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민족에서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자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리나라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2011년에 비해 더 수용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다문화 교육이나 관련 활동 경험이 많을수록, 상호관계가 긴밀할수록 수용성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19~74세 성인 4000명과 청소년 3640명을 대상으로 한 문화 개방성, 국민 정체성 등 8개 구성요소별 설문 결과를 종합해 '2015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3.95점, 청소년은 67.63점이었다. 성인은 지난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에 걸친 조사 당시 다문화 수용성 지수(51.17점)보다 2.78점 상향된 결과로, 다문화에 대한 생각이 다소 수용적인 방향으로 변화됐음을 보여준다. 연령대별로는 청소년(중?고생)이 67.63점, 20대 57.50점, 30대 56.75점, 40대 54.42점, 50대 51.47점, 60대 이상 48.77점으로 젊은 층일수록 다문화에 수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나라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관련 활동이나 교육 경험이 많을수록 다문화 수용성은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성인(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주요 조사 항목을 국제지표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다문화 수용성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귀할 때 자국민을 우선 고용해야 한다(60.4%)'와 '외국인 노동?이민자를 이웃으로 삼지 않겠다(31.8%)'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자신을 세계 시민으로 생각한다'는 비율(55.3%)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용성을 보인 스웨덴은 각각 문항에 대해 14.5%, 3.5%, 82%의 응답률을 보였다.
젊은 층일수록 다문화 수용적… 청소년 최고
이해관계 있으면 수용성 낮아, 대상별 교육 필요
특히 상호 이해관계가 있으면 다문화 수용성은 더 낮아졌다. 외국인·이주민을 친척(55.67점), 친구(58.1점), 직장 동료(60.38점)로 둔 경우보다 단순히 이웃해 사는 경우(52.41점)나 외국인·이주민 다수 취업 업종 종사자의 경우(단순노무 51.22점, 농림어업 51.83점, 기능·조립 52.96점) 다문화 수용성이 지수 평균에 미달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생활공간 공유나 취업 경쟁 등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다문화 수용성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다문화 교육이나 관련 활동에 참여한 경험은 다문화 수용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다문화 교육을 한 번 받은 성인의 수용성 지수(56.29점)는 세 번 이상 받을 경우 64.03점으로 크게 높아져 지속적, 반복적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에 고연령층(50대 51.47점, 60대 이상 48.77점), 전업주부(51.40점) 등 다문화 수용성이 낮은 집단에 대해서는 이주민을 자연스럽게 접함으로써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대상별 맞춤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여성가족부는 수용성 취약계층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3월부터 온라인 교육 사이트(http://www.danurischool.kr)를 운영해 다문화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청소년 수련시설 등과 연계해 공교육에서의 다문화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내 다문화가족 82만 명, 외국인 170만 명인 시대를 맞아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생활 속에서 '다문화'라는 말 자체를 국민 누구도 의식하지 않을 때 진정한 사회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연령과 직종을 포함한 전 계층에서 다문화가족과의 교류와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더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정책 '결혼이민자 지원'에서 '자녀 지원'으로
정부는 다문화가족 정책의 방향을 '결혼이민자 초기 정착 지원'에서 '다문화가족의 성장주기별 자녀 지원'으로 전환한다. 만 18세 이하 다문화가족 자녀가 2006년 2만5000여 명에서 2015년 20만8000명으로 약 8배 증가하고, 9~24세의 학령기 자녀 역시 6만6000여 명(2012년 조사)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조처다.
더욱이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률이 1.01%로 전체 학생의 학업 중단률(0.83%)에 비해 높은 수준인 데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만 15세 이상 24세 이하 다문화가족 자녀 5명 중 1명은 학업이나 취업, 직업훈련 등 어느 것도 하는 일 없는 니트(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로 지원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3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정부가 다문화가족 사회 통합 지원대책을 처음 마련(2006년 4월 26일)한 이후 10년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 종합대책'을 심의했다.
먼저 영유아기에는 언어와 기초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 30개소인 다문화 유치원을 올해 60개소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첫 시범 운영된 다문화 유치원은 다문화가정과 일반가정의 유아를 함께 교육하면서 다문화가정 유아에게는 언어 교육을 추가로 제공한다.
학령기에는 잠재적 역량과 사회성, 리더십을 계발하기 위해 심리상담, 진로 교육, 봉사·체험활동 등으로 구성된 '多재다능 프로그램'을 올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81개소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청년기에는 다문화가족 자녀가 차별받지 않고 직업훈련과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다문화 이중언어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어학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차세대 무역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편,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사무소 등에 다문화 청년 인턴 전형 마련을 추진한다.
한편 외국에서 성장하다 입국한 9~24세 중도 입국 자녀는 18~24세 연령대에서는 전체 다문화 자녀의 53.6%에 이르고, 니트(NEET) 상태에 있는 다문화 자녀의 32.9%를 차지한다. 이에 다문화 예비학교 운영 학교를 지난해 100곳에서 올해 110곳으로 늘리고, 취업성공패키지에 중도 입국 자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등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지원한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