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9일(이하 한국시간) 제45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공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북핵 문제는 현재 한·미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며 미 행정부 교체기에 북한의 도발 전례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수개월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앞서 9일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된 이후 박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 앞으로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축전을 보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열어 외교•안보에 미칠 영향 논의
미 차기 행정부와 조기 협력관계 구축
청와대는 9일 오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외교·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NSC 상임위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조기에 구축해주기를 바란다"며 "한·미의 강력한 대북 제재 압박 기조가 미 차기 행정부하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미 대선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10일 오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는 밤사이 세계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유 부총리는 "개표 직후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우리 금융외환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당선자의 포용적 수락 연설 등으로 우려가 완화되면서 미국·유럽 증시는 상승으로 마감했다"면서도 "실물 측면에서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가 브렉시트,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 등과 결합돼 세계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감안하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이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 등으로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정도와 시기에 따라 변화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편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와 인프라 및 신산업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병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교역과 투자 확대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중심으로 범정부 대응체제를 구축해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분야 정책 공약을 분야별로 심층 분석해 수출, 통상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며 "한·미 경제관계가 호혜적 관점에서 ‘윈윈’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기업, 싱크탱크 등 다양한 협력 채널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과도한 변동성 확대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관계기관 합동으로 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 외환보유액, 외화유동성, 외채 상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대내 위험 요인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10일 경제현안점검회의 "한•미 ‘윈윈’ 정책 대안 마련"
한은•금융위•금감원도 비상계획 마련에 나서
정부는 앞서 9일 오후 4시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몰고 올 경제적 여파와 대책 마련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도 이날 오후 2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한은은 그동안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 국내 금융외환시장을 주시하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 긴급회의를 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회의에서 "최상의 긴장감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 김가영(위클리 공감 기자) 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