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진화하고 있다. 국내 주류(酒類)회사 위주였던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에 이어 수제맥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수제맥주의 시장점유율은 0.5%에 불과하지만 점차 맥주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수제맥주 열풍이 심상치 않다. 2010년대 초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 인근에서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판매되던 수제맥주가 전국으로 영역을 확장해 맥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2년 10여 개에 불과했던 중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현재 50여 개로 증가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한 이유는 수입맥주와 연관이 있다.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이 2016년 기준 약 10%로 크게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새로운 맥주를 접할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국내 맥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라거 타입 맥주 대신 페일에일이나 인디언 페일에일(IPA), 밀맥주 등 에일 타입의 맥주가 소비자에게 사랑받으면서 수제맥주가 시장에 안착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맥주의 다양한 맛에 눈뜬 사람들은 더 신선한 맥주를 찾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펍에서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맥주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맥주 펍마다 다양한 재료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색다른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젊은 맥주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2014년 4월 개정된 주세법은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 제조장의 시설기준이 완화돼 중소업체가 맥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주세(酒稅)가 기존 제조원가 1.1배의 80% 수준에서 60%로 낮아지면서 그간 수제맥주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규제의 빗장이 느슨해졌다. 주세법이 개정된 이후 최근 3년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매년 100% 성장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수입맥주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30%를 넘보고 있다.
신세계 ‘데블스 도어’, 진주햄 ‘공방’ 속속 오픈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대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14년 신세계푸드가 서울 반포동에 수제맥주 펍 ‘데블스 도어’를 오픈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육가공업체 진주햄이 국내 1세대 수제맥주 회사 카브루를 약 11억 원에 인수해 서래마을에 맥주 펍 ‘공방’을 오픈했다. 또한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YG푸드, 패션기업 LF도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벤처캐피털 역시 수제맥주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투자사 ‘알토스벤처스’와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는 서울 성수동에 있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앞서 2016년 말에는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가 충북 음성에 양조장을 둔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에 50억 원을, ‘IBK캐피털’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더부스브루잉컴퍼니’에 3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앞으로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맥주산업 규제 완화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소규모 업체가 생산한 수제맥주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고 주류 원료 및 첨가물의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맛을 내는 술을 만들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맥주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소규모 맥주 기업인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수제맥주업계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제맥주 전문가 양성기관인 브루웍스아카데미 성훈 원장은 “수제맥주가 소매점에 진출하게 되면 수제맥주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국내 맥주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0.5% 정도인 수제맥주가 수년 내에 5%까지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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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