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꽃 소비의 80%가 특정 기념일, 경조사 등에 치중해 있다. 정부는 생활 속 꽃 소비를 권장하고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1T1F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꽃을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훼산업 수준은 세계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화훼농가는 시설 투자, 품종 개발 등을 노력했고 정부도 시설 현대화 사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화훼산업은 1990년부터 수출 유망 작목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며 2010년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1만 347호였던 농가수는 2015년 8328호로, 재배면적은 6829ha에서 5832ha로, 생산액 8510억 원에서 6332억 원으로 감소했다. 수출액도 1억 307만 달러에서 2846만 달러로 급감했다.
화훼산업을 지탱하는 재배, 유통, 소비 중 난항을 겪는 부분은 ‘소비’다.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공급량은 늘어났지만 소비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꽃 소비의 80% 이상이 선물·행사 등에서 이뤄지는 독특한 소비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꽃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서 36.2%가 ‘돈을 주고 사기 아깝다’고 답했다. 국민 1인당 연간 꽃 소비액도 2005년 2만 870원으로 정점을 보인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2015년 1만 3310원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꽃 생활화를 위해 1T1F(1Table 1Flower)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꽃의 선물·행사용 소비 구조를 생활용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소비를 증진해 화훼농가를 살리고 국민 정서안정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 농협은 2016년 10월 일부 부서의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올해 2월부터는 농협 전 계통에서 1T1F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은 농협경제지주 원예과 직원들로 이들 책상에는 매주 월요일 신선한 꽃이 배달된다. ⓒC영상미디어
소비자 79.3% “꽃 판매장 개설되면 이용할 것”
1T1F는 ‘사무실 책상 하나당 꽃 하나씩을 놓자’는 뜻이다. 1T1F에 동참하면 전문 꽃 코디가 매주 신선한 꽃을 선별해 책상까지 배달해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37개 기업·기관(4만 4000개 테이블)이 1T1F에 동참 의사를 밝혔으며 올해 80개 기업·기관(10만 개 테이블)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도 1T1F 운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꽃 소비 촉진과 국민들의 일상 속 꽃 생활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정부와 국회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월 7일 ‘국회 꽃 생활화 운동 출범식’을 갖고 국회의장실, 사무처, 농해수위원장실, 예결위원장실 등의 참가 서명을 받았다. 국회 20여 개 사무실 테이블에는 매주 새로운 꽃이 놓이고 있다.
소비자의 화훼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꽃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앞선 조사에서 소비자의 79.3%가 대형 유통업체나 마트에 화훼 상설 판매장이 개설되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슈퍼마켓, 편의점 안에 화훼 판매 코너인 ‘플라워 인 숍’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전국 GS슈퍼마켓에 ‘플라워 인 숍’을 설치하고 꽃을 판매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30여 개에 불과한 ‘플라워 인 숍’을 올해 370여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꽃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점점 늘고 있다. 2015년 12월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숍인숍’이 허용되면서 꽃가게 안에서 커피숍 운영이 가능해졌다. 정책이 시행되면서 꽃가게와 카페를 합친 ‘플라워카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곳은 커피도 마시고 꽃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다. 서울 연남동 플라워카페를 방문한 한 손님은 “꽃향기를 마시며 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더 좋다. 꽃을 배경으로 카페에서 사진을 찍으니 더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꽃도 구매했다”고 말했다.
‘1Table 1Flower’ 실천하는 농협
“사무실 책상에 올려진 꽃 중장년 직원들이 더 좋아해요”
“분위기가 밝아졌다. 꽃 하나로 사무실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농협 사무실에는 책상마다 꽃이 놓여 있다. 적막할 것 같은 무채색 사무실에 총천연색 꽃이 놓이자 기분까지 밝아진다. 희미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여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농협경제지주 원예과는 ‘1Table 1Flower(1T1F)’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책상 위에 꽃 한 송이가 놓임으로써 사무실의 분위기가 매주 달라진다. 계절에 따라 대표 품종이 배달돼 질리지도 않는다. 새로운 꽃 품종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요일이면 ‘어떤 꽃이 놓여 있을까’ 출근길이 설레는 효과도 있다.
꽃이 놓이니 기분도 좋아지고 업무 능률도 향상돼
농협이 1T1F에 참여하게 된 것은 화훼 소비의 부진으로 화훼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2016년 10~12월 일부 부서의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올해 2월부터는 농협 전 계통 조직이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1T1F에 적극 참여한 농협경제지주 원예과는 농산물 품목별 수급 조절, 관측 정보 제공 등을 통해 농가의 안정을 지원하는 부서다. 맡은 업무가 이렇다 보니 그 누구보다 화훼 농가의 어려움에 공감한다.
꽃의 생동감 넘치는 색깔은 우리의 기분을 전환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김승호 원예과 과장은 “꽃을 볼 때 억지 미소가 아닌, 정말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온다. 이러한 현상을 발견한 프랑스 심리학자의 이름을 따 꽃을 볼 때 나오는 진짜 미소를 ‘듀센 미소’라고 부른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꽃을 보며 미소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며 심리학적으로도 검증된 1T1F 효과를 설명했다. 또 그는 “직원들이 1T1F를 계기로 일상생활에서 꽃을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꽃은 사무실 분위기의 전환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능률 향상을 가져왔다. 꽃이 주는 정서 안정 효과 덕분이다. 직원들은 업무 중 잠시 쉬는 시간에 꽃향기를 들이마신다. 여성만 꽃을 좋아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다. 대부분이 책상에 놓인 꽃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평소 꽃을 받아볼 기회가 거의 없는 중장년 직원의 반응이 유독 호의적이다.
책상 위 꽃이 가져온 또 다른 효과는 뜻하지 않게 주변 정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금요일까지 꽃이 시들지 않게 물을 갈아주고 꽃 주변에 먼지가 없도록 청결에 신경 쓰게 된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꽃과 함께 5일을 보내고 금요일이 되면 김승호 과장은 꼭 하는 일이 있다. 퇴근 전 사무실에 놓인 꽃 중에서 시들지 않은 꽃을 모으는 것. 월요일이면 또다시 새로운 꽃이 배달되기 때문에 아직 시들지 않은 꽃을 모아 다발로 만든다. 이 작은 꽃다발은 다시 집에 자리를 잡는다. 가족들의 반응도 좋다. 듀센 미소가 회사에서 가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