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1만 5000여 명 참석… 역대 최대 규모 유족과 함께 눈물, 치유와 통합의 장

2017.05.22 최신호 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8일 취임 후 첫 공식 기념행사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5·18 정신을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란 제목으로 열린 기념식은 정부 주요 인사를 비롯해 1만 50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 5월 영령 추모 의미가 더해지면서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게 치러졌다. 5월 영령을 추모하는 기념공연이 처음으로 포함됐고, 수년간 제창을 두고 논란을 빚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9년 만에 다 함께 불렀다.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된 기념식은 애국가 제창·묵념을 포함한 국민의례, 헌화·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로 진행됐다. 처음으로 식순에 들어간 기념공연은 5월 영령을 추모하는 내용으로, 모두 3막으로 이뤄졌다.

1막에서는 5·18 당시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김소형 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자신이 태어난 날인 1980년 5월 18일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 씨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추모사 낭독을 마치고 퇴장하는 김소형 씨의 뒤를 말없이 따라가 꼭 안아주었다. 김 씨는 대통령의 품에서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은 치유와 다짐의 장이었다.

유족과 위로의 포옹, “아버지 품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대로 나와 5·18 민주화운동 유족 김소형 씨를 포옹하는 장면은 이날 기념식이 예년의 기념식과 전혀 달라졌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막에서는 가수 권진원 씨, 광주시립합창단이 ‘그대와 꽃피운다’를 함께 불렀다. 3막에서는 가수 전인권 씨가 무대에 나와 ‘상록수’를 불렀다. ‘그대와 꽃피운다’, ‘상록수’는 민중 가요로 촛불집회에서도 불렸다. ‘상록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곡으로 유명하다.

현직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한 지 4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만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첫해인 2008년에만 기념식에 참석했고 이후에는 국무총리를 통해 기념사를 대독하게 했다. 현직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처음 참석한 해는 2000년이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이 20주년을 맞아 ‘성년’에 접어들었고 인권과 평화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에 따라 행사에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부터 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담겠다는 저의 대선 공약을 지켜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면서 “5·18 민주화운동은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헌 작업을 위해 국회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5·18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다”며 “저 자신도 5·18 때 구속된 일이 있지만 광주의 아픔을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 있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고,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80년대 5·18 진상 규명과 관련 반정부 운동을 펼치다 숨진 전국의 ‘대학생 열사’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고인이 된 전남대생 박관현, 노동자 표정두, 서울대생 조성만, 숭실대생 박래전 등의 이름이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거명됐다.

518 기념식

▶ 1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 2 문재인(왼쪽 두번째) 대통령 등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3 문재인 대통령이 5·18 기념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초청 인사 외 누구나 참여한 열린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의 마지막 식순으로 마련된 행진곡 제창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행진곡 제창이 있겠다”는 행사 진행자의 안내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의 정세균 국회의장과 오른쪽에 서 있던 이 곡의 작곡가인 김종률 씨의 손을 잡았다. 이어 반주에 맞춰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행진곡을 불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중단됐던 행진곡이 9년 만에 공식 제창되는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나고 나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국립묘지를 찾은 시민들은 사전신청 없이 보안을 위해 설치한 검문검색대만 통과하면 누구나 기념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 기념식에는 5·18을 비롯해 4·19혁명, 제주 4·3사건 등 주요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단체들이 대거 초청됐다.

9년 만에 제창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윤상원 열사와 1978년 노동 야학을 운영하다가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소설가 황석영 씨가 시민사회운동가 백기완 씨의 옥중 시(詩)인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썼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작곡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님’으로 표현한 이 노래는 2000여 개의 카세트테이프에 복사돼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본 행사에서 제창되며 기념곡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11년 기념식부터 합창단이 부르고 원하는 참석자가 따라 부르는 ‘합창(合唱)’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반발한 야권과 시민단체가 제창 변경과 기념곡 지정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같은 해 취임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제창에 반대해왔던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9년간 이 곡을 둘러싸고 지속됐던 ‘제창·합창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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