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제주 해녀문화’가11월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문화재청은 "제주 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 번 널리 알려지고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전 세계인에 새롭게 조면
제주 해녀문화는 ‘물질(잠수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 해녀들의 안녕을 빌고 공동체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바다로 나가는 배 위에서 부르는 노동요 ‘해녀노래’,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전승되는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여성의 역할’ 등으로 구성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제주 해녀문화가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고,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며, 관련 지식과 기술이 공동체를 통해 전승된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해녀란 바닷속에서 무호흡 잠수로 전복 등 해산물을채취하는 물질을 업으로 삼는 여성을 말한다. 수심 20m 바닷속에서 2분 정도 잠수하는 물질 기술은 선배 해녀가 후배 해녀에게 전수하는 형태로 이어져왔는데, 이런 전통적 조업 형태는 제주 해녀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 제주 해녀는 단순히 일시적이고 산발적인 해산물 채취가 아닌 제주의 문화적, 역사적, 환경적 특수성에 기반을 둔 자생적인공동체 문화다. 함께 일하고 나누며 풍요와 안녕 그리고 무사 무탈을 기원하는 ‘영등굿’, ‘잠수굿’ 등그들만의 독특한 무속 신앙과 고된 물질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그들만의 노동요인 ‘해녀가’ 등고유한 문화를 이어왔다.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여성 노동 공동체로 인정받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온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동아DB
ⓒ뉴스1
과거 제주에서는 여자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물질을 배웠다. 1970년대만 해도 해녀가 1만40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요즘은 물질 자체가 고되고 어려운 데다 위험하고수입도 적은 탓에 젊은 층이 기피해 4377명 정도로 줄었다. 더 큰 문제는 해녀의 고령화다. 전체의 85%가 60대이상이고, 평균 연령이 70세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10~20년 뒤에는 1000명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 | 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대표
"제주 해녀 가치 발굴과 보존 더 중요해졌다"
이한영(43) 숨비 대표는 2008년부터 제주해녀문화보존회를 만들어 제주 해녀문화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특히 90만 명으로부터 유네스코 등재 청원 서명을 받는 등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온 제주 해녀문화 지킴이라 할 수 있다.
ⓒ김도균 기자
제주 해녀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008년 제주한수풀해녀학교 입학을 계기로 해녀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해녀문화를 알리기 위해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를 설립했습니다. 2011년엔 공연기획사 ‘숨비’를 만들어 전통 해녀 물질 공연을 해오고 있는데,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해녀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녀 20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해녀 일자리 창출도 하고 있고요. 숨비는 ‘숨을 비우다’, ‘해녀가 물질을 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제주 해녀문화는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사회적 약자, 남녀평등, 자연과의 조화, 사회 공헌 등의 의미를 모두 함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주 해녀문화의 요체인 물질 기술은 제주 어머니들의 강한 생명력과가족을 위한 희생인 모성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본에도 우리 해녀와 비슷한 ‘아마(海女)’가있습니다
"일본 아마는 이번에 등재 신청을 하지 않아 우리가 먼저 등재됐습니다. 나중에 추가 등재될 가능성은 있어요. 일본 아마(海女)도 8세기 일본 문헌에 ‘가즈키메(潛女)’라고 기록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제주 해녀와 일본 아마는 장비와 복장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물질 방법은 다릅니다. 제주 해녀는 밧줄을 묶거나 남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수심 20m까지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고 일본 아마는 ‘후나도(舟人·뱃물질)’와 ‘가치도(徒人·갓물질)’ 두 유형이 있습니다. 후나도는 부부가 배를 타고 작업을 하는데 해녀가 해산물을 채취하면 남편이 해녀 허리에 연결된 생명줄을 끌어당기는 형태고, 가치도는 해녀가 부표에 7~8m의 밧줄을 허리에 연결해 부표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업합니다.
제주 해녀는 철저한 여성 공동체 문화로 물질 기술에 따라 상·중·하군으로 위계질서가 나뉘는 잠녀회가 자리 잡았습니다. 버거운 노동의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해녀 노래가 발달했고요 일본 아마 역시 물에 들어가기 전 바닷물을 맛보고 ‘쯔이쯔이’라며 주문을 외우고, ‘세만’이라는 부적을 챙기는 등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것은 제주 해녀와 다를 게 없습니다. 힘든 작업 후에 지치고 언 몸을 모닥불로 덥히는 아미고야도 제주의 불턱과 유사하죠. 일본 아마들도 남획을 막기 위해 ‘슨보(전복의 크기를 재는 자)’로 10.6cm 이하의 전복은 채취하지 않고, 전복 산란기엔 채취를 금하다고 합니다. 현재 제주 해녀는 4300여 명, 아마는 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제주 해녀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겠군요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규제나 경제적 지원은 자칫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보존의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해녀 스스로가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해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비교적 물질이 쉬운 얕은 바다를 할망바다라고 해서 더 이상 깊은 바다에서 물질을 하기 힘든 고령의 해녀들에게 양보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할망바다에 모자반, 톳, 청각 등 해조류를 이식하고 어장에 적합한 수산종묘를 방류하는 등고령 해녀의 소득 향상과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고령 해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주 해녀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수요자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산삼은 심마니라는 스토리텔링 때문에 가격이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전복이라도 제주 해녀가 직접 채취한 전복이라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실제 TV 홈쇼핑에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톳을 판매한 결과 한 시간 동안 1억원어치가 판매되는 등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201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