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제6차 통계·지식·정책에 관한 OECD 세계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02개국 3000여 명의 지도자와 석학들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미래의 웰빙(The Future of Well-being)’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 11월 2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차 OECD 세계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내빈들 ⓒ뉴시스
OECD 세계포럼은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GDP가 주관적 웰빙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는 측정 방식을 논의하는 자리다. 디지털 전환, 거버넌스의 역할 변화, 기업 활동과 웰빙 등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도 모색한다.
OECD 세계포럼은 2004년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후 2~3년마다 OECD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주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부산에서 제3차 포럼을 진행한 데 이어 6회째 포럼을 다시 맡았다. 세계포럼을 두 번째 개최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사흘간 열린 포럼은 기조연설 3번, 전체회의 6번, 부문회의 16개, 아침세미나 20개, 대담 등 포럼 주제에 맞는 다양한 세션이 열렸다. 포럼의 서막을 알리는 개회식에는 강신욱 통계청장의 개회사에 이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환영사에서 “OECD는 앞으로도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에서도 미래의 웰빙을 구현하는 것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경제로 가는 웰빙 정책 필요
개막식이 끝난 후에는 구리아 사무총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교수, 장-폴 피투시 파리정치대학 명예교수, 마틴 듀란 OECD 데이터통계국장 등이 ‘경제 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 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5년간 ‘고위전문가 그룹’이 토론했던 경제적·사회적 성과에 중요한 사항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견해와 다수의 권고안, GDP를 넘어 계량적 웰빙 측정 요소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고위전문가 그룹은 스티글리츠 교수, 피투시 교수, 듀란 국장이 공동의장이며 앵거스 디턴 프리스턴대학 교수, 라비 칸부르 코넬대학 교수, 제이콥 해커 예일대학 교수, 프로납 센 전 인도 통계청장, 발터 라드마흐 전 유럽연합통계청장 등 웰빙 측정 분야의 저명한 경제학자와 통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보고서에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측정에 중요한 요소들로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인지 등을 포함한 측정 지표를 제시했다”며 “이 지표가 정책입안자, 국민, 국가, 전 세계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의 웰빙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듀란 국장은 “한국은 주관적 웰빙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며 “아버지는 긴 시간 일을 하고 어머니는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것이 주관적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깊이 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불평등 문제가 있고, 정부가 불평등을 줄이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며 “하지만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이 느끼는 고립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국민 삶의 질 향상
개막 2일 차에는 ‘기업을 위한 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특별대담이 열렸다. 대담에는 러셀 밀스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사무총장, 파스칼 드 페트리니 다논 아태지역 CEO, 마틴 듀란 통계국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과 각국 정부가 불평등을 줄이고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긴밀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스티글리츠 교수와 말린 리파 볼보그룹 이사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업은 근로자, 공급자, 투자자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영역에서 시민의 웰빙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리파 이사는 “기업의 생존과 번영의 길은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윤리를 준수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하는 활동이 기업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이 주관하는 부문회의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국 정부의 신뢰성 제고’를 주제로 정부 신뢰성 회복 측정법, 공론화 등 국민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과 증거 기반 정책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다.
포럼 마지막 날인 11월 29일 ‘2019 OECD 글로벌 개발 전망에 대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사회적 포용성,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각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글로벌 규범이 출현하고 유례없이 인구가 급증하는 등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개발 전략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마리오 페치니 OECD개발센터 소장은 “다양한 영역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다차원적인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 개발 전략과 성공적인 글로벌 협력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강신욱 통계청장이 ‘국민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인천 선언’을 발표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인천 선언에는 범정부 차원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여 경제가 지속가능한 구조를 확립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정부와 OECD의 의지를 담았다. 선언 내용에는 국민 개개인 삶의 질 향상이 경제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확립하는 핵심 요소임을 인식하고, 이를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복지사회 그리고 차별 없이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폐막연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맡았다. 반 전 총장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진전을 확인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 위한 통계와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견고하고 접근 가능한 통계가 정부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의사 결정권자의 책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