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토이로 1인 1로봇·반려로봇 시대 문 열고 싶어요”
스마트토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업 유로모니터는 스마트토이 시장이 2016년 37억 유로(약 4조 9400억 원)에서 2018년 74억 유로(약 9조 2389억 원)로 확대돼 시장 규모가 2배로 커질 것이라고 추정한다. 해외에서는 이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상태. 한국의 스마트토이 시장 선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솔리디어랩 최무성 대표를 만났다.
솔리디어랩을 세운 최무성 대표는 원래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원이었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연구실에서 로봇을 연구하던 어느 날, 그는 연구소 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연구소 생활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그곳에서는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연구한다기보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경향이 있었죠. 이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지향하는 로봇과는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구소를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로봇 공학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1인 1로봇 시대를 여는 것이다. 최무성 대표 역시 다르지 않았다. 1인 1로봇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당시 한창 성장하던 스마트폰 케이스에 주목했다. 누구나 사용하는 스마트폰 케이스에 로봇 기술을 접목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솔리디어랩의 첫 작품인 ‘부저’다. 스마트폰과 케이스를 연동시키기 위해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했다. 블루투스를 켜서 스마트폰 어플로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스마트토이 셀토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최무성 대표와 솔리디어랩 직원들 ⓒC영상미디어
직접 만드는 스마트토이 개발로 주목
2012년 솔리디어랩은 부저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에 선정됐다. 2013년에는 세계적인 발명 전시회 ‘피츠버그 국제 발명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전시회의 반응도 좋았다. 움직이는 스마트폰 케이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 같아요. 게임, 화상통화 등 여러 기능을 넣다 보니 가격이 높아지고 구매 타깃층도 명확하지 않았어요. 부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제품이긴 했지만 지갑을 열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타깃층이 비교적 분명한 제품을 개발하자는 데 직원들이 의견을 모았어요.”
최무성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스마트토이 ‘셀토’가 탄생했다. ‘셀토(SSELTO)’는 ‘Self-making Smart Toy(직접 만드는 스마트토이)’의 줄임말로 조립부터 조종까지 소비자가 직접 하는 DIY 제품이다. 셀토는 엠코(Mco)라고 불리는 모터와 공룡, 자동차, 로봇, 고양이 캐릭터 등 다양한 모양으로 조립할 수 있는 골판지가 포함된 스마트토이다. 엠코만 있으면 골판지 모양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스마트토이로 변신할 수 있다. 이것이 셀토와 다른 장난감의 차이다. 대부분의 장난감은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들지만 셀토는 골판지로 만든다. 왜 골판지로 스마트토이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왜 장난감은 갖고 노는 기간이 짧은지를 먼저 생각했어요. 갖고 놀다 망가지든 싫증이 나든 새로운 장난감을 계속 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이 싫증 내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디자인이나 캐릭터 같은 토이의 외형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골판지는 플라스틱보다 외형을 바꾸기 쉬운 재질이라 골판지만 갈아 끼우는 방법을 생각해내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적 효용성 때문입니다. 셀토를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면 플라스틱 사출 작업, 금형 작업 같은 부수적인 일이 많이 생겨요. 그러면 제품 제작비가 올라갈뿐더러 셀토의 장점인 새로운 모델로 자주 교체하는 것도 힘들어지죠. 그래서 고민 끝에 종이로 된 재질 중 비교적 단단한 편인 골판지로 제작하게 됐어요. 골판지는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재질이죠.”
초등학교 로봇교실 수업 자료로도 활용
최무성 대표는 지난 2016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한국 전자전’에 셀토를 선보였다. 움직이는 장난감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장난감을 움직이는 방식에 크게 호응했다. 해외 바이어도 셀토의 교육적인 측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이 직접 장난감을 만들어 조작하는 방식은 셀토가 교육용 완구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교육용 장난감으로 영역을 넓힌 셀토는 현재 20여 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로봇교실 수업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 전자전에서 만난 바이어들과 꾸준히 연락을 취한 결과 영국, 미국, 일본, 중국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중 주문 전 단계까지 계약을 마친 나라도 있다.
“앞으로는 셀토를 교육용과 완구용, 두 가지로 나눠 제작할 예정이에요. 교육용은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장난감을 조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코딩의 원리를 알려주는 등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어요. 교육용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완구용은 성인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요. 키덜트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측면을 보강해 교육용과 차별을 둘 계획이에요.”
움직이는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스마트토이로 영역을 확장한 솔리디어랩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했어요. 지금 우리 생활에 널리 활용되는 로봇이 로봇청소기와 공장에서 사용하는 로봇뿐이에요. 로봇을 활용하는 분야를 더 넓혀서 1인 1로봇 시대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로봇의 기술적인 측면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공을 들일 생각입니다. 소비자의 감성에 맞는 로봇이 제작되면 1인 1로봇 시대를 넘어 반려로봇이 사랑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장가현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