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땅에 '의료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란 보건부가 6개 대형병원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한국 기업에 배정하기로 하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 분야 민간 경제사절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제약(5건), 의료기기(2건), 건강보건 시스템 등 18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란 보건의료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이란 내 복합단지 조성, 현지에서 의료기기 생산
불임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 5건도 수출 길
보건복지부와 이란 보건부는 한·이란 보건의료 협력 MOU를 체결하고 보건정책, 병원 정보 시스템(HIS), 병원 설계·건설, 제약·의료기기 분야 협력, 대체·전통의학, 당뇨·감염병 연구 등의 분야에서 상호 협력키로 했다.
가장 큰 성과는 이란 내 한국형 병원 건립이다. 이란 보건부는 6개 대형병원(샤히드 라자이 병원, 나마지 병원, 마흐디 병원, 테헤란 의과대학병원, 파디스 병원, 타브리즈 의과대학병원) 건립 프로젝트를 한국 기업에 맡기기로 했다.
더불어 병원 건립 시 보건부가 외부에서 조달하는 의료기기, 병원 정보 시스템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의 4분의 1 이상을 한국산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면 향후 병원 유지·보수 분야에도 지속적으로 한국산 의료기기를 수출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경제 효과는 1조9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건강보건 시스템도 사막을 건너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란의 양대 보험기관인 사회보장공단(ISS), 이란 보건부와 각각 MOU를 체결하고 한국의 진료문서 및 전자의무기록에 대한 심사평가 시스템을 이란 병원 등에 도입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먼저 건강보험 서비스 개선 컨설팅과 건강보건 시스템을 이란 보험 등에 적용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11억 원 규모)가 실시된다. 기술 전수 및 실제 도입은 이후 협의할 예정이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원주테크노밸리와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가 이란 파나마리사와 3자 MOU에 서명했다. 이들은 이란에 복합단지를 조성해 현지에서 곧장 의료기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산하는 경제 효과는 700억 원에 이른다.
희귀질환 치료제, 불임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과 수액 등 제약 분야에서도 5건의 MOU가 체결돼 5년간 3600억 원 규모의 수출 길이 열리게 됐다. 이 밖에도 양국 의료 분야 협회가 손을 잡음으로써 우리나라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이란에 수출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이란 대표 의료기기 유통업체인 KMT그룹, 이란 의료기기협회 두 곳과 MOU를 맺고 제약기업 교역 및 투자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이란 양국 제약협회도 제약산업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가 교류를 통해 민간 비즈니스 협력 활성화에 나선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협약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2조3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 경제 제재 해제 후 보건의료 수요 급증
월 시행 의료해외진출법으로 금융·세제 지원
이란은 인구 8000만 명의 중동 2위 경제대국으로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매장량 세계 4위의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다. 그러나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로 보건의료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수준(8.9%)에 못 미친다. 한 사람 기준(451달러)으로 보면 OECD 평균(3453달러)과의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는 5.96명으로 우리나라(22명), OECD 평균(32명)의 20~25%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준 대비 병상 수(19.6개) 역시 우리나라(110개), OECD(48개)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 1월부터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그간 낙후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향후 5년간 병원 20개(8만 병상), 암센터 235개, 응급의학센터 750개 등 20조 원 규모의 보건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2014년 기준 약 2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제약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3.7%, 같은 기간 기준 약 8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의료기기 시장은 4.7%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 분야 민간 경제사절단은 이란 내 한국형 대형병원 건립 등 18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5월 2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이란 의료 시장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양국은 실무단을 구성해 보건의료 협력과 민간 간 맺어진 협약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우리 기업과 병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 6월 시행되는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금융 및 세제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는 1250억 원 규모의 제약·의료기기·의료기관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정책금융기관과 연계해 금융지원 상품을 개발하고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세금 감면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력망을 활용한 지원도 이어진다. 정부는 분야별·해외지역별 민간 전문가 풀을 구성해 온·오프라인 정보와 상시 컨설팅을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재외공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해외무역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 의료를 홍보함으로써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지방병원과 중소병원이 해외 진출사업을 추진하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다양한 지원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쿠웨이트 국비 환자 송출 및 의료진 연수 협약 체결
보건의료 협력 MOU 이행 의지 확인
보건복지부는 5월 9일 쿠웨이트와 국비 환자 송출 및 의료진 연수 협약에 대한 시행합의서(Implementation Plan)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3월 대통령 순방 시 체결한 보건의료 협력 양해각서(MOU)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한 결과물이다. 이로써 양국은 다시 한 번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매년 250~500명의 국비 환자를 영국, 미국, 프랑스, 체코, 태국 등으로 보내고 있는 쿠웨이트 보건부는 이번 협약을 통해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쿠웨이트와 한국 병원의 서비스 협약을 중개하고, 쿠웨이트 국비 환자들이 원활하게 의료·비의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의료진 연수는 쿠웨이트 의료진이 국내 병원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3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보유한 의사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3개월의 사전 연수 프로그램을 거쳐 1~2년의 펠로십 연수를 진행한다. 쿠웨이트 보건부가 연수 병원을 선택하고 연수비용을 부담하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연수생의 비자 발급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해 정상 순방의 후속조치로 진행해온 양국 간의 보건의료 협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의료 한류 붐'을 중동 전체로 확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