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 좀 하고 지내니?" "뭐, 하기야 하지." "무슨 운동?" "하하, 숨쉬기 운동." 평소 이렇다 할 운동을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 가운데 농담으로 ‘숨쉬기 운동’을 한다며 눙치는 사람들을 가끔씩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십중팔구 상대가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정색하고 제기할 수 있는 의문 한 가지. 그렇다면 숨쉬기는 정말 운동이 아닐까? 아니, 전혀 운동이 되지 않을까? 운동을 활발한 몸놀림이 수반되는 신체 활동이라고 정의한다면 숨쉬기는 운동 축에 낄 수 없다. 하지만 운동을 정신 건강을 위한 것, 예컨대 스트레스를 날리고 심적 안정 등을 취하며 두뇌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재충전 활동이라고 가정한다면 숨쉬기도 어엿한 하나의 운동 혹은 스포츠로 봐줄 수도 있을 것같다.
숨쉬기를 마음과 정신, 나아가 마음이나 정신 상태와 연관된 신체 건강을 지키기 위한 불가결의 요소로 인식하는 대표적 활동으로는 명상을 꼽을 수 있다. 명상에서 숨쉬기, 즉 호흡은 다소 과장하면 명상의 시작과 끝이다. 즉 제대로 된 명상이라면 무엇보다 호흡이 제대로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호흡을 중시하는 명상은 심신 건강을 위한 운동의 하나로서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또 명상의 과학성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이나 관심도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명상과 심신 건강의 ‘직접적’인 관계를 규명한 과학적 연구 사례도 흔치 않다. 물론 기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명상이 심신의 건강에 득이 된다는 식의 추론 등은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들숨을 쉴 때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명상은 호 흡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심신 건강 운동이다. ⓒshutterstock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호흡과 관련한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끄는 건 이런 배경도 한몫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과학자들은 수술을 받을 예정인 간질 환자 7명의 두뇌에 전극을 꽂고 뇌 전류의 활성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숨을 들이쉴 때 기억력, 감성 등과 관계된 뇌의 특정 부위의 전류가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발견을 바탕으로 정상인 60명을 대상으로호흡과 기억력, 감성 등의 관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평소 의식하지도 못한 채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호흡의 놀라운 면모들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들숨을 쉴 때 본 사물 등을 더 잘 기억해낸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또피험자들은 들숨을 쉬면서 본 두려운 표정의 얼굴을 더 잘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날숨 때 본 장면들에 대해서는 기억이 떨어지고, 들숨을 쉬고 보았더라도 두려운 얼굴이 아니라 놀란 모습 등을 인지하는 데는 날숨 때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들숨이라도 기억력 향상이나 두려운 표정에 대한 인지의 증대는 코를 통해 공기를 흡입했을 때만 이뤄진다는 점도 드러났다.
바꿔 말해 들숨의 ‘긍정적’ 효과는 입으로 숨을 들이마실 때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들숨 때 활성화되는 뇌의 변연계가 후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라는 점을 코로 숨 쉴 때만 기억력 향상 등이 뒤따르는 이유로 추정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이번 실험과 연구는 호흡이 심신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드문 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를 통한 들숨이 기억력, 정서 조절 등과 연관된 주요 두뇌 부위의 기능을 결정적으로 증진시킬 수있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운동으로서 호흡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점을 입증한 연구로 평가된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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