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상대(刮目相對).'
태블릿PC 전문 IT업체인 엠엔지이엔티(M&G ENT)의 성장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업체는 2013년을 기점으로 불과 3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세계 최초로 윈도와 안드로이드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과 USB(휴대용 소형 저장장치)처럼 한 손에 들어오는 스틱PC를 개발했고 현재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엠엔지이엔티에 기대 이상의 수확을 가져다준 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이었다. 그중 페루 아프리막주 정부와 ICT사업 2억7000만 달러, 한화로 3000억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 엠엔지이엔티는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동·중남미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페루 기업과 MOU를 체결했다.
"중남미는 우리에게 그저 먼 나라일 뿐이었는데, 중남미 순방을 다녀온 후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 됐죠."
엠엔지이엔티의 안성주 대표는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한 이후 해외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엠엔지이엔티는 태블릿PC, 스틱PC 등을 개발해 판매하는 PC·IT 전문업체다. IT업체에는 보통 공학계 출신이 많지만 안성주 대표는 체육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또 그의 첫 사업 아이템은 DVD방 프랜차이즈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IT 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을까. 그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것은 바로 빔 프로젝터였다. DVD 상영을 위해 꼭 필요한 빔 프로젝터 램프가 당시 1개당 50만 원 정도로 고가에 거래됐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개상 없이 직접 구매를 했더니 원가가 10만 원 정도라는 걸 알게 됐다.
이후 안 대표는 빔 프로젝터 램프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수요가 가장 많은 교육계와 주로 거래를 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시중에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이 보급되면서 교육계에는 스마트 러닝(인터넷, 전자장비 등을 활용한 교육) 바람이 불고 있었던 것. 안 대표는 거기에 착안해 태블릿PC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IT업계에 발을 들였다.
▷엠엔지이엔티 안성주 대표는 세계 최초로 듀얼부팅 태블릿PC인 투키프로를 출시했다.
세계 최초로 듀얼부팅 태블릿PC 개발
스마트 교육·IT 제품 경쟁력 확보
엠엔지이엔티는 탄탄한 기술력을 갖췄다. 2005년 설립 이후 2012년 세계 최초로 듀얼부팅이 가능한 태블릿PC인 투키 시리즈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존 태블릿PC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PC, 노트북 등은 윈도 기반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 태블릿과 컴퓨터를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투키프로(Twokey Pro)는 안드로이드와 윈도 운영체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하나의 PC로 모든 수업 진행이 가능하다. 즉 한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등 윈도용 소프트웨어로 하는 작업이 가능하면서, 안드로이드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지난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도서전에서 다양한 바이어들이 투키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또한 투키 시리즈인 '투키미러링'은 HDMI(영상신호와 음향신호를 압축하지 않고 전송해 고품질의 음향과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방식의 연결장치)를 지원하는 모든 기기 및 운영체제(OS)와 호환되는 미러링 장치다.
미러링이란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의 고해상도 영상과 음성을 TV나 프로젝터와 같은 대형 화면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10m만 벗어나도 끊어짐과 혼선이 생기는 경쟁 제품에 비해 투키미러링은 70m까지도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후에도 양방향 교육용 솔루션 투키ES, 휴대성을 갖춘 세계 최초 듀얼부팅 스틱PC인 투키스틱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마트 교육 및 IT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엠엔지이엔티의 투키 시리즈.
태블릿PC인 투키프로 등 투키 시리즈는 주로 교육기관, 정부기관, 기업 등에 유통됐고 판매 비중은 국내가 80~90%, 해외 10% 수준이었다. 사업 시작 단계에서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연 매출 50억 원 이상을 올리며 국내에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큰 난관이 있었다. 고객의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편견이었다. 모두가 제품을 시연해보고 기술력에 감탄을 했지만 대기업 제품이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한 적도 많았다. 안 대표는 이에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중소기업 지원책을 알게 됐다.
"이전에는 중소기업 지원책 하면 자금 대출 정도만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많고 체계적인 지원책이 있어 놀랐죠."
국내 중소기업의 편견 넘어 해외 진출
페루 아프리막주 정부와 2억7000만 달러 양해각서 체결
엠엔지이엔티는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했다. 안 대표는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4개국을 방문해 경제인 비즈니스 포럼과 무역·투자 진출·프로젝트 상담회에 참여해 바이어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얻은 수확은 엄청났다.
▷ 한·페루 비즈니스 파트너십 부스에서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IT유통업체로 40여 년간 도시바, 필립스 등 주요 브랜드 제품만을 취급해온 칠레의 A사는 듀얼부팅 투키 브랜드의 태블릿PC에 매료돼 8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했다. 특히 페루 아프리막주 정부와는 ICT 사업 스마트 스쿨 기반 조성을 위한 2억7000만 달러, 한화로 3000억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이후 9월 코트라의 정상외교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된 중남미 바이어들의 한국 방문에서도 엠엔지이엔티는 페루 업체에 교육용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하고 17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런 결과는 수출을 시작한 지 1년 만의 성과로 회사의 국내외 유통 비중을 거꾸로 뒤집었다.
▷ 콜롬비아와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바이어들과 부스에서 상담하는 모습.
안 대표는 2016년에는 국내 시장 10%, 해외 비중을 80~90%로 정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설명회 등에 참가하면 바이어들이 한국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제품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코리아 브랜드가 많이 성장했다는 걸 실감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메이드 인 코리아 하면 인정해줍니다. 그 점 또한 우리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하는 데 큰 힘이 됐죠. 이제는 우리 투키가 한국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해야죠."
이렇듯 엠엔지이엔티는 완벽한 한국 브랜드로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제품 개발과 제조를 모두 국내에서 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제조를 하기도 했지만 관리감독이 쉽지 않고 제품의 질 또한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엠엔지이엔티는 자체 연구소와 제조 공장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하며 힘든 점도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북미 시장은 애플이 장악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고, 동남아 시장은 희망 단가가 낮아 현실적으로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입견을 갖지 말고 세계 시장에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중남미는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시장이었어요. 하지만 경제사절단을 통해서 가보니 또 다른 블루오션이더라고요. 생각만 하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트라, 중소기업 지원제도
해외 진출의 디딤돌 역할
안 대표는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은 1% 미만일 겁니다. 하지만 코트라 등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중소기업 지원책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특히 해외 진출을 돕는 자리도 많고요.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다 문을 두드려본다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엠엔지이엔티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 이러닝산업협회 등 유관기관이 제공하는 지원 서비스를 활용해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안 대표는 11월 30일부터 3일간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에도 코트라 경제사절단 VIP 순방을 떠난다. 또한 12월 4일에는 그리스에서 열리는 1:1 비즈니스 매칭 행사에 참여해 유럽 바이어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12월 13일에는 정보통신사업진흥원과 이러닝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스마트 러닝 업체 해외 마케팅 행사에 참여해 중동 두바이, 아부다비를 방문한다.
▷ 엠엔지이엔티는 지난 6월 중동지역에서 열린 IT 전략포럼 및 상담회인 K-Tech Middle East에도 참가했다.
앞으로 그는 중동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며 투키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단기간에 정말 큰 수확을 거두게 되니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하지만 저희만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중동 시장도 진출할 거고요. 앞으로 한국 하면 투키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 박샛별(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엠엔지이엔티 2015.11.30