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장조림을 병째로 넣어서 돌렸어요?" "집에서도 가끔씩 유리그릇에 담아서 데웠거든. 누가 이렇게 쉽게 깨질 줄 알았나." 작은 사무실에서 선후배로 보이는 남자 직원 두 사람이 깨진 유리병과 그 속에 담겨 있던 쇠고기 장조림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도시락 가방에서 반찬을 꺼내 점심을 차리는 와중에 전자레인지에 장조림을 넣고 데웠는데 그만 장조림 병이 깨져버린 것이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철에는 전자레인지 사용이 빈번해진다. 음식을 데울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한방 보약 같은 걸 따뜻하게 해 마시려는 사람들도 전자레인지 신세를 지곤 한다. 전자레인지는 언제부턴가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는 주방 전자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의 일반화에도 불구하고 어떤 그릇을 사용해야 안전하게 음식을 데우거나 조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전자레인지의 발열 유도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라는 전자기파를 통해 음식을 데운다. 영어권에서 전자레인지를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는 쉽게 말하면 적외선과 라디오 무선 사이의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다. 한데 이 대역의 마이크로파는 신기하게도 물(혹은 물기)에 쬐면 물의 온도를 올려놓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특정 대역의 마이크로파가 음식을 덥힐 수 있다는 사실은 1945년 퍼시 스펜서라는 미국인 엔지니어가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호주머니에 초콜릿을 넣어둔 채로 당시 마이크로파 실험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초콜릿이 녹는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됐다. 스펜서는 이에 착안해 팝콘과 달걀을 연이어 마이크로파로 데웠는데 모두 다 조리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파가 수분을 함유한 음식만 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유리나 플라스틱 가운데는 마이크로파를 쬐면 깨지거나 변형되는 것들도 있다. 특히 유리는 열폭주(Thermal Runaway)라는 물리적 현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재질이어서, 전자레인지 속에서 당장 깨지지 않더라도 이를 꺼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힘만 가해져도 문자 그대로 ‘와장창’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
▶물을 적당히 채워 30초 정도 데웠을 때 물보다 용기가 더 따뜻하다면 전자레인지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shutterstock
유리그릇이나 플라스틱 재질은 전자레인지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을 따로 만든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에 써도 탈이 없는 그릇이나 용기를 보통 사람들이 육안으로 구분해내기는 쉽지 않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도 되는지 헷갈리는 재질은 유리나 도기 혹은 자기 계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들이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간단히 테스트하는 방법이 있다. 물을 적당히 채워 대략 30초 정도 데운 뒤 해당 용기가 더 따뜻한지, 물이 더 따뜻한지를 손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30초 정도 돌렸는데도 컵이나 그릇 등 용기가 물보다 더 따뜻하다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물이 따스하게 데워져 있다면 해당 용기는 전자레인지용으로 무리가 없다.
전자레인지에 이용되는 마이크로파는 경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음식의 표면이나 속만을 선별적으로 데우는 게 아니다. 물 분자를 진동 회전으로 충돌시켜 열을 나게 하기 때문에 어디든 수분 함량이 높은 부분이 먼저 덥혀진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파에 취약한 재질이라면 수분이 아니더라도 먼저 데워진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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