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취임과 더불어 새 정부 구성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사회 불공정 개선, 지방 균형 발전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재인정부의 민생정책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민생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산적한 국정 현안 문제 해결에 여념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민생현장 행보도 빼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선(先) 제재·압박-후(後) 협상’의 대북정책 기조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전략 구상이 본궤도에 올랐다.
▶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보고 및 논의 안건은 최근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대응 방향, 가계부채 현황 및 향후 대응책, 치매국가책임제 추진 현황 및 계획, 민간단체 대북 접촉·방북 신청 관련 조치 등이었다. ⓒ연합
대통령·국정기획위·중앙부처의 민생정책 본격화
청와대는 5월 31일 “사회 전반의 불공정한 사례를 개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민인수위원회가 6월 1일부터 관련 사례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인수위원회는 국민이 불공정 사례를 제안할 수 있는 현장·온라인 접수처를 신설할 예정이다. 특히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집중적으로 불공정 사례를 접수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1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에서 열린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민생을 위협하는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해양 안보를 위협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우리 바다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조선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해양·조선 사업은 국가경제 핵심의 한 축으로 전시에는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의 역할을 하는, 안보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경쟁력을 살릴 수 있게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위해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5월 31일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중소기업청의 업무보고를 받고 중소벤처기업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정우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성공 여부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장학재단 업무보고에서는 새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반값등록금 문제도 논의됐다.
앞서 5월 30일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부처 간 첫 ‘합동 업무보고’가 있었다. 일자리 창출 방안이 논의된 이날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1만 2000명의 공무원을 충원하는 방안을 비롯해 부처별 일자리 늘리기 ‘로드맵’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지역의 균형 발전 방안도 논의됐다. 국정기획위는 지방공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지방공약 검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방공약 검토 TF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공약 140개 가운데 각 사업의 재정 수요를 검토해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한편 가뭄이 지속되면서 일부 농축산물 가격이 뛰자 정부는 긴급 수급 관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31일 가뭄 지속 시 피해가 우려되는 채소류는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사전대책을 강구하고, 축산물은 생산 기반을 조기에 회복하면서 동시에 수급 조절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행보도 분주히 전개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6월 1~2일 미국을 방문,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를 만나 한미동맹 강화, 북한·북핵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 정 실장의 이번 방미는 국가안보실장 취임 후 첫 번째 미국 방문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있은 한미 정상 통화(5월 10일)와 곧 이은 대통령 특사의 방미 외교 활동(5월 17~20일) 등을 통해 양국 간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6월말로 예정된 첫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일 정상 전화 대담,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조사는 국내적 조치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0일 아베 총리와 전화 대담을 갖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날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는 아베 총리가 먼저 요청해 20분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일본에까지 위협이 된다는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고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 할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기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및 압박’을 언급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한편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한편으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북한은 3주 연속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은 북한에 항의했고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5월 10일) 이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나흘째인 지난 5월 1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2형’ 발사를 시작으로, 21일 북극성 2형, 27일에는 신형 대공미사일, 29일에는 신형 대함탄도미사일을 쐈다. 2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3월에 두 차례, 4월에 세 차례였다가 5월에는 네 차례로 늘었다.
6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선 제재·압박-후 협상’ 기조에 따른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5월 29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우선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다”면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적인 군사작전을 쓰지 않고 북한이 평화적으로 행동을 바꾸도록 우선 모든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6월 말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도 긴밀한 파트너이며 두 나라는 좋은 친구”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압박 방안, 북한의 인권·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협조 부분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발사대 4기 국내 추가 반입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1일 청와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 총무를 만나 “나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이며 기존의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강력히 요구된다”면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취임, 여당 의원 대거 장관 지명
실무형 차관 인선으로 국정 공백 차단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1일 기획재정부 1차관에 고형권 아시아개발은행 이사, 교육부 차관에 박춘란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외교부 2차관에 조현 주인도 대사를 각각 임명했다. 또 통일부 차관에 천해성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행정자치부 차관에 심보균 행자부 기획조정실장, 국토교통부 2차관에 맹성규 전 강원도 부지사를 각각 발탁했다. 문 대통령이 6개 주요 부처 차관을 우선 임명한 것은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거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고려해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더 낮은 자리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낮은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총리는 책임총리로서 인사제청권을 공식 행사하게 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0일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도종환 의원을 지명했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김현미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영춘 의원을 발탁했다.
청와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4선 의원인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 “새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지방분권, 균형 발전, 국민통합의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도종환 후보자에 대해서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문화·예술·체육 공동체와 관광 한국의 새 틀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미 후보자에 대해서는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서민과 신혼부부,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 성공,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토부 주요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춘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기의 해운 산업을 살리고 갈수록 환경이 악화되는 수산업 보호, 세월호 진상 규명 등 해수부 주요 과제 해결의 최고 적임자”라고 말했다.
백승구·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