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나뉜다. 발달장애인의 상당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바리스타나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딴 뒤 카페에서 일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다 보니 장기근속이 힘들다.
![동구밭이 기르는 텃밭에서 동구밭 직원들과 함께 동구밭이 기르는 텃밭에서 동구밭 직원들과 함께](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12/17/20181217004810123_7QGV7HS3.jpg)
▶ 동구밭이 기르는 텃밭에서 동구밭 직원들과 함께 ⓒ동구밭
2014년 ‘동구밭’의 노순호 대표가 처음 ‘농사’를 시작한 건, 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일주일에 한 번, 함께 만나 농사짓는 시간을 발달장애인들은 기다렸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더 기다렸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 친구를 사귀는 일이 쉽지 않다. 동구밭에서 만난 이들이 유일한 친구다. 성인 발달장애인 3명 중 2명은 친구가 없다. 노순호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일대일 매칭 시스템을 만들어 농장을 운영했다. 농장이 터가 잡히자 ‘수익’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큰 자본 투자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유통기한이 긴 상품을 생각하다가 비누를 떠올렸어요. 비누의 원료는 우리가 재배하는 텃밭에서 구할 수 있으니까요.”
텃밭에서 인연을 맺은 발달장애인이 직원이 됐다. 2016년부터는 상추, 케일, 가지 등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천연비누를 만들었다. 하루 생산량은 5000개 정도다. 품목은 천연비누, 세제, 입욕제, 물비누 등으로 확장됐다. 동구밭 가꿈비누와 천연리빙비누는 결혼식 답례품이나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입소문을 냈다. 하지만 노순호 대표는 ‘좋은 일을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사는 비누여야 한다’고 믿는다. 동구밭의 서영봉 작업반장은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최상의 비누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는데 즐겁게 일해서 좋다”, “서로 소통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마법 같다”고 말한다. 동구밭은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뉘어 공장을 운영한다.
“발달장애인의 고용도 중요하지만 근속이 더 중요합니다. 발달장애인 근속기간은 전체 장애인의 10% 수준이에요. 고용에만 초점을 맞춰 성과를 내기보다 장애인이 즐겁게,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합니다.”
동구밭은 2016년 9월 첫 장애인 사원을 고용한 뒤 한 명의 퇴사자도 없었다. 이들은 매출이 오를 때마다 발달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한다. 월매출이 325만 원 늘면 1명의 직원을 더 뽑을 수 있다. 현재는 17명의 직원들이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동구밭의 대표 상품 ‘가꿈비누’ 동구밭의 대표 상품 ‘가꿈비누’](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12/17/20181217004837239_R8QEW491.jpg)
▶ 동구밭의 대표 상품 ‘가꿈비누’ ⓒ동구밭
“발달장애인들이 오랫동안 친구처럼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새로운 사업모델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매출을 위해 호텔이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B2B 모델도 도입했고요. 장기적으로는 해외로도 수출할 생각이에요. 우리 비누가 널리 알려져서 외국의 발달장애인도 동구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슬기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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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