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첫 이란 국빈 방문에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이란 언론들은 '루사리(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을 가리기 위해 쓰는 히잡)'를 쓴 박 대통령의 모습이나 페르시아어로 인사하는 박 대통령의 문화 외교 등을 관심 있게 다뤘다. 또한 이번 문화 외교에 대해 "철의 여인과 그 여인이 이끄는 굳은 의지의 나라에서만 가능하다"고 논평하는 등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이란 언론 역사적 의미 부여
"양국 관계 확장에 중추적인 역할 할 것"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3일 동안 이란 언론들은 '200억 달러의 방문', '사드아바드궁(대통령궁)의 특별손님', '양국 관계의 새로운 창을 열었다' 등의 표현을 쓰며 박 대통령 방문 의미와 예상되는 경제 성과 등을 전했다.
이란 국영신문 이란(IRAN)은 5월 2일자 1면에 "이란의 공화국혁명 이후 이란을 방문한 한국의 첫 정상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아바드궁의 특별손님"이라고 설명한 뒤 "이 기간은 확실히 양국 관계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이란 외교부 차관의 말을 인용했다. 또한 이 매체는 박 대통령이 "비(非)무슬림 국가에서 이란을 방문한 첫 여성 지도자"라는 데 주목하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한국과 이란 관계를 되짚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첫 이란 국빈 방문에 이란 언론들은 ‘사드아바드궁의 특별손님’, ‘200억 달러의 방문’ 등의 표현을 쓰며 많은 관심과 반가움을 내비쳤다.
이란 영문 일간지 테헤란타임즈는 5월 2일자 1면에서 "정치적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이란을 방문하는 최초의 한국 대통령으로서 그 정치적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표현했다. 테헤란타임즈는 "에너지, 기술, 산업, 교통, 인프라산업 등 양국 교역 증가의 잠재력이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면서 "이란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세계 경기 둔화가 주는 타격에 대한 완충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통신 IRNA는 박 대통령의 순방을 "한국인들이 이란을 '기회의 땅'으로 간주해 광범위하고 전략적인 경제교역 관계 증진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박 대통령의 순방이 양국 관계 확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에는 이란의 개혁 성향 일간지 샤르그가 '한국과 이란 간 조화의 다리'라는 제목으로 이번 박 대통령 방문 소식을 전했다. 기사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 상황을 원하며 한반도와 중동 모두 핵무기에서 자유롭기 바란다"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말을 중점 보도하고 "박 대통령은 이란이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역을 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외신, 이란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 주목
"이란과 관계 깊은 북한을 견제한 형국"
주요 외신들도 박 대통령의 수교 54년 만의 첫 이란 방문을 다각도로 보도했다. 특히 이란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지지 발언이 북한과 거리 두기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자에 "박 대통령이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이란의 협력을 요청했다"며 "이는 한국 정부가 예측불허의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더욱 강경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과 오랫동안 무역과 군사 교류를 해온 나라들의 연결고리를 표적으로 삼는 등 대북 압박을 우선순위로 삼아왔다"고 전한 바 있다.통신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AP통신은 '이란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촉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박 대통령이 이란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가져올 경제적 성과를 보도했다.
▶ 2박 4일 일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5월 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태극기와 이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수출 부진에 고심하는 한국이 정상 세일즈로 활로를 열었다"며 "이란과 관계가 깊은 북한을 견제한 형국"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한국은 최대의 무역 상대국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액이 1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일본 아베 총리에 앞서 이란을 방문해 수출 개선의 계기로도 연결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썼다.
또한 요미우리는 이란 내 한류 열풍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이란에서도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인기가 높아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시청률 60~86%를 기록한 <주몽>은 방영시간이 되면 거리에 차량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3일자에 이란 로하니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지지 언급에 주목했다. 마이니치는 "이란은 북한과 핵·미사일 개발에서 협력관계에 있다고 여겨지고 있어 지명은 피했지만, (이란의) 정상에 의한 부정적 의견 표명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일본 매체 교도통신도 '이란 대통령, 북한의 핵개발 반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교도통신은 "(이란이)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도모하는 한편, 북한과는 거리를 두려는 자세를 나타낸 셈"이라며 "이란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실상의 핵 보유국 이스라엘, 핵실험을 되풀이하는 북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4일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갖는 의미를 보도했다. 포브스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당대회 앞둔 악의 축 북한에는 걸림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가까운 우방국이자 사실상의 동맹국인 이란을 잃을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한 포브스는 "이란은 북한의 프로그램에 전보다 흥미가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란이 한국은 물론 일본 및 다수의 파트너들과 거래하며 수익성 있는 기회를 붙잡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이란 수교 역사
1962년 10월 23일 한·이란 외교관계 수립
1977년 양국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서울에는 '테헤란로', 테헤란에는 '서울로' 지정.
197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팔레비 국왕의 초청을 받았으나 이듬해 이슬람혁명으로 왕조 실각, 박 전 대통령 서거로 성사되지 못함.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의 수교 단절.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당시 북한의 이란 군수품 지원 등으로 한국과 이란 양국관계 소원해짐.
1988년 이란-이라크전이 끝나면서 이란 정부는 한국을 모델 삼아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섬.
2002년 이란 핵무기 개발 본격화.
2006년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 돌입.
2015년 7월 이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영·프·러·중)과 핵협상 타결.
2015년 11월 윤병세 외교부장관 이란 방문. 한·이란 외교장관회담
2016년 1월 16일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해제.
2016년 5월 1일 박근혜 대통령, 수교 54년 만에 첫 이란 방문.
글 · 김가영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