30년 동안 그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 이 30년 동안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약 60개 정도의 원전을 줄였으나 한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반대로 원전을 늘려 세계 원전 개수는 440개 정도를 유지해왔다. 즉 이 기간 동안 원전 산업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양되고 있었던 것이다.

선진국들이 이렇게 30년 동안 원전을 줄여온 이유는 원자력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 원전 사고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자력 안전성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또한 선진국들은 원자력의 경제성 역시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안전기준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안전설비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안전성을 강화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을 줄이자니 안전성이 희생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특히 안전성을 중시하는 선진국에서는 더욱더 많은 안전설비를 마련했으나, 그 결과 원자력의 경제성이 악화됐다. 그뿐만 아니라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사후처리 비용이 천문학적이며, 최소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보관 비용은 얼마나 소요될지 계산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인 1988년경부터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 않았다. 비록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열심히 원전을 건설했지만 선진국들이 지속적으로 원전을 줄여왔기 때문에 원전 산업은 30년 동안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앞으로 20년 내에 약 300기의 원전이 폐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향후 20년 동안 세계 원전 건설계획은 150기가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20년 후에는 전 세계 원전이 150개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은 세계적으로 보면 사양 산업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역행해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건설을 지속하고 그 개수를 늘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은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산업의 사양화는 어쩔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고, 선진국들은 지난 30년 동안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대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진국들이 주도한,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세계 전기 생산량의 22.8%에 이르렀다. 약 10%에 불과한 원전 전기의 2배가 넘는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투자 액수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액수가 30배 이상이다. 오른쪽 그래프를 살펴보면 이러한 세계적 동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 시급했던 우리나라는 일단은 석탄과 원자력을 이용해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하고, 이에 따라 세계적 추세가 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했다.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량은 세계 평균이 약 23%지만 우리나라는 1%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OECD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꼴찌 수준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가 된 탈석탄, 탈원전의 시대를 새로이 개척해야 한다. 비록 다른 나라들보다는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는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두 번째 장점은 오염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그리고 방사능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청정에너지인 것이다. 세 번째 장점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에너지원은 무한대의 에너지로서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국토에 떨어지는 햇빛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전기로 바꿔도 현재 사용되는 전기 전체를 생산해낼 수 있다. 풍력 자원도 매우 풍부하다. 네 번째는 이 무한대의 에너지가 전혀 연료비가 들지 않는 ‘공짜’라는 장점이다. 연료비가 들지 않으니 여기에 세금도 부과할 수 없는, 그야말로 공짜 에너지인 것이다. 다섯 번째 장점은 이 에너지가 국산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햇빛과 우리나라에 부는 바람은 순수한 국내산이다.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순수한 국산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힘들여 벌어들인 외화를 절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세계 신규 발전 용량 비교

현재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을 하는 데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 자원이 다른 나라들보다 풍부한 편이다. 중국에 밀리기 시작한 몇 년 전까지 태양광 발전량 1위였던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태양광이 훨씬 부족한 나라다. 매일 비가 오다시피 하는 이런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태양광은 아주 풍부해 동일한 발전 시설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남해안 쪽에는 풍부한 해상 풍력 자원이 존재한다. 이를 이용해 해상 풍력을 개발한다면 충분한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렇게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량이 세계 꼴찌 수준인 것은 여태까지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앞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희망을 갖고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전기가 부족하지 않겠느냐 또는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겠느냐 하는 염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40기 정도의 전력량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정도의 여유분이면 여름철 피크 때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전기요금은 어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당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중국 등 주변 국가들보다 저렴해 외국의 공장들이 낮은 전기요금을 노리고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누진제 등을 실시하기 때문에 더 올릴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일반 가정의 사용량은 더 증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은 상당 부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 탈원전 정책이 진행되면 2030년까지 총 25%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이것은 같은 기간 동안의 인플레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서 일반 국민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재생에너지 개발의 경험이 많은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분야는 특별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적으로 풍력과 태양광 분야는 동일한 전기를 생산할 때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서 3~5배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미세먼지, 방사능,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깨끗한 환경과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겁내지 말고 용감하게, 또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가야 할 것이다.


김익중 |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동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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