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가 된 지 15년째다. 인구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구 절벽’이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특히 소비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각종 대책을 준비, 시행해왔다.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육아휴직제도다. 이 제도는 2000년대 이후 크게 발전해왔지만 정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과 기업 등 사회 주체 모두가 협력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초저출산 국가에서 탈피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육아휴직제를 집중적으로 짚어봤다.
서울의 한 출판사에 근무하는 류지환 씨(가명·40)는 워킹맘인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장(家長)이다. 아내는 이미 두 아이를 대상으로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다. 그런데도 육아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류 씨는 ‘아빠의 달’ 급여 지원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동료들도 적극 권유했다. 류 씨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심장병을 앓던 둘째 아이의 치료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에서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가정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고 있다. 다만 육아휴직 후 복직에 대한 중압감과 육아휴직 기간 동안 줄어든 수입에 대해서는 스스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늘어난 남성 육아휴직, 전년대비 2.8% 증가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육아를 위한 각종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그중 육아휴직제도는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자녀를 출산한 가족에게 적절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며, 특히 남성이 자녀 양육에 동참할 수 있는 다차원 정책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최근 육아휴직 신청자가 늘면서 해당 근로자의 만족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남녀 근로자 8만 9795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남성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 2016년 남성 육아휴직자는 7616명으로, 2015년에 비해 56.3%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도 8.5%를 기록했다(전년 대비 2.8% 증가). 정부가 2014년부터 시행해온 ‘아빠의 달’ 이용자 수도 2703명으로 전년(1345명)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아빠의 달 사용자의 폭발적 증가는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전환이 확대되고, 2016년부터 아빠의 달 지원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린 덕분이라고 추정된다.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육아휴직 대안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근로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성 근로자들의 경력 단절을 예방함과 동시에 남성 근로자들의 육아 참여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기업의 인력 공백 부담을 덜 수 있는 중소기업 친화적 제도이기도 하다. 2016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자 수는 2761명으로 전년 대비 33.9% 증가했고, 남성의 사용도 전년(170명)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378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여성 고용률 제고(提高)를 위해서는 남녀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들이 필수적이며, 육아휴직의 연장 및 휴직기간 중 적절한 소득보장이 수반돼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 인상 논의 필요
육아휴직 활성화 및 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은지 박사팀이 지난해 ‘육아휴직 소득보장 실효성 확보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육아휴직 급여의 사후 지급 규정을 없애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도 인상해야 한다. 또한 현재 소득대체율 40%인 수준을 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 또는 최저임금 수준보다 높은 쪽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고용주(사업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의 전향적 인상, 휴가제도와 급여권 분리,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 및 유자녀가족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한부모가족 수당 확충 등 장기적인 개편 방안도 담고 있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올해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과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아빠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유연하게 관련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근무혁신 10대 제안 캠페인, 남성 육아휴직 확산 등을 적극 유도하겠다”며 “기업문화를 개선해 임신, 출산, 육아기 일하는 부모의 일·가정 양립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 고용 창출과 저출산 극복을 다각도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승구│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